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한 주민들, 김정은 담화에 얼마나 답답할까…

북한 김정은이 평양 망경대 유희장을 시찰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평양 망경대 유희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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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의 담화가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첫번째 담화가 4월 19일 공개된 데 이어서 지난 8일에는 두번째 담화가 나왔습니다. 실장님도 관심을 갖고 보셨을 텐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김정은의 담화를 두차례 공개했고요. 말씀하신대로 1차 담화는 지난 4월 19일에 나왔습니다. 1차 담화의 기본내용은 "선군이 우리의 존엄이고 생명"이고 이를 위해 군사와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경제 부문도 조금 언급했으나 실제적으로 아무런 권한도 없는 내각에 경제 문제를 집중시키라고 한 것이 전부입니다. 따라서 전반적인 내용은 선군사상을 기본적인 지도 노선으로 잡고 이를 집행해 나갈 것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의 개발 그리고 군사력 현대화와 군사 집중화를 기본으로 끌고나가 체제의 안정을 취하겠다는 것이지요. 이는 경제를 중국식으로 개방하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대다수 북한 인민의 염원과는 정반대입니다. 하지만 이미 김정은은 이 길을 택했으며 이 길에서 한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면 될 것입니다.

북한은 김정은이 지난달 27일 당국가경제기관 근로단체 책임일꾼들에게 한 담화 "국토관리 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 올데 대하여"를 지난 5월 8일에는 발표했습니다. 제목이 좀 생뚱맞은 감이 있는데요. 이 담화의 기본 내용은 평양시를 잘 꾸리고, 특히 김부자의 동상이 있는 만수대 언덕과 시신이 있는 금수산 태양궁전, 그리고 김일성의 생가 만경대를 제일 잘 꾸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계자 김정은의 최고의 관심은 김부자의 생가, 동상 그리고 시신이 있는 장소들을 최대로 잘 꾸리는데 있으며, 이른바 '혁명의 주체'라고 내세워 온 인민대중의 생활과 의식주 같은 것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지요. 지금 북한에서 가장 급한 것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 그리고 겨울에 춥지 않고, 수돗물이 잘 나오게 하며, 전기가 잘 들어오게 하는 문제 등입니다. 인민들이 편하게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나무를 심고 동물을 보호하라고 하니, 이런 담화를 접수받은 북한 주민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지난 9일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평양에 있는 한 놀이공원에서 아랫사람들을 질타하는 모습이 북측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이를 포함해서 요즘 북측 언론은 김정은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김정은이 만경대 유희장을 찾아가서 구내 도로가 깨진 것을 보고 "한심하다"고 했고, 보도블록 사이로 잡풀이 나온 것을 보며 간부들에게 "인민들에 대한 복무 정신을 바로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였다고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나 교시 지시 때에는 이런 잘못들을 지적해 왔지만, 모든 사람들이 보는 일반 방송에서 간부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 전혀 다른 이른바 "인민의 지도자", 인민들의 생활에 관심이 많은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지도자는 잘하려고 하는데 중간에서 집행하는 간부들이 지도자의 뜻을 잘 못 받들어 인민들이 못살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알려 주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판의 화살을 간부들에게 돌리려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도자가 지금 다녀야 할 곳은 놀이공원이나 군부대가 아니라 협동농장이나 황해제철소, 김책제철, 금성뜨락또르 공장, 된장공장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나무를 잘 심고 동물을 보호하라고 지시하고, 이렇게 놀이공원에 가서 풀을 뽑는 모습을 보면 참 의아스럽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식량과 일용품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곳을 다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북측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 중에 특이한 게 하나 더 있지요. 요즘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나 최영림 내각총리의 현지 시찰 모습이 자주 보도되고 있는데요. 김정은과 역할 분담을 한 것 같다는 해석이 있던데요.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최영림이 현지 료해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지요. 최근에는 또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된 최룡해가 능라도 호안공사, 민속공원건설장 등을 잇달아 현지 료해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 때는 없었던 현상들이어서 저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요. 저는 김정은이 아직 젊고 경륜이 적어서 모든 부문을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경제 부분은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기 전에는 성과가 날 수 없고, 또 귀찮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김정은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김정일도 생전에 자기는 군대와 당만 보고 경제에는 손을 담그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후계자인 김정은도 김정일을 따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동안 생긴 일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신숙자 씨가 사망했다고 북측이 유엔에 통보했는데요. 해석할 게 많아 보입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5월 1일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리장곤이 유엔인권최고사무소에 답장을 보내 오길남 씨의 아내 신숙자 씨가 간염으로 사망하였으며 신숙자 씨의 두딸 규원 씨와 혜원 씨가 오길남 씨를 더 이상 아버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알려왔습니다. 경상남도 통영에서 출생한 신숙자 씨는 독일에 갔다가 오길남 박사를 만나 결혼을 하였으며, 오길남 신숙자 부부는 북한 공작원의 말을 믿고 북한으로 갔는데, 경제학 교수를 시켜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대남 방송요원을 하라고 하자 오길남 씨는 기회를 보다가 북한을 탈출하였고, 그의 아내 신숙자 씨와 두딸은 요덕에 있는 15호 관리소에 감금되었습니다. 오길남 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한국 시민들이 구원 운동을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라는 조직을 통해 탄원서를 유엔에 전달했고, 유엔은 이러한 요구를 북한에 전달한 거지요. 그런데 북한이 답변을 해왔어요. 이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박성우: 눈에 띈 뉴스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백두산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핵실험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어났다고 봐도 되겠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한국의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공학과 홍태경 교수가 한국 국회에 제출한 자문서에 의하면 북한이 1, 2차 핵실험을 한 길주군 풍계리가 백두산 마그마층(용암층)과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북측은 풍계리에서 지하 2키로미터를 판 뒤 여기에서 핵실험을 했는데, 그 밑으로 8키로미터만 내려가면 백두산 마그마층이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핵실험이 지하 용암대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요. 실제로 러시아 기상관측위성 테라가 측정한 자료에 의하면 1차핵실험 이후인 2006년 10월 18일 백두산 정상에서 고온의 가스와 열이 분출하였다고 합니다. 이전에 발해가 백두산 화산 때문에 망했다는 설이 역사 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퍼져 있는데요. 화산이 터지면 굉장히 심각한 재앙이 오거든요. 일본과 한국까지도 타격을 받는다고 하는데, 북한은 오죽하겠습니까. 북한이 화산을 자극할 수 있는 핵실험을 하고 있다는 게 참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박성우: 요즘 김정은이 연이어 발표하는 담화를 보면 인민 생활의 향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북한이 정말 이를 이루고자 한다면 현시점에서 해야할 일이 핵실험은 아닌 듯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