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행보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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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공개했죠.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4월 26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경제 제재와 외교 수단을 활용한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했습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 국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북한 정세 설명회를 마치고 낸 합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은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우리 동맹국 및 역내 파트너들과의 외교적 조치를 추구함으로써 북한이 핵·탄도 미사일, 그리고 핵확산 프로그램을 해체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명은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한다"면서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과 동맹국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성명은 또한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핵·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과거의 노력은 실패했다"면서 "북한의 핵무기 추구는 국가 안보에 대한 긴급한 위협이고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성명은 "우리는 북한이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길로 돌아오도록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들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키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대북한 정책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폐기하도록 최대한으로 압박을 가하되 북한이 전향된 모습을 보이면 대화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대화보다는 최대한의 군사적, 외교적 압박에 방점이 찍혀져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은 최근에 좀 주춤하는 것 같다는 해석이 있던데요.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이 '한반도 위기설'의 디데이(D-day), 즉 가장 중요한 날짜로 간주되어 온 지난 4월 25일에 6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은 도발 방법을 선택했죠. 북측 매체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5일 원산 일대에서 화력 훈련을 하면서 자주포와 방사포 등 각종 장사정포 300~400문을 동원했고 김정은이 이를 지휘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화력 훈련으로 내부 결속을 다졌지만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경고를 의식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전략적 도발은 연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은 지난 25일 미 8군사령부의 평택 이전 기념식 현장에서 취재진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묻자 "우리는 준비돼 있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군의 군사적 경고는 전례 없이 강력합니다. 지난 25일 한국의 부산항에는 미 해군의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호가 입항했습니다. 미시간호는 미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 중 가장 큰 1만8000t의 오하이오급에 속하며 사거리 1300~2500㎞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비롯해 주요 군사 시설들을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화력입니다. 미국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도 일본 해상자위대와 훈련을 마치고 27일 동해에 진입하여 한국 해군 함정들과 연합 훈련을 할 예정입니다. 중국도 연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시 원유 공급 중단,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용인 등 전례 없는 경고 메시지들을 북한에 전해 왔습니다.

이처럼 전례 없이 강한 미국과 중국의 대북 군사적·외교적 압박에 6차 핵실험을 강행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북한이 4월 15일이나 4월 25일 같은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계기들에 '레드 라인', 즉 금지선을 넘지 않은 것입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 105회 생일과 인민군 창설일에 '큰 사고'를 치지 않고 넘기면서 '4월 위기설'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 분위기입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대북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자 자신들이 호언한 전략무기 도발을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이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에 굴복하여 6차 핵실험도,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도 하지 못한 꼴이 된 것입니다. 미국에 결연히 맞서겠다고 해온 북한 지도부가 핵실험 등 대규모 도발을 하지 못한데 대해 북한 인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주목됩니다.

박성우: 아직 한국의 대통령 선거도 끝나지 않은 상태라서, 북한이 올 상반기에는 한반도 긴장을 더이상 고조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긴 좀 이른 듯 한데요. 어찌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은 이제까지 대남 및 대외적 도발을 중요한 정치적 계기들에 맞추어 진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당 제1비서 5주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5주년, 김일성 생일 105주년, 북한군 창건 85주년 등 정치적 행사 일정들이 줄줄이 있었던 4월에 북한이 6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가능성이 높았고, 그래서 한반도 위기설이 터진 것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이 군사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공급중단 카드까지 내세우면서 김정은이 무릎을 꿇었고, 결국은 6차 핵실험 등 군사적 도발을 강행하지 못한 것입니다.

북한이 상반기에 도발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저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북한에 치명적이고 다방면적인 압박을 가한다고 김정은이 느낀다면 북한은 핵실험 등을 강행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이 한반도 해역에서 떠나고 미국의 급박한 군사적 공격이 없을 것이라고 김정은이 오판하면 도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북측이 한국계 미국인 한 명을 또 억류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연변과기대 교수 출신이며 한국계 미국인인 김상덕 씨가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 21일 오후 평양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던 중 북한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씨는 과거 연변과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북 지원 활동을 벌였고, 이번에도 나진·선봉 지역을 중심으로 인근의 산간 지역 고아원에서 어린이 지원 사업을 벌였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김씨 이외에 한국계인 김동철 목사와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 등 미국인 2명이 장기 구금형을 받고 억류돼 있습니다. 북한은 저들이 필요할 때에는 미국인 인도주의 사업가와 교수 등을 평양 등에 불러들여 이용하고, 미국인 인질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그들을 체포 구금하는 수법을 써 왔습니다. 자국민의 인권문제를 최고가치로 여기는 미국 정부를 움직일 필요가 있을 때, 그리고 그럴 경우를 대비하여 미국인들을 인질로 잡는 '인질 외교'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비열한 행위라고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고위급 특사가 평양을 방문해서 인질을 구출하는 모습을 북한 지도부는 다시 한 번 연출하고 싶은 게 아니냐, 이를 통해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견인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 이런 해석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가 예전처럼 북한의 인질외교에 잘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질 석방을 통해 미북간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지만, 높아 보이진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