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김여정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요즘 주목받고 있습니다. 선전선동부가 김여정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위원님, 이 소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괴벨스'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우상화 선전선동을 총괄해온 김기남 당 비서가 올해 들어 주요 행사에 불참하거나 주석단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한국 정보당국은 김기남이 은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실제 김기남은 지난 4월 초 이후 약 2개월째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와 체제 선전을 전담하는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김여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김기남의 빈자리를 김여정과 리재일 선전부 제1부부장이 채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임신설'과 '출산설'로 잠시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기도 하였지만 김여정은 지난달 29일 47일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김정은을 근접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김일성종합대학 졸업 후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거쳐 선전선동부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다는 점에서 김여정의 역할은 더욱 주목됩니다.
저는 3대 세습체제 고수를 위해서는 김정은 우상화와 주민 사상교육 등 선전선동이 막중하다는 인식 아래 김여정이 과도기에 있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오빠의 우상화 업무를 직접 이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시대 누이동생 김경희가 오빠의 활동을 뒷받침한 것처럼 김여정도 오빠 김정은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뒷받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김여정이 선전선동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 북한의 선전선동 매체에서는 어떤 변화가 감지되고 있나요?
고영환: 북한 방송과 신문들이 최근 문화예술계와 산림청 간부들, 그리고 자라공장 책임일꾼들의 무능을 공개 비판하는 김정은의 발언들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어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거든요.
당 선전선동부의 엄격한 검열과 관리를 받는 북한 매체는 그동안 국내 문제나 정부 관련 사안에 대해 부정적 비판보다 긍정적 내용을 주로 보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김여정이 당 선전선동부의 핵심 실세로 부상한 이후 정부 비판 기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달 19일 김정은이 평양에 위치한 대동강자라공장을 시찰하면서 한심한 공장 상황에 격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간부들의 무능과 굳어진 사고방식" "무책임한 일본새" 등의 표현도 여과 없이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노동신문도 5월 13일부는 "문화예술계만 침체돼 있다. 주저앉아 우는 소리, 조건타발만 하는 사람은 우리 대오에 설자리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지난 31일에는 일꾼들이 산불 방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산불이 발생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간부들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지시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데 대한 조급함이 북 매체 보도에서 엿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긍정적 모범으로 사람들을 감화 교양시키던 방법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특히 김여정이 선전선동 사업을 맡으면서 부정적인 것을 직접 비판하는 방법으로 바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부와 부친이 하던 방법을 손자, 아들이 뒤집었는데 이런 것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맺을지 매우 궁금합니다.
박성우: 앞으로 김여정은 북한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고영환: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김경희 비서와 비슷하거나 혹은 그녀보다 더 권력이 있는 북한체제 2인자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권력의 속성상 김경희처럼 말기에 비참한 삶을 살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경희는 오빠의 권력에 힘을 받아 '김경희 동지가 바로 나 김정일이고 그녀가 하는 말은 내가 하는 말과 똑 같다'고 김정일이 말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였습니다. 김경희 비서의 말은 김정일의 지시와 동급으로 취급을 받았고, 김경희 비서의 분노를 사게 한 행동이나 발언을 한 사람들은 사려졌습니다. 당과 군대의 최고위 간부들도 김경희라면 벌벌 떨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말기에 남편 장성택을 처형당하고 자신은 모든 권력을 잃고 연금 상태가 되는 정말로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여정의 삶의 궤적도 김경희와 비슷할 것입니다. 지금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후에는 김경희와 비슷한 불행한 삶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에게는 김여정 말고도 피붙이가 여럿이 더 있죠. 이들의 미래도 궁금한데요. 어찌 전망하시는지요?
고영환: 김정일의 부인은 모두 4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부녀이며 전 영화배우인 성혜림과 동거하며 첫째 아들 정남을 얻었고, 성혜림과 사는 동안 김영숙과 공식적으로 결혼한 뒤에는 그녀에게서 설송, 춘송 자매를 얻었습니다. 이후 재일교포 출신이며 무용배우인 고영희를 만나 정철, 정은, 여정 3남매를 나았습니다. 그러니 김정은에게는 친형 김정철과 친여동생 김여정, 어머니가 다른 맏형 김정남과 배다른 누이 김설송과 김춘송 등 5명의 남녀 형제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자리에 오른 동복 여동생 김여정 외에는 나머지는 모두 권력에서 배제됐습니다. 아버지는 김정일로 같지만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의 운명은 완전히 다릅니다. 맏형 김정남은 버림받아 모스크바에서 숨진 친어머니 성혜림과 같이 북한에 돌아가지 못하고 해외를 전전하고 있고요. 김일성이 유일하게 인정한 며느리 김영숙이 낳은 배다른 누이인 김설송과 김춘송은 김일성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권은 없이 평양 어느 구석에서 숨죽이고 사는 형편입니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도 이렇다 할 공식 직함이 없이 해외 공연 구경과 관광을 다니며 말 그대로 풍류만 즐기는 한량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김정철은 4년 전인 2011년 2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유명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장을 찾기도 하였고, 지난 5월 20일에는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여자 친구로 보이는 젊은 여성과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김정철은 하룻밤 숙박비가 2,184 영국 파운드에 이르는 고급 호텔에 묵었었습니다. 말 그대로 호화생활은 하지만 권력은 못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김정은의 친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을 제외한 김정일의 다른 자녀들은 평양과 세계 어딘가에 고립되어 숨을 죽이고 살고 있고 그들의 앞날은 암울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좀 여쭤보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좀 더 뚱뚱해진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위원님은 어찌 보셨는지요?
고영환: 북한이 지난 1일 공개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농장 시찰 사진을 두고 김 위원장의 체중이 더욱 불어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2일에 보도했습니다. 사진 속의 김 위원장은 농립모를 쓴 채 인민복 상의 단추는 채우지 않은 모습인데, 특히나 볼록한 배가 눈에 띄거든요.
텔레그래프는 김 위원장이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승계한 이후 두드러지게 체중이 늘었다면서 특히나 이 사진을 보면 그가 "살과의 전쟁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김 위원장이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식습관과 관련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침 이날 유엔은 북한이 기근으로 올 연말 심각한 식량난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인민들은 굶주리는데 지도자는 건강이 위험해질 정도로 너무 잘 먹어 살이 찌는 그런 북한 상황이 우려스럽고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김여정이 당 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김정은과 김여정이 함께 등장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좀 더 자주 접하게 될 것 같은데요. 한 명은 너무 뚱뚱하고 또 한 명은 너무 말랐죠. 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북한 주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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