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미 군 당국이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를 시작했습니다. 남한에서는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이 열렸지만 사드 배치는 계획대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사드 배치가 시작됐죠. 예상보다 빠르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한국군과 미군 당국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 미군 배치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사드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반발과 "다음 정부로 사드 관련 결정을 미뤄야 한다"는 국내 야권의 주장 등 각종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한미 양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7일 "한미는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한미 동맹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 사드 장비의 일부가 지난 6일 밤 한국에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전개된 사드 장비는 이동식 발사대 2기로 미군 C-17 수송기를 통해 미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서 한국 오산 공군 기지로 옮겨졌습니다.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와 미사일 48발 이상, AN/TPY-2 레이더, 통제소, 발전기 등과 약 200명의 병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나머지 사드 장비들도 C-17 수송기를 통해 신속하게 옮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드의 조기 배치에는 지난달 북한의 '북극성 2형' 고체연료 신형 미사일 발사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굉장히 고도화하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 현재 진행 중인 사드 배치 일정을 최대한 조속히 할 방안을 강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사드의 신속한 한국 배치는 북한의 핵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여러 종류의 미사일 발사시험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조건에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한국에 와 있는 미군기지들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서 사드보다 더 효과적인 대응 무기체계가 없다고 한미 정부가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없었더라면 사드 문제는 제기 조차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원인 제공자가 바로 북한이라는 뜻입니다. 북한이 현재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불장난을 치고 있으므로 인해 지역 정세는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 무거운 책임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지켜볼 일입니다.
박성우: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놨죠. 어떻게 보셨나요?
고영환: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관련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은 명확하고 결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여러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 왔다"며 "중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평소보다 그 표현 강도가 더 세진 않았고 말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회견 도중 "모든 후과를 한국과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한 부분에서 다소 억양이 올라갔지만 이 역시 지난달 하순 롯데그룹과 국방부가 사드 부지 계약을 체결했을 때와 같은 수준의 표현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의 한 언론사 기자에게 "우리 입장은 그사이 여러 차례 얘기해 사실상 매일 항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중 양국은 상대방 입장을 서로 환히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반발 수준을 적당한 선에서 제한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이와 관련,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3월 말 혹은 4월 초로 예상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미국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극한 대립을 자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드 문제로 오히려 한국 국민의 반중국 감정을 고조시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온건론도 중국 조야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핵 위협을 조장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군비경쟁을 촉발하며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원흉인 북한에 화를 내고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핵을 제거하지 못한 큰 책임이 있는 중국이 방어를 위한 조치로 사드를 배치하고 있는 한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께서 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중국은 왜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반발하나요? 그리고 한국과 미국은 왜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건가요?
고영환: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사드를 구성하는 구성요소 중 하나인 최첨단 레이더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자국의 군사 시설들이 사드 레이더에 노출될 가능성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지난 7일에 소개했습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사드의 고성능 레이더가 중국의 미사일 체계를 탐지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어 미래에 중국과 미국의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크게 유리한 위치를 점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미는 사드 배치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방어수단 배치를 늦출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사드 체계는 오로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미는 사드 체계의 조속한 작전 운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를 조기에 배치하려고 하는 의도는 사드가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미국의 안보 주권을 지키는 데 있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북한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은 사드 문제가 나왔을 때부터 이를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왜냐면 사드가 북한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를 갖추고 있고 북한 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올 때 이를 요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김씨 부자가 그토록 힘들게 만들어 놓은 미사일 공격체계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사드 배치를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이 반대하면서 북한은 중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벌려 놓을 수 있는 호기를 맞이한 셈이 됐습니다. 사드가 들어오면서 중국 외교부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불러들여 회담을 진행하는 등 그동안 핵 문제를 가지고 감정 싸움으로까지 갔던 북중 관계가 좋아지는 듯한 기미를 보이면서 북한은 속으로 환호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들여다 보면 미중은 경제와 안보를 위하여 서로 협력해야 할 부문이 너무 많습니다. 한중 관계, 특히 한중 무역관계도 서로 호혜적이어서 멀리 떨어지려고 해도 떨어질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미중, 한중 관계는 호상적이라는 뜻입니다. 북한이 지금은 환호하고 있을지 몰라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계속하여 고도화하는 경우 국제적 고립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박성우: 오늘 사드와 관련된 여러가지 사안들을 부원장님께서 짚어 주셨는데요. 10일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당했죠. 이제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요. 이런 정치적 상황과는 상관없이 사드 배치는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게 미국과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 미중 갈등 국면이 일견 북한에 유리해 보이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결국 근본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고립과 경제난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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