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개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이 제7차 당대회에 참가할 대표자를 선발하기 시작했다고 하죠.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 달 29일 "북한은 3월 중순부터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에 보낼 시•군 단위 후보자를 선발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하면서 "4월 초에는 도 단위 당조직에서 당 대회에 참가할 대표자를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통상적으로 당 대회 참가자는 시•군에서 대표자를 선정하고 도급으로 넘어가면 도에서 다시 대표자를 걸러 내어 중앙 당으로 보내는 형식을 취합니다. 물론 중앙당의 부부장 이상, 도당 책임일꾼, 군단 정치위원 등은 당연히 당대회 대표로 참가합니다. 이 소식통은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4월 중순까지는 당 대회 참가자 명단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당 대회에 참가하는 대표자 선거 절차 등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정합니다. 1980년에 개최된 6차 당 대회의 대표자 선출 비율은 당원 1천명에 결의권 대표자 1명, 후보당원 1천명에 발언권 대표자 1명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6차 당 대회에는 결의권 보유 대표자 3천62명과 발언권만 가진 대표자 158명이 참가했습니다. 6차 당대회의 사례를 보면 이른바 '김정은 시대'가 선포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7차 당 대회에도 3천명 정도의 당 대표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 7차 대회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하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3월 24일 당 대회에 참가할 대표자에 대한 1차 선발이 마무리됐다"며 "기관별로 1~2명이 추천되고 큰 기업소에서는 3명씩 추천됐지만 60세 이상의 당원은 제외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7차 당대회를 계기로 당 간부의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번 7차 당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이 지도층의 세대교체일 것으로 보입니다.
세대교체와 함께 김정은은 7차 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재확인하고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다는 경제발전계획도 제시할 것으로 예상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한•미•일 등 주요국의 양자제재로 당 대회에서 경제성과를 과시하고 새로운 전망을 내 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하에서 외국이 당대회에 과거처럼 고위급 축하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주요 나라들도 현 상황에서 북한 당대회에 축하사절을 보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6차 당대회에는 177명의 외국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7차 당대회에는 조총련 혹은 중국의 친북 성향 몇몇 단체들만 참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과적으로 7차 당대회는 북한 지도부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박성우: 아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 중에는 당대회가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열리는지 등에 대해서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추가 설명을 부탁드리고요. 그리고 왜 이렇게 오랜만에 열리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7차 당대회는 1980년 6차 대회 이후 36년만에 열리는 것이며, 김일성•김정은 시대를 마감하고 이른바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선포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북한 노동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 대표자의 선출은 통상 시•군 단위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도 단위에서 선출 절차를 밟은 뒤 중앙당에서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당대회는 개회사, 주석단•대표자 자격심사, 의제 선정, 축사 및 축전 소개, 당 중앙위 및 중앙검사위 보고, 토론, 당지도기관선거, 결정서 채택, 폐회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추가해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에 기와집에서 살기 전에는 당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정은이 지난해 10월 말에 7차당대회를 한다고 선언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여전히 이밥에 고깃국을 먹지 못하고 있고 그때보다 인민 생활이 더 나빠졌는데 왜 뜬금없이 당대회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러나 올해 초 핵실험을 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은이 이밥에 고깃국 대신 인민들의 밥상에 핵무기를 올려놓을 결심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핵을 가지고 인민들이 만족할까, 그런 질문을 북한 지도부에 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당대회와 관련된 현상인 듯 한데요. 북한 지도부가 요즘 들어서 '병진노선'을 강조하고 있고요. 또 '고난의 행군'이라는 표현도 다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이 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다시금 핵 개발과 경제건설을 함께 이루자는 '병진노선'을 내세우고 있어 주목됩니다. 북한 대외선전물인 '조선의 오늘'은 지난 달 30일 논설에서 "새로운 병진로선은 반미 전면 대결전에서 최후 승리의 진로를 명시하여준 불멸의 대강"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신문과 방송이 그동안 병진노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지만 제4차 핵실험을 '병진노선의 승리'로 규정한 뒤로는 더욱 언급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병진노선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무엇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군사력 강화로 극복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제2의 고난의 행군'과 이른바 '군자리 정신'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에 발표한 정론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후 처음으로 '제2차 고난의 행군'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북한이 제2의 고난의 행군과 '군자리 정신'을 거론하는 것은 안보리의 제재와 개별 국가들의 제재에 맞서 인민들이 이른바 수령의 두리에 뭉칠 것을 강조하고 6.25 전쟁도 이겨냈듯이 지금의 난관도 극복하자고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6.25 전쟁이 끝난 지도 60년이 훨씬 지났는데 그때처럼 살라고 하니 북한처럼 희한한 나라가 또 있나 싶습니다.
박성우: 대외적으로는 북측이 요즘 들어서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을 심한 말로 비난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번 한미 연합훈련이 이른바 '최고 존엄'인 김정은을 정점으로 하는 북한 수뇌부를 직접 겨냥한다는 데 따른 거부감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김정은을 소위 '보위'하기 위한 고위간부들의 충성 경쟁이 도를 넘고 있는 데로부터 나오는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속한 비난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김정은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부원장님께서는 36년 전 당대회가 열렸을 때 북한의 모습을 기억하고 계실텐데요.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지금과 비교하자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고영환: 36년 전 당 대회가 열린 1980년 10월 저는 자이르 공화국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1979년에 입당을 했으니 그 때 이미 노동당원이었습니다. 6차 당대회 때 제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사항은 김정일 후계자가 어떤 모습으로 당대회에 나올까, 그리고 세계 사람들은 사회주의 나라인 북한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에서처럼 세습을 하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할까,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당대회가 끝나고 김일성의 당대회 연설문을 학습하고 달달 외우던 일들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북한 전 사회에 그런 학습 바람, 결의대회 바람이 불었거든요. 36년이 지난 오늘 김일성의 손자가 지도자가 되어 북한을 좌지우지하고 당 대회를 앞두고 할아버지를 능가하는 통제 바람, 사상학습 바람, 교육 바람, 노력전투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저 안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 북한 인민들이 당대회를 전후하여 얼마나 볶일까, 그런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36년만에 열리는 정치 행사이니만큼 북한 당국은 당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매진할 텐데요. 그만큼 주민들의 고충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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