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대회,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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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제7차 당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36년만의 행사죠. 당대회가 시작됐습니다. 뭘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까요?

고영환: 북한에서 가장 큰 정치 행사인 7차 당대회가 6일 개막됐습니다. 이번 7차 당대회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열리는 첫 당대회이자, 1980년 10월 6차 당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에 개최되는 정치 행사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시절 단 한 차례도 당대회를 열지 않았습니다. 당대회에서는 흔히 지난 날의 당 사업을 총화하고 미래의 과업을 제시하며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합니다. 물론 당규약도 수정합니다. 북한은 1946년 8월 제1차 대회를 시작으로 1980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 당대회를 열었습니다. 5차 당대회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하였고, 6차 당대회에서는 김정일이 김일성의 공식 후계자임을 전 세계에 알렸으며 10대 전망 목표 제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제안 등을 했습니다.

집권 5년차를 맞는 김정은은 7차 당대회에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선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2년 헌법에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명문화한 것으로 보아 이번에도 당 규약을 수정해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명시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7차 당대회에서는 김정은을 김일성, 김정일의 반열에 올려 세우는 등 김정은 우상화에 가장 큰 힘을 돌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달 27일 "북한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김정은을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우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김정은 강성대국'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고 '김정은 조선' 등 우상화 단어가 더욱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김정은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할 가능성이 있고 당 중앙 군사위원장에 재선하면서 그를 이른바 '공화국 대원수'에 선출할지에도 관심이 갑니다. 두 번째로 관심이 가는 부분은 김정은의 누이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당 정치국 위원이나 당 중앙 위원회 비서 혹은 당중앙위원회 부장으로 파격적으로 승진시킬 것이냐는 점입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김영남 최고상임위원장이 물러나고 최룡해 비서가 승진해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북한 인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경제입니다. 김정은이 당대회에서 새로운 경제 노선을 어떠한 규모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용어로 제시하는가에 따라 북한의 민심이 크게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 당대회의 키워드, 그러니까 핵심단어는 '청년'일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는데요.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이 노동당 제7차 당대회의 핵심 키워드, 즉 핵심단어로 '청년'을 내세우고 있다는 북한 관영매체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이번 당대회를 '세대교체'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어서 주목되는데요. 박주화 한국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과 김갑식 북한연구실장은 지난달 28일 홈페이지에 발표한 연재물 '노동신문 텍스트 분석을 통해 본 제7차 당대회 전망' 글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연구자들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당대회 개최를 발표한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올해 4월 22일까지 보도한 신문 기사 5천460개를 수집해 이 가운데 '당대회'가 언급된 1천554개 기사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올해 1월에만 1천737회가 언급되는 등 '청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횟수가 총 4천450회로 최다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나 '강국', '선군' 표현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였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북한의 핵심 엘리트는 60대 이상인데 김정은의 나이는 32세로 추정된다. 이는 김정은에게 향후 정권을 이끌 젊은 친위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당대회가 세대교체의 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당대회 보도의 핵심 키워드가 청년인 것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도 7차 당대회에서 청년, 세대교체, 인민생활향상, 백두혈통, 강성국가, 핵과 인공위성 등의 단어들이 핵심단어로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은 당대회 이전부터 김정은 우상화, 신격화에 몰두하고 있지요. 그런데 주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지도자가 "위대하다"고 선전을 하니까 그건 알아 듣겠는데, 그 위대한 지도자가 왜 경제는 제대로 일떠세우질 못하냐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는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김일성과 김정일을 수식하는 '위대한'이라는 표현이 김정은에게도 사용되기 시작했고, 김정일도 쓰지 못한 '수령'이라는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핵실험 이후에는 '김정은 강성대국'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고, '김정은 조선' 등과 같은 우상화 단어가 빈번히 사용됐습니다. '만고절세의 애국자'와 '자주와 정의의 수호자'라는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할 때 사용하던 표현을 올해 들어 김 제1비서에게 각각 11회, 10회 사용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당국자는 "2월 11일 방영된 기록영화 '광명성 4호 성과적 발사' 마지막 장면에 김일성 김정일의 태양상과 유사한 형태의 김정은 태양상이 최초로 등장했다"며 "당대회 이후에는 더 제대로 된 김정은 태양상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북한 인민들이 마음속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그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만 집중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인민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주민들이 핵과 미사일을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인민생활 수준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을 하늘처럼 믿을 수는 더구나 없는 일입니다. 당대회로 우상화는 심해지고 통제도 강화되니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북부 지역의 30대 여성은 지난달 26일 일본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의 통화에서 "당대회를 한다고 경제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잘 살게 해준다는 거짓말만 해 왔는데, 또 당대회를 핑계로 북한 주민만 들볶으니 모두가 지겨워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살아본 저는 이 북한 주민의 마음이 절대다수 북한 주민들의 속마음이라고 확신합니다.

박성우: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당대회에 참가한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요?

고영환: 북한에서 당대회에 대표로 참가한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를 가집니다. 저의 부친이 6차 당대회에 개성시당 대표로 참석하고 돌아오실 때 당대회 대표 증명서, 김일성 선물 명세서 등과 함께 네덜란드산 필립스 천연색 텔레비전과 양복지 등 선물 한박스, 즉 한지함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저는 그때 나라 밖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후에 어머님에게서 들었는데, 아버님이 당대회에서 돌아오신 그 날 온 가족이 모여 김일성의 선물 명세서와 선물을 놓고 둘러앉아 울었다고 합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당대회에 대표자로 참석하는 대표권자와 방청권자들은 영광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로 당, 정, 군의 간부들이고, 그중에서도 선발된 사람이라는 긍지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숫자는 3천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절대다수의 주민들은 당대회에 때문에 고생하고, 통제를 심하게 받고, 장사에도 지장을 받아 빨리 당대회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번에는 정말 절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내심 바라고 있는 경제 개혁, 대외 개방 조치들을 취해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였으면 하는 것이 저의 간절한 마음입니다.

박성우: 36년만에 개최한 당대회가 집권층만을 위한 행사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죠.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그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길 희망하고 있을 거라는 점,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