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도 북한에 등 돌려

우간다 현지 유력 언론들이 지난달 29일 개최된 한-우간다 정상회담 결과로 북한과의 군사 외교적 중단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일제히 보도했다.
우간다 현지 유력 언론들이 지난달 29일 개최된 한-우간다 정상회담 결과로 북한과의 군사 외교적 중단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일제히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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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정상외교를 살펴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에티오피아였습니다. 뭐가 제일 인상적이었나요?

고영환: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물라투 테쇼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활성화, 투자 확대, 인프라(하부토대)협력 강화, 보건의료와 기후변화 등 분야에서의 협조관계를 토의하였으며, 5월 27일에는 하일레 마리암 에티오피아 총리와 함께 아디스아바바 쉐라톤 호텔에서 개최된 '한국 에티오피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지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과 에티오피아는 피를 나눈 혈맹 국가"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마리암 총리는 "형제같은 국가인 한국과 협력을 하고 싶고, 단순한 동맹관계가 아니라 의미있고 상호 혜택적인 비즈니스 관계까지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습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제65주년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식에 참석해 참전 용사들을 만났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한국전에 지상군을 파견한 유일한 나라로, 당시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황실 근위대 소속 자원병 중심으로 파병부대를 결성한 뒤 부대 명칭을 '혼돈에서 질서를 확립하다, 격파하라'는 의미의 '강뉴'로 명명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회 멜레세 회장은 "65년이 지난 뒤 참전용사로서 한국이 다시 발전한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저희의 희생이 값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과 그 이후 1975년까지 시기에는 한국과, 그리고 1970년대 후반기부터는 북한과 친선협조관계를 맺어 온 나라였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할 때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북한과 가장 친한 나라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랬던 에티오피아가 한국과 협력관계, 동맹관계를 발전시키자고 요청하는 것을 보면서 이 세상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두 번째 방문국은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우간다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일이 많았는데요. 부원장님은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박 대통령은 5월 29일 캄팔라 대통령궁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후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우간다의 협조와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무세베니 대통령은 "북한과의 안보, 군사, 경찰 분야 협력 중단을 포함해 UN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정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정연국 한국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양국은 박 대통령과 무세베니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보교류와 교육훈련, 방위산업, 군사기술 등의 협력을 강화하는 국방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습니다.

우간다는 역사적으로 북한과 군사 분야 등에서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밀턴 오보테 대통령 시절부터 현재의 무세베니 대통령 시기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수십년 동안 우간다와 정치, 외교, 군사, 안보, 경제 등 분야에서 협조해왔습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김일성 생전에 세 차례 즉, 1987년, 1990년, 1992년에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과 만났고 그와의 친분도 두터웠습니다. 그랬던 무세베니 대통령이 북한과의 안보, 군사협력 중단을 지시함에 따라 우간다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군대, 경찰 교관단 50여명도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우간다가 북한과의 군사 협조관계도 끊을 것이며 대북 제재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키겠다고 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정말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박성우: 부원장님은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데요. 이번 우간다의 결정을 놓고 북한의 외교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우간다, 에티오피아, 케냐는 제가 북한 외교관으로 있을 때 여러차례 가보았던 국가들입니다. 에티오피아는 북한이 군수공장을 지어줄 정도로 북한과 친하였고, 우간다는 수도에 있는 북한 대사관도 대통령이 공짜로 줄 정도로 북한과 강력한 친선 협조 관계를 가지고 있던 나라입니다. 그랬던 아프리카의 두 거점 국가들이 북한과의 협력관계를 끊거나 줄이고 한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동맹관계를 맺자고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저는 우선 그 어느 국가나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그런 일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큰 변화도 수용한다는 역사적 진리의 정당성을 느꼈습니다. 다음으로는 그 많은 돈을 쏟아 부었던 아프리카마저 북한을 등지는 것을 보면서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점도 실감하였습니다. 북한 외교관들도 저와 똑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박성우: 세번째 방문국은 케냐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거론했죠. 비핵화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케냐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답변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마지막 나라로 케냐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오전 나이로비 대통령궁에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논의하였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케냐타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이에 대한 케냐 측의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케냐는 올해 1월 북한의 핵실험 및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역내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행위를 규탄하고 이러한 행동을 중단할 것을 북측에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에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충실한 이행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북핵 저지 공조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우간다도 한국의 입장에 지지를 표했습니다.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중요 국가들이 북한의 핵을 비판하고 대북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느끼는 고립감은 보다 심화될 것이고 북한의 현지 외교관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통적인 지지대륙이었던 아프리카까지 북한을 버리고 있다는 그 의미를 북한 지도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우간다를 포함해서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남한의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있다고 하죠. 왜 그런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새마을운동 지도자 교육원'이 아프리카 최초로 우간다 수도 캄팔라 근처의 음피지 마을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을 비롯해 200여명의 주요 인사들이 함께한 개원식에서 "새마을운동은 우간다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우간다의 가까운 친구이자 새마을운동의 동반자로 항상 그 길에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채 60년도 되지 않아 극빈국에서 탈출해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한국 사람들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한국의 경제개발 사례를 따라 배워야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음피지 농업지도자연수원은 매년 100명 이상의 농업지도자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간다 일간지인 '뉴 비전'은 5월 29일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 소식을 1, 2면에 걸쳐 실으면서 "사회정치적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한국의 새마을 운동은 빈곤 해소라는 관점에서 아주 효과적인 개발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고 에티오피아의 '더 리포터' 신문은 한국의 산업화는 산업단지 개발과 산업전략, 기술연구 투자 및 혁신, 새마을 운동에 나타난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새마을운동은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1970년부터 시작했던 범국민적 지역발전 운동입니다. 한국이 1970년대에 벌였던 그 새마을운동을 현재 아프리카 나라들이 따라 배우고 있다는 것은 정말 의미가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새마을운동은 북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이 본받겠다고 나서는 새마을운동을 북한도 좀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