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협상’ 언급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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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협상'과 '대화'를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태도에 조금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언급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국방위원회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한 달째인 지난 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방적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재를 언급하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 한 달 만에 북한이 처음으로 '협상'을 언급하고 나선 것입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 4일 "미국은 전쟁 위기, 멸망의 위기를 모면하려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형제 국가라고 하는 중국까지 동참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협상'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번 대북 제재가 과거와 달리 북한에 실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한국무역협회 자료 등을 인용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제재가 가동하면서 북한의 수출이 감소, 북한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북중 국경에선 중국이 석탄, 철광석 등을 중심으로 통관 검사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대북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과 접한 국경 1,400㎞를 모두 단속할 수는 없지만, 금융 거래 등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핵안보정상회담에서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의 전면적 이행"을 공언한 것도 북한으로선 부담스럽게 느껴질 겁니다. 북한은 지난 수 십년 동안 제재를 받아 와서 제재 따위는 쓸데없다고 주장하여 왔으나 이번 북한의 입장 변화를 보면 실제로 북한 체제는 제재, 특히 중국이 참여하는 제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유화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남한을 상대로 하는 도발적 언행도 지속하고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고영환: 북한이 지난 5일 한국의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를 비롯한 서울 주요 정부기관들을 장거리포로 공격하는 가상의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4월 5일 홈페이지에 '최후통첩에 불응한다면'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북한군 장거리 포병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최후통첩장'의 내용 장면, 지난 달 24일 실시한 장거리 포병대의 집중 화력 타격연습 장면 등이 나온다. 포사격 훈련에 이어 한반도 지도를 바탕으로 서울에 좌표를 찍는 모습, 그리고 포탄들이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주한미군, 국가정보원 등 한국 주요 기관의 시설을 파괴하는 가상 장면들이 나옵니다.

북한이 한편으로는 한국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 위협과 협박을 계속하는 것은 전형적인 화전양면, 즉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전쟁을 준비하는 전략입니다. 겉으로만 평화를 이야기하는 북한식 위장 평화 공세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평화와 대화를 원한다면 핵을 폐기하고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도발을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의 중국에 대한 태도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겠다는 중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미국에 굴복해 혈맹우호를 버렸다"면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만장일치로 채택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비난하는 4월 2일 논평에서 "일부 대국이 미국의 협박, 요구에 굴복해 피로 맺어진 우호 관계를 서슴없이 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대국'이라는 표현이 중국을 의미한다는 점, 우호관계를 버렸다는 표현이 중국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노동신문의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당 선전선동부가 검열하고 특히 외교적 사안에 대해서는 최고지도자의 수표를 받는 나라가 북한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리고 이 문장의 맥락을 놓고 볼 때, 현재 북한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중시하며 미국과의 협력 아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중국을 방문하는 북한 무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은 우리를 결코 지켜주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닙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있을 때도 김정일은 "중국을 절대로 믿지 말라", "중국은 미국보다 더 나쁜 나라다"라고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신문이 중국을 거의 직접적으로 공격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경험으로 보아 노동신문이 이 정도로 공개적으로, 그리고 강하게 중국을 비판한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 특히 김정은이 중국에 심하게 분노하고 불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마지막 남은 중국까지 이렇게 심하게 비난하는 것을 보아 진정으로 북한을 위해주는 나라는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중국까지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최근에 몇가지 관련 보도가 나왔습니다. 소개와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북한 무역회사들이 유엔의 대북 제재로 국제 금융 기관을 통한 대북 송금이 막히자 평양~베이징 국제열차를 이용해 외화 운반에 나섰다고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30일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중국에서 북한으로 달러나 위안화를 송금하는 은행 시스템이 차단됨에 따라 북한 무역회사 대표들은 국제 열차로 외화를 몰래 들여보내고 있다"며 "국제 열차가 세관보다는 검사와 통제가 심하지 않고, 수화물 검사도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무역회사들은 검사기에 달러가 포착되지 않도록 특수 포장지 등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일리NK는 지난 5일에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시행이 한 달을 넘기면서 북한 내 휘발유 가격이 제재 이전보다 53%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데일리NK는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말 1㎏당 7,000원이던 휘발유가 이달 초 1만700원까지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평양과 신의주 등 대도시 물가도 한 달 전보다 20%쯤 올랐다는 소문들이 있다"며 "주민들이 물가 상승에 불안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재가 소용없다고 하는 북한 지도부의 공언과 달리 북한 내부가 제재의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북한 내부 소식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남한의 조선일보가 북한의 소학교 국어 교과서를 입수해서 그 내용을 분석했는데요. 부원장님이 북한에서 소학교를 다니시던 시절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개정하면서 김 제1비서에 대한 우상화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 탈북자 단체가 입수한 북한 소학교 국어 교과서를 보면 김정은 우상화가 심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3년 발간된 1학년 교과서는 제1과부터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고맙습니다"라는 문구를 집어넣었고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가면 김정은 원수님이 제일 기뻐하신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처음 글을 배우는 1학년 때부터 우상화 교육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전체 교과서 내용들은 김정은 우상화로 가득차 있습니다.

북한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한 탈북자는 "북한은 초등학교부터 김일성 김정일의 어린 시절 등을 별도로 가르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국어 교과서까지 우상화 선전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김일성, 김정일의 혁명역사 시간에 우상화 내용을 많이 배웠고, 국어 교과서에는 우리말 교육 내용이 많았는데,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몇 배 뛰어 넘는 우상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심해지는 북한의 우상화에 우려를 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나라 북한이 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왜 심지어는 중국마저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북한의 소학교 학생들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겠나 생각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