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의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중국 방문은 어떤 목적 하에서 이뤄졌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다들 아시다시피 북한은 올해 2월 핵실험을 한 후 당장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소란을 피웠습니다. 이에 한국과 중국,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나라들 속에서는 '북한은 참으로 괴이한 나라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핵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핵전쟁을 일으킨다고 위협하는가'라는 반향이 있었지요. 특히 중국의 국가주석, 총리, 외교부장 등 최고위급 간부들이 나서서 '북한의 핵개발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며 '한반도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북한에 경고를 보냈고, 실제로도 세관 통관 강화, 경제적 지원 감소, 은행거래 중지 같은 중대조치들을 취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북한을 둘러싼 정세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북한이 '외톨이'로 전락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파견하여 '이제는 대화를 하겠다, 정세를 더 긴장시키지 않겠다, 그러니 중국도 너무 북한을 몰아세우지 말라, 우리는 중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다'는 소리를 하고 싶어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7.27 정전기념 행사가 다가오니 북측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이 행사에 참가하였으면 좋겠다는 초청의 뜻을 전달하려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북한 지도부가 이대로 가만 있으면 체제가 급속하게 위험해 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도 잠시 언급하셨지만, 최룡해는 북한이 "관련국과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고영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5일부터 9일까지 미국을 방문하여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돌아 왔지요. 이제 6월 초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있고, 6월 하순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입니다.
현재 한중미 사이에는 전략 대화들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그리고 최룡해의 중국 방문 의사 표명, 방문 예정 소식 등을 중국이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과 미국에 전해 줄 정도로, 한국 중국 미국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습니다. 이런 한중미 삼각협력과 전략대화 진행은 북한 지도부에게는 거의 공포 수준입니다. 그러니 김정은 제1비서가 급해진 것이고, 부랴부랴 최룡해를 특사로 중국에 파견하여 대화를 하겠다고 나선 것 같습니다.
북한이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이제까지 했던 말들, 즉 남북관계의 전면 중단, 6자회담의 전면 폐기 같은 발언을 뒤집는 것입니다. 북한이 앞으로 6자회담에까지 나올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고요. 북일 회담, 북미 회담, 아니면 남북 회담은 좀 긍정적으로 보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만큼 북한이 바빠졌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또한가지 관심사는 향후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점인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먼저 한 가지 소개해 드릴게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글을 썼던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쉐시스바오(學習時報)' 부편집장인 덩위원(鄧聿文)이라는 사람이 최근 서울에서 한 발언인데요. 그는 북한이 올해 3월초부터 한반도에서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소란을 피운 것은 김정은 제1비서가 중국을 방문하려 하였는데 이를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그랬다는 내용입니다.
전직 북한 외교관으로서 저는 덩위원의 이 발언이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 공식 직책들을 가진 후 중국을 방문하여 최대의 환대를 받는 모습을 기대했던 것 같은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까지 하면서 중국이 대로하였고, 그래서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무산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김정은은 이번에 최룡해를 중국에 파견함으로써 시진핑 주석을 7.27 행사에 초청하고, 시 주석도 김정은 자신을 초청해 줄 것을 바라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력 건설을 김정은 시대의 기본 노선 중의 하나로 정한 상태이고, 반면에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천명한 입장이어서, 두 나라 사이의 견해차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김정은은 왜 최룡해를 선택했을까요?
고영환: 최룡해는 장성택과 함께 현재 북한을 움직이는 실세 중의 실세입니다. 비록 장성택 부위원장의 천거로 총정치국장이 되었으나, 최룡해는 현재 북한군 서열 1위이고 정치국 상무위원이어서 장성택보다 직위가 더 높습니다. 더군다나 올해 3월초부터 북한에 전쟁바람을 일으키고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킨 주역이 북한 군부이고, 군부 서열 1위가 최룡해이니, 실세 중의 실세인 최룡해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지도자들에게 '이제는 위기 조성을 하지 않고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데에도 최룡해가 적임자입니다. 북한의 핵실험 등을 통한 한반도 긴장격화 정책 때문에 화가 많이 나 있는 중국도 최룡해 정도가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어느 정도 인정해 줄 수 있고, 꼬일대로 꼬인 중북 관계도 어느 정도 봉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제1비서가 실세인 최룡해를 중국을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그런데 중국 어선을 북측이 억류한 사건도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요즘 중국의 북한에 대한 감정이 아주 안 좋은 듯 한데요. 중국측 언론의 보도 내용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지요?
고영환: 최근 북한이 중국 어선 한 척을, 중국 측 주장에 의하면, 북한 바다가 아니라 중국 바다에서 납치한 후 1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줘야 풀어주겠다고 하여 중국 내에서는 '북한이 소말리아 해적보다 더 하다, 북한을 가만 둬서는 안 된다' 이런 여론이 비등하였고, 그래서 북한이 부랴부랴 어선을 돈도 안 받고 그냥 보낸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최룡해가 중국을 가자 중국의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조선 특사가 온 목적이 무엇이든 중국은 최근의 입장에서 후퇴하여서는 안 된다, 북한이 계속하여 비열하게 행동하면 북한을 더욱 냉대하고 제재까지 하여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현 입장이 얼마나 강경한지, 그리고 북한에 대해 분노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게 하는 글입니다. 중국은 이전의 중국이 더는 아니며,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끄는 2대 대국입니다. 여러차례 말했지만, 북한은 중국의 이런 입장 변화를 무겁게 받아 들여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와 관련한 소식도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6.15 공동선언과 관련한 기념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공동으로 진행하자고 북측이 남측에 요청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최근 6.15 공동선언 실천 북측 위원회는 남측 위원회에 팩스를 보내 6.15 기념 공동행사를 개성 혹은 금강산에서 갖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행사를 금강산 혹은 평양에서 진행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는 개성이 이례적으로 포함됐습니다.
개성과 금강산은 두 지역 모두 남측이 투자하여 공동사업이 진행되던 곳입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남측 관광객을 북한군이 사살하여 중단되었고, 개성공단 사업도 남측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여 민족 공동사업을 진행하던 중 북측이 근로자를 다 빼 나가면서 중단됐습니다. 이런 지역에서 행사를 하자는 것으로 보아, 북측은 외화 현금이 나오던 개성이나 금강산 사업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의도는 분명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개성공단과 관련해서 북측은 남측 정부가 아니라 남측 기업들에 팩스를 보내고 있고, 이번에 6.15 공동행사를 하자는 것도 남측 정부가 아닌 비정부 개별 단체에 팩스를 보내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남북관계를 보는 통일부가 한국에는 엄연히 있는데, 이렇게 개별 기업이나 민간 단체에 팩스를 보내 대화를 하자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통일전선 사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남남갈등, 정부와 기업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뜻입니다. 대화를 하려면 해당 정부 기관에 전화 한 통만 걸면 됩니다. 북한은 사나이답게 화끈하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김정은 지도부가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정공법을 택해야하지 않겠나, 이런 말도 이해가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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