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미국엔 효과 없다”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에선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 시험에 성공한 걸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요. 그 의미를 좀 짚어 주시죠.

고영환: 미국 국방부가 지난 5월 30일 북한 등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즉 ICBM으로 미 본토를 공격하는 상황에 대비한 미사일 요격 시험에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은 이날 남태평양 마셜 제도에서 발사한 모의 ICBM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지하 격납고에서 쏘아 올린 지상발사요격미사일로 직접 타격해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남태평양에서 알래스카로 날아가던 모의 ICBM은 발사 70초 만에 태평양 상공 대기권 밖에서 요격 미사일에 파괴됐습니다.

미국은 1999년 이후 실시한 17차례의 미사일 요격 훈련에서 9차례만 성공했는데, ICBM을 대상으로 한 요격 시험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ICBM 핵탄두가 대기권 밖에서 분리된 이후에 음속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것을 요격한 데 대해 미국 텔레비전 방송인 CNN은 "총알로 총알을 맞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짐 시링 미사일방어청 국장은 이날 성명에서 "정교한 목표물 요격은 지상발사요격미사일 체계의 엄청난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가상 적군의 ICBM을 명중시킨 지상발사요격미사일은 3단계로 이뤄진 미국 본토 방어용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두 번째 관문을 맡는 것이다. 1단계는 태평양 해상의 이지스함에서 SM-3 미사일이 ICBM을 격추하고, 이것이 실패하면 2단계로 지상발사요격미사일이 ICBM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한다. 2단계가 실패하면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이 이를 요격하도록 돼 있다. 이번 시험의 성공으로 일부에서 제기된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2~3년 내 현실화할 수 있을 북한의 ICBM 위협을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미국이 총알을 총알로 정확하게 맞출 정도의 최첨단 미사일 요격 시스템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북한이 제아무리 많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만들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던, 미국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그 많은, 정말 쓸모 없는 미사일을 만드는데 귀중한 국가의 재력을 소비하지 말아야 하고 대신 그 돈으로 인민생활을 높여 민심을 얻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바로 다음날, 북측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제든 쏠 준비가 돼 있다는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이건 어떤 맥락에서 해석하면 좋을까요?

고영환: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5월 31일 북한은 "임의의 시간, 임의의 장소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시험 발사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지난 5월 30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겨냥해 진행한 미사일 요격 시험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발표한 다음에 나온 반응이어서 주목됐는데요. 노동신문은 이날 '동방의 핵 강국, 로켓 맹주국의 앞길을 가로막을 자 이 세상에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강력한 전략 탄도로켓들은 앞으로도 연속적으로, 다발적으로 만리창공에 치솟아 오를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노동신문 보도가 미국의 요격 미사일 시험 성공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 즉각적 반응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북한의 선전기구 통제체계상 미국이 요격 실험을 한 직후에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재빠르게 반응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미국의 요격 미사일 실험과 북한 노동신문의 대응 시점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저는 북한의 반응은 그 누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상관없이 우리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라고 하는 정해진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북측은 지난 월요일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죠. 같은 날 미국 측의 대북 압박 조치도 이뤄졌습니다. 이건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지난달 29일 미군 전략무기인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2대가 한반도에 출격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5월 30일 한국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새벽 괌 앤더슨 기지에서 이륙한 B-1B 2대는 이날 오전 10시 반경 동해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39분경 강원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발사 5시간 만에 B-1B 편대가 위용을 드러낸 것입니다. B-1B는 한국 공군 주력 전투기 2대의 호위를 받으며 비행했고, 동해에 있는 미군 칼빈슨 핵항공모함전단과 함께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칼빈슨 핵항모전단은 한 달 넘게 한국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B-1B는 동해 상공에 이어 인근 내륙까지 비행하는 등 2~3시간을 한반도에 머무른 뒤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군 관계자는 "북한 도발 직후 이륙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한반도에 왔다는 것 자체가 북한 입장에선 상당한 군사적 압박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군 소식통은 "지난해 8월 B-1B가 미 본토에서 괌으로 처음 전진 배치된 이후 한반도 지형 숙지 차원에서 더 자주 출격하는 측면이 있지만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그만큼 위중하다는 점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1B는 930km 떨어진 거리에서도 북측 핵심 시설을 반경 2∼3m 범위에서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순항미사일 24기 등 60여t에 달하는 재래식 무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지 다섯 시간도 채 안 되어 미국이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를 한반도에 보낸 건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압도적인 전력으로 응징할 것이란 경고라고 해석합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추가적으로 감행한다면 그 규모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그리고 신속 정확하게 군사적으로도 대응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와 관련해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현재까지는 순풍이 부는 듯한데요.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대북한 접촉 신청을 5월 31일 승인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다른 민간교류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원칙에 따라 승인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남측위원회는 북측과 6·15공동선언 17주년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달 23일 대북접촉을 신청했습니다. 앞으로 양측은 팩스나 전자우편을 통해 실무 협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2008년 이후 9년 만에 6·15 공동행사가 다시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방북 신청이 들어오면 별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6·15공동선언 기념일을 계기로 민간 주도로 남북을 오가며 공동행사를 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북한이 지속하여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와 민간교류는 어느 정도 선 안에서는 승인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남북교류와 협력, 그리고 대북지원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지하고 핵프로그램을 폐기해야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박성우: 남북관계가 쳇바퀴 돌 듯하는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라도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