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 기본틀은 유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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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북한의 변화 없이 대화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최근 국회에서 진행됐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한 주목할만한 발언들이 나왔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이낙연 한국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은 한 대화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기조는 존중돼야 하고, 그 기조는 훼손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왜 '국무총리'라고 하지 않고 국무총리 '후보자'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즉시 총리가 되는 것이 아니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찬반 투표를 해서 국회의원들이 찬성하여야 국무총리가 됩니다. 청문회에서는 후보자 본인이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는지, 군대에는 갔다 왔는지, 앞으로 일은 어떻게 하겠는지, 이런 자질을 세세히 살펴보게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청문회에서 총리 후보자가 북한이 핵을 발전시키는 현재의 정책에 변화가 없으면 대화가 어렵다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이 후보자는 다만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전제에서 북한과 소규모의 시급한 민간 교류와 지원은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었는데요. 이 후보자의 발언은 일단은 남북대화는 하되 그 전에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진용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보면 정책을 예견할 수 있죠. 앞으로 대북관계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가 관심사인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보좌할 안보실 제1, 제2차장에 각각 이상철 성신여대 교수와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을 지난 24일 임명했습니다. 안보실 1차장은 안보·국방개혁·평화·군비통제를, 2차장은 외교·통일정책·정보 융합 및 사이버 안보를 담당합니다. 이상철 1차장은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군비통제차장을 거친 남북 군사회담 전문가입니다. 문 대통령의 경남고등학교 후배인 김기정 2차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네티컷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딴 뒤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을 지냈습니다. 김 차장 역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 온 전문가입니다.

이 두 사람의 임명은 장기적으로 남북관계 복원, 미국과의 균형외교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는 다각적인 국제 공조를 통한 외교 문제"라며 "안보 개념이 전통적 국방안보뿐 아니라 다각적 공조로 북핵 문제를 푸는 외교안보 영역으로까지 확장됐고 종합안보라는 개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정부가 군 출신인 김관진 전 안보실장 지휘 아래 '군사안보'에 중점을 뒀던 것과 달리, 새 정부는 '외교안보'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보다 남북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는데요. 저는 안보실장과 안보실 1, 2차장에 국방안보나 외교 전문가를 임명했다고 해서 새 정부가 남북 대화를 특히 강조한다고 보기보다는 한반도 안보문제, 북핵 문제를 전반적인 국제정세와 동북아 지역정세의 틀 안에서, 그러니까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종합적인 안보의 틀 안에서 보자는 신정부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관련된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남북관계와 관련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좀 있었죠. 일각에선 정책 혼선이라고 벌써부터 해석하기도 하던데요.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을 오랫동안 도왔던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 22일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5·24 조치는 이미 유명무실화됐으니 해제해야 한다"며 "북핵을 없애는 것은 다음 문제이고 당장 북한이 미사일을 증강하는 것을 저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상적인 거래를 하면서 북을 안심시켜 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시행된 '5·24 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방북 등 남북교역 불허,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신규 투자 불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 특보는 이와 함께 "조만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을 대통령과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문 특보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신뢰를 쌓아온 국제정치학자로,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 설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청와대는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5·24 조치 해제나 개성공단 재개 등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어긋난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남북 경제협력보다 민간 교류부터 시동을 거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고, 내부에선 문 특보가 너무 앞서간다며 당혹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문 특보의 발언은 당장 보수 야당의 반발도 부르고 있습니다. 청와대도 이를 의식한 듯 문 특보에게 언론 인터뷰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특보는 "그동안 몇몇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발언했는데 오해가 있을 수 있어 특보 사무실이 차려지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관련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누구든지 평소에 가진 생각이나 소신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부가 들어서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문 특보의 발언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도 아니고 정부의 혼선을 나타낸 것은 더더구나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문정인 교수를 잘 알고 있고요. 문 특보의 발언은 학자로서의 평소의 생각을 언론에 얘기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하지만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는 상당히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그래서 국제사회와의 대북정책 공조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원장님은 어찌 평가하시는지요?

고영환: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2일 언론 성명을 통해 북한의 지난 21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의 활동을 배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 유엔대표부는 추가 제재와 관련해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조준혁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고, 한국이 포함되지 않는 안보리 이사국들 간 협의이기 때문에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우리 정부 차원에서 언급하기는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외교 안보 선이 정비되지 않아 별도 지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한국 외교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직 새로운 정부가 다 들어서지 못한 현재의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정세 하에서, 그리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데 한국이 독자적인 행동을 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합니다. 한국의 신정부는 국제적인 공조로, 그리고 주요 우방국들과의 협조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기본 틀은 그대로 가지고 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박성우: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운영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할 텐데요. 둘 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관련된 사안들입니다. 한국 정부의 해법 찾기 과정에 관심이 가는 이유인데요. 상황이 어찌 전개될 것인지는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시간에 좀 더 심도 있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