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제7차 당대회 준비와 관련한 특이동향을 살펴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어쩌면 이번 당대회는 '집안 잔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오는 5월 초 36년 만에 개최하는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모양새를 보여 주목됩니다. 4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로 장마당 물가가 뛰어 주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는 가운데 당대회 축하 사절로 외국 정상급 인사, 즉 대통령이나 동일 급수의 간부들이 참석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9일 "대남 비서인 김영철 등이 지난 2월 라오스 등 동남아 우방국을 방문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초청 외교 동향이 파악되지 않는다"며 "이는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축소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1980년 6차 당대회 때는 118개국에서 177개 대표단이 참여했다. 당시 리선념 중국 부주석을 비롯해 그리쉰 소련 공산당 정치국 위원, 아메드 세쿠 투레 기네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총리 등이 6차 당대회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높은 급의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는 북한만의 '나 홀로 행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되기 전에는 소련을 비롯하여 많은 사회주의 국가의 공산당과 사회당 대표단들이 서로 각각의 당대회에 축하 대표단을 보내 명절을 축하해 주는 관례가 있었고, 여기에 더해 친사회주의적인 나라들과 친북한적인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나라의 정부 혹은 당 대표단이 북한 당대회 행사에 참석했었습니다.
이번 당대회에 외국의 고위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은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이 연이은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까지 쏘면서 전세계를 분노케 하고, 그래서 세계는 북한을 반대하는 제재 국면에 진입을 한 현 정세 탓입니다. 또한 세계 무대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도 심하게 약해져 심지어 형제국가라고 하는 러시아와 중국까지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재중, 재러, 재일, 재미 동포대표단이나 3세계의 이른바 주체사상 소조책임자들을 비롯하여 일부 하급 친북인사들은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박성우: 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내부 정보가 있던데요.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당 대회를 앞두고 충성의 자금과 물자를 바치라고 하고 전체 주민들을 '70일 전투' 등에 대대적으로 동원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양에선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을 기점으로 쌀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고 합니다. 3월 ㎏당 4,500원이던 쌀 가격은 최근 5,000원으로 올랐고, 옥수수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평양 백화점 등 상점들에는 상품들이 쌓여 있지만 돈주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일부 북중 접경지역에서 물가가 다소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며, 대북 제재가 장기화하면 외화 및 물자 부족으로 경제 회생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당대회를 위한 대규모 행사 준비 동향이 특별히 관찰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36년 전 6차 당대회에는 100만명이 참가한 군중 시위와 5만명을 동원한 집단 체조 등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당대회 때는 대규모 행사 준비가 순조롭지 않을 만큼 내부 경제 사정이 어려운 것 같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당대회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맞고, 또 6차 당대회까지는 그러했기 때문에 7차 당대회도 성대하게 진행하려는 준비가 있어야 하는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북한은 제재에 봉착하고, 그러니 북한의 경제 사정은 악화되고, 또 그 여파로 성대해야 치러야 할 당대회가 초라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죠.
박성우: 당대회를 앞두고 북측 당국은 사회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 같습니다. 부원장님,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고영환: 36년 만에 개최될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외지인들의 평양 출입을 통제하는 등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착수했다고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일 보도했습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태양절 기념 축제가 끝나자마자 다가오는 당대회를 위한 준비사업이 본격 시작됐다"면서 "타지방 주민들의 평양시 출입을 완전히 차단했고 이미 와 있던 출장원과 친척 방문자들은 즉시 자기 지역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큰 행사를 앞두고 평양을 봉쇄하거나 경비를 강화해 왔지만 이번처럼 당대회가 보름 이상 남은 상황에서 평양시 출입 통제를 단행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평양에서 외국어 대학을 다니고 외교관을 지냈는데, 6차 당 대회 당시를 회상해 보면 국내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외국에 나가 있던 사람들까지 각종 전투를 벌이고, 본국에 선물과 축하 대표단을 보내고, 결의 대회를 열고, 당대회 보고문을 암송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북한은 김일성의 북한보다 더 심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고요. 국내에서 충성의 외화자금, 내화자금, 충성의 물자들을 모으고, 거리와 마을들을 단장하고, 건설장들에 동원되고, 옷매무시에 신경을 써야하고, 심지어 머리모양까지 단속을 당하고 그런다니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 생활일까 싶어 마음이 짠해집니다.
박성우: 북측은 이번 당대회를 '김정은 시대'를 여는 분기점으로 삼고자하는 것 같은데요. '김정은 유일 영도'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어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5차 당 대회를 비롯한 이전 당 대회를 다시 거론하며 '김정은 유일 영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5차 당대회 전인 1967년 5월 당중앙위원회 제4기 제15차 전원회의와 1960년대 말 당 인민군위원회 제4기 제4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나온 '반당 세력 분쇄 조치'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당시 김일성 주석이 '유일사상 체계'를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신문은 지난 7일 3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신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김일성 주석이 '사회주의 기초 건설'을 위한 목표를 제시했다고 찬양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매체들이 잇달아 이전 당대회들을 언급하는 것은 7차 당대회를 앞두고 옛날에 김일성이 그랬던 것처럼 김정은을 내세워 그의 유일 영도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북한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선포해 체제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박성우: 김경희의 모습이 북측 매체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인데요. 이건 어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올 들어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전 당 비서의 과거 모습을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김경희는 2013년 12월 장성택 전 행정부장이 처형된 이후 북한 매체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중앙TV는 지난 1월 14일 김일성을 기리는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1967년 5월 김일성대학에 다니던 김경희가 적위대 군복을 입고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거수경례하는 김경희의 얼굴을 5초쯤 확대해서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중앙TV는 지난 4월 4일에도 김정일 기록영화를 방송하면서 김정일의 자강도 식료품 공장 방문 때 김경희가 동행한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이어 4월 9일에는 색안경을 낀 김경희가 김정일 김정은 부자와 나란히 앉아 군사 훈련을 참관하는 모습을 방영했습니다.
김경희의 모습을 북한 매체가 연이어 내보내는 데에는 기본적으로는 7차당 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백두 혈통'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는 장성택 전 부장의 처형 이후 그리고 김경희 비서까지 공식 무대와 선전물에서까지 사라지게 하면서 김정은이 해도 너무한다, 김일성의 딸을 어찌 저렇게 구박하고 못살게 굴 수 있느냐 하는 여론이 북한 내부에서 확산되면서 김정은이 황급하게 김경희의 모습을 다시 방송에 내보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살펴봤는데요. 당대회가 북측의 의도대로 김정은의 유일영도를 세우는 데 기여하게 될 지, 아니면 말씀하신대로 김씨 일가만을 위한 '나 홀로 행사'가 될 지, 북한의 청취자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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