[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고위급 회담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이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첫 관문은 통과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좁혀야 할 이견이 남아있는 상태라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중국의 베이징에서 지난달 23일부터 양일간 제3차 고위급 회담을 가졌던 미국과 북한이 회담 결과를 지난달 29일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성명을 통해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유예하며, 미국은 북한에 영양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외무성도 같은 날 합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발표한 성명에 의하면,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의 유예를 검증하고 모니터(검열)하며 5메가와트 원자로와 관련 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확인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팀이 복귀하기로 결정하였고, 미국은 영양지원 배분에 필요한 집중적인 모니터 시스템을 바탕으로 24만 톤 규모의 양양지원을 하기로 북한과 합의했습니다. 모니터 시스템은 영어인데요. 영양 지원 24만 톤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는지를 미국 사람들이 검열하겠는 것이고, 이걸 북한이 동의한 거지요. 풀어서 말씀드리면, 북한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중지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며, 미국은 24만 톤 규모의 영양지원을 북한에 제공한다는 겁니다.
일단 제3차 미북회담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합의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과 북한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및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복귀가 우선이지만, 북한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임시 중지한다고 했지만, 미국은 유예기간을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영변에만 핵시설이 있는 게 아니고 다른 지역에도 많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북핵 폐기를 위한 길은 첫 문만 열어놓은 정도이고,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대북지원을 상당히 강력하게 요구했는데요. 아무래도 '강성대국' 또는 '강성국가'라는 목표와 관련이 있는 거겠지요?
고영환: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북회담에서 영양지원 외에도 옥수수 5만 톤을 더 지원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북한이 오는 4월 이른바 태양절 100돌을 계기로 강성대국 혹은 강성국가를 발표하려는 것과 연계가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강성대국을 발표하려면 주민들에게 쌀과 과자 같은 것을 공급해서 명절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식량과 식료품, 일용품은 북한 내부에서는 나올 데가 없으니 외부에 요청해야 합니다.
북한의 지원요청은 주로 중국과 미국에 집중되는 분위기인데요. 중국은 북한 체제가 조기에 안정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도 맞다고 생각해서 지원을 주는 겁니다. 문제는 미국입니다. 북한은 미국을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즉 못사는 것도, 군사훈련을 하는 것도, 굶주리는 것도, 모든 것이 다 미국의 탓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 원조를 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원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셈인데요.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원조를 대북 '식량지원'이라고 하지 않고 대북 '영양지원'이라고 부릅니다. 영양지원이라는 것은 영양이 부족한 어린이와 임산부 등에게 필요한 양양분을 제공한다는 의미이며, 영양지원 품목은 옥수수와 콩의 혼합식과 식용유, 그리고 아기들에게 제공할 영양 보충식 등입니다. 미국은 정부가 제공하는 영양분이 북측의 군인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어린이와 환자, 노인, 그리고 임신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를 철저히 검열해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계속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의도는 명백합니다. 쌀과 밀가루를 주면 군대에 가니 그런 것을 주지 않고 비스킷과 영양제를 주어 어린이들과 임신부, 환자들이 먹게 하자는 것입니다.
어쨌든 '철천지 원쑤'라고 부르던 미국으로부터 영양지원을 받아 강성대국 명절 분위기를 내려는 건 정상적인 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 등 외부 세계를 적대시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정정당당하게 투자하고 지원을 받아서 경제와 주민들의 삶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알아보지요. 요즘 한국과 미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키 리졸브' 훈련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북한이 이걸 두고 상당히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이해하면 됩니까?
고영환: 한미 양국은 지난달 27일부터 3월 9일까지 일정으로 '키 리졸브'라는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훈련에는 가정이 있습니다.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한미 양국은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이 훈련에 대해 북한은 현재 각종 매체를 동원하여 강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훈련을 하면 북한도 대응 훈련을 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물자가 귀한 북한으로서는 힘이 들기 때문에 강하게 반응하는 듯합니다.
제가 3월1일 3.1절에 가족과 함께 서해 안면도로 드라이브를 갔었는데요. 고속도로나 일반국도 모두 나들이를 나온 차들로 가득하였습니다. 사람들은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관심도 없거든요. 북한은 마치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처럼 선전하여 주민들을 결속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최근에 남측을 상대로 보내는 신호 중에 상당히 흥미로운 게 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북한의 의도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1일 "유신독재의 혈통을 이어받은 새누리당의 박근혜가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치고 있다"며 비난했는데요. 올해 4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지요. 북한의 의도는 명백합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패배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1960년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던 한국을 일으켜 세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표도 아버지가 총탄에 쓰러지고 어머니도 북한 공작원의 총탄으로 잃은 상태에서 꿋꿋하게 살아 국회의원과 한나라당 대표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북한이 한국의 내정에 간섭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북한에서 누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되든, 누가 최고사령관이 되든 간섭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남보고 '배 놔라 감 놔라' 하지 말고 자기 나라 사람들 잘 먹이고 입히는 데 관심을 뒀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북측의 우리민족끼리는 '박정희 향수'라는 표현도 사용했던데요. 한국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상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특징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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