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공관은 돈세탁 공간

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당국이 외교공관을 불법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이 위조 달러를 세탁하는 창구로 외교공관을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최근에 한국 언론에 나왔습니다. 위원님은 북한 외교관 출신이기 때문에 정확한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요?

고영환: 동구라파에 있는 어느 한 나라의 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경에 한국으로 온 북한 외교관이 최근에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국제사회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이 외교관은 북측이 매년 위조 달러를 북한에서 제작해 수천만 달러씩 자국의 해외주재 대사관에 보낸 후 진짜 달러로 바꾸어 평양에 송금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근무했던 동구라파의 어느 한 나라에도 3천만 달러의 위조지폐가 도착하여 그것을 그 나라의 여러 지역에 출장 다니면서 2천 달러 미만으로 조금씩 바꾸어 북한에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인터뷰가 사실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면 저도 북한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 벌써 이런 일을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1980년대 초반 자이르 공화국에서 3등 서기관으로 근무할 때 평양상표인쇄공장, 이것은 암호명이고 인민보안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장인데, 여기서 위조 달러를 찍는데, 당시 안전부 대좌(대령)가 위폐 3만 달러 정도를 가지고 와서, 그 돈을 진짜 달러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여 제가 그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교체하는 방법은 위조 달러를 암시장에 가지고 나가서 그 나라의 화폐로 바꾼 다음, 그 돈을 자이르 은행에 입금하였다가, 진짜 달러로 찾아서 평양에 보내는 겁니다. 이게 세탁이지요. 당시는 위조 달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자이르 환전상들은 위조 달러인지 상상도 못했고, 그래서 쉽게 돈을 교체하곤 하였습니다. 이미 1980년대 초반, 그러니까 북한이 그럭저럭 살만할 때 그 정도였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북한은 아주 정교한 위조 달러를 만들어 중국과 동구라파, 아프리카, 동남아 등 통제가 심하지 않은 나라들에서 진폐로 바꾸어, 그 돈을 "충성의 자금" 명목하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바쳤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위조 지폐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것처럼 큰 죄가 없습니다. 최고의 징역형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위폐를 만든 건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 뿐입니다. 지금 북한이 유일무이하게 위조화폐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깡패조직이 위조화폐를 만드는 경우는 있어도 국가가 위조화폐를 만드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는 매우 엄중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박성우: 북한 외교관들이 마약 판매까지 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 보도의 사실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고영환: 이것도 제가 잘 아는 내용입니다. 최근 한국으로 귀순한 전 북한 공작원이 한 말인데요. 북한 지도부가 동구라파 나라들에 다량의 마약을 보내 올해 4월 초까지 현금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겁니다. 이 공작원은 "올해 태양절 전으로 마약을 달러로 바꾸어 1인당 30만 달러를 '충성의 자금'으로 평양에 보내라"고 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한창 북한 외교관으로 일하던 1980년대 중반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에 출장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의 대학 선배가 통일전선사업부 대표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이 말하기를 '평양에서 헤로인 2킬로그램이 외교 신서물(외교 파우치, 또는 외교행랑)로 도착하였는데, 그것을 팔아서 공작금으로 쓰라고 해서 골치가 아프다'고 하던 기억이 납니다.

북한은 제가 직접 알기로도 이미 1980년대에 마약을 대사관에 보냈는데, 지금은 더 광범위하게, 더 통이 크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약은 정말 모든 나라에서 극형에 처하는, 위조 달러보다 더 심한 범죄 행위입니다. 북한은 이것을 국가가 앞장서서 하고 있고, 대사관을 이용한다는 게 굉장히 큰 문제이지요. 지금 세계는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어요. 정말 나쁜 범죄이고 최악의 범죄인데, 이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하고 있으니 참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이 외교공관을 완전히 불법 외화벌이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가요?

고영환: 북한은 그 어떤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일도 다 합니다. 과정이나 방법은 중요하지가 않은 것이죠. 외교관들 혹은 외교관으로 가장한 무역일꾼들과 공작원들은 외교여권을 가지고 다니면서 불법 행위를 합니다. 외교여권을 가진 사람은 각 나라 비행장이나 항구에서 소지품 검색을 받지 않습니다. 외교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외교신서물, 그러니까 외교봉인이 찍힌 수화물은 그 어떤 나라도 검색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북측은 이를 악용하는 것입니다. 평양에서 위조달러와 마약 등을 만들어 이를 외교 신서물로, 외교관 수화물로 운반하는 것이지요.

북한에선 어떠한 수단으로든 해당 나라의 법망에 걸리지 않고 외화를 벌어 김정일, 김정은에게 바치면 '공화국 영웅'이 되고 '국기훈장 1급'도 받습니다. 그러나 만일 해당 국가에서 운이 없게 걸리면 북한이라는 국가는 책임져주질 않습니다. 그건 나라에서 시킨 일이 아니고 그 사람 개인이 한 일이니 그 사람만 처벌하라는 식입니다. 그래서 북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걸리지 않으면 영웅이 되고 걸리면 역적이 된다는 겁니다.

박성우: 지난 번에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094호의 내용 중에 외교관들이 뭉칫돈을 운반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조치도 포함됐는데요. 그 실효성은 어느 정도 될 거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외교관들이 뭉칫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감시하라고 각 나라에 요구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이나 서기실 사람들, 그리고 외교여권을 가진 일부 무역일꾼들이 달러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일이 많았죠. 유엔 안보리 조치에 따라 예전에도 이들을 단속하라는 말은 있었지만 권고사항에 그쳤고, 지금은 요구를 한 것입니다.

특히 서기실 사람들 같은 경우는 가방에 몇백만 달러씩 가지고 다니면서 비싼 캐비어, 코냑, 포도주 등 사치품을 사서 평양에 보내곤 하였는데, 이제는 안보리가 그런 결정을 내렸으니 각 나라 세관에서는 북한 외교관들의 가방에 달러 뭉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걸 열어서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북한 외교관들은 뭉칫돈을 가지고 다니는 걸 주저하게 될 것입니다. 빼앗길 수 있으니까요. 이는 달러 현금의 이동량을 줄이게 될 것이고, 사치품 구매량을 낮추게 될 것이며, 결국엔 김정은의 통치 방법에 지장을 주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은 현재 당과 군대의 고위 간부들에게 사치품을 주어 충성심을 발로케 하는 통치방법을 쓰고 있는데, 이 방법이 막히면 통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지요. 해외에 숨겨둔 김정은의 비자금도 따지고보면 외교관들이 관리하고 있는 셈인데요. 대표적인 인물이 스위스 대사였던 '리철'이라는 인물이지요. 외국에 있는 은행 계좌에 숨겨둔 김정은의 비자금은 어느 정도로 파악되고 있나요?

고영환: 리철 전 대사의 본명이 이수영인데요. 스위스 대사를 하고 있을 때 김정은 제1비서가 스위스에서 유학했습니다. 그래서 둘 사이가 가깝고, 현재 당 부부장을 하고 있죠. 이 사람이 많은 돈을 관리했던 게 사실이고요.

미국 등의 관계 당국은 김정은 제1비서가 중국, 러시아, 스위스, 싱가포르, 오지리(오스트리아) 등에 가지고 있는 외화가 40억에서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런데 이 돈을 사치품 수입하는 데 쓰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이게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경제 활동에 재투자된다면 북한 경제 규모로 보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텐데, 이런 측면에서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김씨 일가를 위해 해외에 비자금을 은닉하고, 이 과정에서 한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에게까지 불법 행위를 저지르게 하는 게 북한의 현실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