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짙은 먹구름’ 북한으로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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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북 압박 강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펜스 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었는데요. 북한을 상대로 다양한 경고성 발언을 했습니다. 먼저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2박 3일간의 방한 내내 단호한 표현으로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 압박 의지를 표출했습니다. 그는 4월 17일 황교안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과 면담 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여러분과 100% 함께한다"면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전의 핵심축이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의지는 철갑같이 공고하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이에 앞서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찾아서도 한미동맹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는 단호한 '응징'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는 회담 이후 있었던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든 옵션(방안)은 테이블(책상) 위에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거나 미군의 힘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압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방침을 천명했습니다. 계속하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북한에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데 자신감이 있다"면서도 "만일 중국이 북한에 대처하지 못하면 미국과 동맹국이 할 것"이라고 압박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첫 한국 방문은 향후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이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지를 보여줬습니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 이뤄진 펜스 부통령의 한국 방문은 한미 양국이 변함없는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대북 공조를 펼쳐나갈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박성우: 펜스 부통령도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는데요. 요즘 중국 측 움직임을 보면 나름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거든요. 부원장님은 어찌 보십니까?

고영환: 중국이 북한행 항공편 운항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북한 관광상품도 전면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기준으로 중국 주요 여행사 사이트에 '북한'을 입력하면 "조건에 부합하는 상품을 찾을 수 없다"는 내용이 올라옵니다.

중국 반관영 통신사 중국신문망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셰청을 비롯해 카이싸, 중국국제여행사, 퉁청 등 해외여행을 취급하는 주요 여행사 사이트에서 북한 관련 상품을 더는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퉁청 측은 "이전에는 북한으로 가는 단체여행 상품이 있었지만 최근 판매가 중단됐다"면서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여행사는 북한으로 가는 개별 여행도 이미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여행사들도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언론들은 중국국제항공이 베이징∼평양 간 노선 운행을 지난 4월 17일부터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지난 2월 18일 이후 북한산 석탄을 전혀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4월 13일 밝혔습니다. 북한산 석탄 수입 잠정 중단을 공고한 이후 북한에서 반입된 석탄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반송 조치했음을 내비쳤습니다. 앞서 일부 외신은 중국 해관(세관)이 지난 4월 7일 각 무역회사에 북한산 석탄 반환을 공식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매체는 북한으로부터 가장 많은 석탄을 수입하는 단둥쳉타이무역회사의 소식통은 회사가 현재 60만t의 석탄을 반환하기 위해 여러 항구에 이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00만t이 북한 반송을 위해 중국 전역 항구에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북한과 관련한 최근 행동들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박성우: 중국 학계에서도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하나 있습니다. 선즈화 화둥사범대 교수가 "중국에게 북한은 잠재적 적국"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호주국립대학 산하 중국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즈화 중국 화둥사범대 교수가 지난 3월 19일 랴오닝성 다롄의 한 대학 강연에서 "중국과 북한은 더이상 형제가 아니다. 우리는 단기간 내에 북중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중국은 대북 지원의 근거가 된 진부한 박애의 신화를 버리고 한국으로 등을 돌려야 한다. 북한이야말로 중국의 잠재적 적이며, 한국은 중국의 우방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근본적 이익은 국경 안정과 개발을 이루는 데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획득한 이래 주변국은 결코 안정된 적이 없고, 북중관계도 불화를 빚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선즈화 교수의 이 발언은 한때 '중국과 북한은 이와 입술만큼 가깝다'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말로 대변될 수 있었던 북중 순치의 관계를 뒤집는 대담한 내용입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을 달래고, 한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며 북핵 개발 억제를 도모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중국의 '중재자' 입장이 곤란해졌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에 힘입어 중국 관영언론들은 대북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고, 지난 17일에는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이전보다 더욱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선즈화 교수의 발언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응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면서요?

고영환: 중국 정부가 '북한은 잠재적 적국이고 중국은 한국과 손잡아야 한다'는 자국 학자의 파격적인 입장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18일 뉴욕타임스는 그의 이런 주장은 중국 정부의 입장이나 일방적으로 한국을 비난한 중국 내 여론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지난 2013년 북한을 '계륵'이라고 평가한 덩위원 전 중국 공산당 쉐시스바오 부편집장의 주장 이후 최고로 파격적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사안은 이런 의견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도 과거와 비교해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의 주장과 이를 둘러싼 논쟁은 중국 관영매체에서 보도되지 않았지만 그의 연설 원고는 화둥대학 역사연구소 사이트에 남아있고, 그는 지난 달에 이어 지난 주 시안에서도 유사한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중국 정부가 북한 문제와 연관해서는 다른 견해를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환추스바오 등 중국 관영 언론은 북한이 6차 핵실험에 들어갈 경우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등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전례 없는 대북 압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북한 정책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 대국인 이웃이 등을 돌리는 경우 김정은 체제에 짙은 먹구름이 낄 것입니다.

박성우: '짙은 먹구름'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만약 북측이 오는 25일 군 창건일을 전후로 도발을 한다면 그 '짙은 먹구름'이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큰비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