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해 카스트로 의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역사적인" 방문이었죠.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에 대해 총평부터 해 주시죠.
고영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21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만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 것은 88년 만이어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냉전적 대립을 청산하고 새로운 실용주의적 관계로 전환해나간다는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은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한 뒤 1961년에 국교를 단절했습니다. 그러나 양국은 협상 끝에 2014년 12월 국교 정상화를 전격 선언한 뒤 14개월간에 걸쳐 분야별로 관계 정상화 목표를 정하고 상업교류 활성화와 여행제한 해제 등 부분적으로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 재개설을 통해 공식 외교관계를 복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오전 쿠바의 독립 영웅인 호세 마르티의 기념비에 헌화한 데 이어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곧바로 카스트로 의장과 정상회담에 들어갔습니다. 두 정상은 2014년 12월 양국 국교정상화 선언 이후 진행해온 정상화 추진 후속 작업들을 점검하고 양국 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되는 현안들을 놓고 정상 차원에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에는 알리시아 알론소 국립극장에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쿠바 전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쿠바 국민에게 희망을 품고 미래를 바라보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력해달라고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 대중연설 이후 쿠바 정부의 반대에도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에서 쿠바의 인권운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에게 쿠바의 고립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 이들에게 권력이 주어진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쿠바 수반이 있는 곳에서 개인의 자유와 존엄에 대한 미국적, 보편적 가치를 얘기하고 이런 얘기를 쿠바 텔레비전이 그대로 전국에 중계하고 쿠바 반정부 인사들을 미국 대사관에서 만나 고무격려하고, 정말로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박성우: 눈여겨 볼 내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부원장님은 뭐가 제일 인상적이었습니까?
고영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기 직전에 "Que bola Cuba?" 즉 "쿠바, 잘 지냈어요?"라는 말을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인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쿠바 공용어인 스페인어를 쓴 것입니다. 수백명의 아바나 시민은 대성당 앞 광장에 모여 오바마 이름을 외치고 "USA, USA"를 연호하는 등 뜨겁게 환영했습니다.
식당이나 술집은 물론이고 사진관, 전자제품 가게 등 텔레비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의 시선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고정됐습니다. 연설을 지켜보던 시민 파누코 곤살레스 씨는 "놀라울 따름"이라며 "미국인, 그것도 대통령이 아바나의 국립극장에서 생중계로 연설을 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데도 생중계를 했다는 것은 쿠바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기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는 마지막 일정으로 라티노아메리카노 경기장에서 열린 미국 야구팀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아바나 시민인 엔리케는 "모든 좌석이 들어찼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야구를 보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니 믿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쿠바 국기를 흔들면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경기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바나 방문을 보면서 저의 가슴을 가장 크게 울린 것은 아바나 곳곳에 휘날린 미국 성조기들과 특히 아바나 시립박물관에 걸려 있는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들이었습니다. 평양에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리고 미국 성조기가 평양 시내 곳곳에 걸리는 모습이 겹치면서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진리를 명백히 보여준 오바마 대통령의 아바나 방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앞에서 잠시 말씀하셨지만,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관계 개선이 목적이었지만, 그래도 할 말은 다 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특히 기본권 문제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말들이 주목받았는데요. 부원장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쿠바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2일 알론소 국립극장에서 생방송으로 전한 연설에서 시민권과 자유선거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희망을 품고 미래를 바라보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력해 달라"며 "쿠바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쿠바 국민은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해야 하며 민주주의를 포용해야 한다"며 "이 같은 인권은 전 세계적인 것이며, 쿠바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려는 사람들을 임의로 구금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청중으로 자리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바라보며 "쿠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쿠바인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지도자로 선출하는 것을 겁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날 연설은 라울 카스트로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오바마는 대중 연설 이후 쿠바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바나의 미 대사관에서 13명의 쿠바 반체제 인사들을 2시간 가량 만났습니다. 미국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한 인권운동가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은 변화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하지만 그 변화는 쿠바인의 손에 달렸다"고 전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에게 "이례적인 용기를 보여준 데 감사하다"며 "정부 당국에 의해 구금된 일부 인사를 비롯해 여러분은 예전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명분을 대표했다"면서 "일부 인사는 민주주의, 표현과 종교의 자유에 폭넓은 관심을 가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쿠바에 가서 쿠바 정치체제에 대해 비판하는 미국 대통령, 쿠바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인사들을 만난 것도 대단했지만, 그런 발언과 방송을 허용하는 쿠바 당국도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북한과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박성우: 미국이 쿠바를 향해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죠. 이게 쿠바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이 컸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부원장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고영환: 쿠바인들을 위해 미국이 방송하는 '라디오 마르티'가 올해 방송 시작 31주년을 맞습니다. 이 방송은 1985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쿠바의 민주주의를 촉진한다는 목표로 출범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쿠바 현지에서는 알 수 없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쿠바 내 수용소에서 단식투쟁 중인 정치범의 건강 상태, 쿠바 인권 단체 대표의 메시지, 쿠바 경찰의 시위대 체포 소식 등이 그 예입니다.
마리아 곤살레스 '라디오•TV 마르티' 신임 보도국장은 지난 22일 미 언론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가 변화하는 현시점이야말로 쿠바인에게 객관적이고 검열되지 않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때"라며 "여전히 마르티 방송은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쿠바 정부는 30년간 마르티 방송에 대한 대응책으로 방해 전파를 쏘고 있습니다. 곤살레스 국장은 "쿠바 정부가 여전히 방해전파를 쏘며 우리 방송을 막는 것 자체가 영향력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정보가 제한되어 있는 곳에는 외부에서 진행하는 방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쿠바 주민의 20%는 지난 30년간 미국 방송 '라디오 마르티'를 들으며 개방의 꿈을 키웠다는 내용의 기사가 한국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도 RFA 자유아시아방송을 포함해서 다양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