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김정은 정통성 부여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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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제7차 당 대회가 끝났습니다. 앞으로 김정은은 당 위원장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당 사업총화 보고에서 눈에 띈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북한 당대회를 지켜보면서 세상사람들, 특히 북한인민들이 제일로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북한이 경제부문에서 개혁개방을 할 것이냐는 점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개혁이나 개방 지어 경제개선이라는 말조차 아끼며 개혁개방 문제를 피해갔습니다. 김정은은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라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역대 당대회에서 사용한 경제발전 '계획' 대신 '전략'이란 표현을 쓴 것입니다. 김정은이 이번에 계획 대신 전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북한의 기간 경제가 목표수치를 설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현재 북한이 지난 4차 핵실험으로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실정에서 그 무슨 목표 자체를 세우는 것이 어려웠으리라는 게 저의 평가입니다.

대신에 김정은은 "우리는 자강력제일주의를 높이 들고나가야 한다, 오늘 우리가 믿을 것은 오직 자기의 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강력제일주의는 김일성이 내놓았던 자력갱생 정신을 조금 더 강조한 사상이며, 이는 북한이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은 소리들을 반복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민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휘황한 설계도'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당대회를 평가하면서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만의 비전(전망)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면서 "인민경제 향상을 위한 새로운 발전전략을 제시하는 데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는 새로운 통일정책, 대외 정책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김정은은 당 사업 총화 보고에서 "남조선 당국은 '제도 통일'의 허황한 꿈을 버리라"며 "제도 통일을 고집하면 정의의 통일 대전으로 반통일 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고 조국 통일의 위업을 성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남한에 의한 이른바 "제도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면서 다른 편으로는 남한당국에 대한 협박을 한 것입니다. 그는 대북심리전 방송과 삐라살포 중지, 서해에서의 군사적 긴장•충돌 위험 해소도 요구했습니다. 김정은의 이런한 언급에 대해 한국군 관계자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재개한 대북 심리전 방송의 위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자신이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만 대화의 여지를 남긴 모양새"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 김정은의 사업총화보고는 김정은이 집권 4년 동안 해왔던 신년사들을 종합한 것에 불과하고 '휘황찬란한 설계도'도 없었다고 봅니다. 오직 김정은이 자신의 집권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급조한 당 대회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노동당 위원장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김정은이 지난 9일 노동당 7차 대회에서 '조선노동당 위원장'에 등극했습니다. 당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맡았던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직을 연상시킵니다. 과거 김일성은 1949년부터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북한을 통치했으며 '김일성 선집' 등엔 이 자리를 '당 위원장'으로 줄여 쓴 표현이 실제로 등장합니다.

부친 김정일처럼 김일성과 함께 18년 이상 북한을 공동 통치하면서 정통성과 권위를 넘겨받지 못한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부족한 정통성과 권위를 김일성 향수를 불러일으켜 보충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1960년대를 황금시대로 기억하고 있으며 그 시대를 이끈 김일성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 위원장이라는 직책을 가지면서 김정은은 자신이 김일성의 정통 후계자, 김일성과 동급의 지도자, 김일성의 모습뿐만 아니라 김일성과 똑같은 직책까지 갖고 있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인민들에게 주려고 한 것입니다. 북한의 시계가 60여년 전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참으로 독특한 체제입니다.

박성우: 권력이동도 주목할만 했지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9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차 전원회의를 통해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당의 핵심 간부 진용을 공개했습니다. 이번에 직위상 변동이 있었던 인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최룡해입니다. 그는 박봉주 내각 총리와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재진입했습니다. 또 신설된 당 중앙위 정무국의 부위원장 명단에서도 가장 앞에 자리했습니다. 내각을 대표하는 인물인 박 총리에게 상무위원 자리가 주어졌다면 당을 대표하는 측근에는 최룡해가 꼽힌 셈입니다. 이번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당 위원장'에 이어 최룡해가 당내 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또 종전의 비서국 간부들이 대거 그대로 이름을 올린 신설된 정무국에 새롭게 포함된 인물들도 향후 북한에서 옛 당 비서의 역할을 맡아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수용의 경우는 건강 이상설이 있는 강석주 국제담당 비서의 자리를 맡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에 오른 것으로 보아 그가 외무상 자리에 올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리만건 군수공업부장도 이번에 정치국 위원과 당 중앙위 정무국 부위원장 자리에 이름을 올려 그가 이전에 전병호 비서가 맡았던 군수공업 비서를 이어 군수공업 부위원장이 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김영철도 당 부위원장과 당중앙군사위원에 이름을 올려 김정은의 측근실세임을 증명했고,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도 중앙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려 빠른 시일 내에 당 정치국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강석주 당 비서와 박도춘 군수담당 비서, 국방위원회 리용무 부위원장 등이 정치국 위원 명단에서 빠져 도태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락겸 전략군사령관도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이름이 빠져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선 것으로 평가가 됩니다. 한마디로 이번 당 대회에서는 대규모의 물갈이는 없었다는 총평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죠. 북한 당국이 당 대회 기간 중 영국 BBC 방송 기자를 추방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건가요? 그리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해 '뚱뚱하다'고 묘사하는 등 부정적 기사를 작성해 구금됐다 추방당한 BBC의 루퍼트 윙필드 헤이스 기자가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윙필드 헤이스 기자는 당 대회 개막일인 지난 6일 북한 당국에 의해 항공기 탑승을 저지당한 뒤 8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고 사흘 만에 추방조치됐습니다. 윙필드 헤이스 기자는 지난 2일 '평양의 주체와 '진짜 사람들'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행원이 김정은을 가리켜 '위대한 지도자 원수'라고 표현한 데 대해 "그가 원수 호칭을 들을 만한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추방 사건은 세계 언론을 통해 퍼져나갔습니다. AFP는 "많은 기자들이 '부정확하거나 무례한' 보도로 재입국이 금지된 경우는 있지만 북한에 체류 중인 기자를 구금하고 추방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AP는 "북한 당국은 외국 취재진이 당대회장과 당대표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고 대신 최신식 병원, 공장, 김일성 생가 등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곳으로 데리고 다니느라 바쁘다"고 꼬집었습니다.

저는 북한이 이른바 김정은에 대한 인민들의 존경과 위대성을 선전하도록 하기 위해 외신기자들을 불렀는데 외신기자들이 날카로운 눈매로 북한의 속모습을 찾아내어 보도하니 무척이나 불쾌해 하다가 본보기로 BBC 기자를 추방한 것으로 봅니다. 좋은 것만 보이려고 하다가 속살만 들키니 북한이 화가 많이 난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 당 대회를 잘 홍보해보려 했는데 역효과만 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뭔가 새로운 게 없었기 때문에 홍보할 것도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