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수교는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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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일본 아베 총리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북일 관계가 급진전되는 양상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과 일본의 국장급 회담이 성과를 냈습니다. 하나씩 주고받은 모양새인데요. 먼저 회담 결과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과 일본은 국장급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지난달 29일 발표했습니다. 먼저 북한이 납치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본은 북한의 조사 개시 단계에서 독자적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북한 내 일본인 유골, 묘지 처리, 성묘 방문을 협의하며, 일본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검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일 국교 정상화에 대한 의사를 확인한다고 했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달 29일 오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납치피해 문제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재조사에 착수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고 했고, 스가 관방장관은 관련 문제를 조사할 북한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되는 것을 확인한 후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들 아시듯 북한은 지난 70-80년대 많은 일본인을 납치하였고, 그 사실을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대 초 평양을 방문하였던 일본 고이즈미 전 총리에게 공식 사과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납치하였다고 인정한 일본 사람의 숫자는 13명인데 반해 일본 정부가 파악한 숫자는 17명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납북자의 숫자 자체가 다른데서 부터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죠. 북한은 더 이상 납치한 사람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일본은 여러 정황상 납치자가 더 있다고 하여 북일 협상이 그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재일교포인 김정은이 집권하고 나서 총련에 축전을 보내고 납치자 문제를 확대 조사하는 특별조사위원회 설치에 동의하면서 북일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죠.

박성우: 이번 합의는 북한과 일본 모두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이번 북일 협상의 결과를 두고 세계는 김정은과 아베가 일종의 '도박'을 하고 있으며, 이는 두 사람에게 있어서 '양날의 칼'로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일본쪽 아베 총리를 보면, 북한이 납치자 문제에서 진전된 입장을 보인다면 아베 총리의 외교력이 증명되고 일본 국민들 속에서의 지지도가 높아지겠지만, 만일 북한이 특유의 방식으로 시간만 끌면서 일본으로부터 원조나 지원만 받아내고 납치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북한에 놀아났다는 일본과 세계의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2002년 김정일은 납치자 가운데 5명은 생존하여 있고 8명은 사망하였으며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사실조차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은 김정일의 발언을 뒤집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고, 일본인 납치자가 그보다 몇명 더 있다고 발표하더라도 이 숫자를 과연 일본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기 때문에 북일 협상은 다시 난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친모 고영희가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재일교포이기 때문에 일본과 총련에 그토록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김정은이 북일 협상에서 실패하는 경우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 때문에 김정은이 일본에 굽히고 들어갔는데 일본으로부터 아무것도 못 얻어냈다는 소문이 북한에 퍼지는 경우, 역시 '후지산 혈통'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는 말이 돌 수도 있습니다. 이는 김정은의 정통성에 타격을 입힐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이 납치자 숫자를 수정하는 경우 앞서 말씀드린대로 김정일의 발언을 뒤집어 엎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북일 양국이 쉽지 않은 외교적 게임으로 들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박성우: 일본 쪽에서는 벌써부터 아베 총리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양측의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회담의 최종 목적은 관계 정상화이겠죠. 북한과 일본의 수교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기시다 일본 외무상은 지난 3일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아베 총리가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방북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북일이 납치자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이들이 향하고 있는 최종 목적지는 북일관계 정상화, 즉 북일 외교관계 수립입니다.

북한이 원하고 있는 바는 명료합니다. 현재 북한이 처하고 있는 경제적 위기에서 탈출할 유일한 방법은 수교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사죄 배상금, 즉 달러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일본의 대북지원이 이뤄지면, 이는 유엔의 대북제재망에 구멍을 낼 수 있고, 한미일 공조를 깰 수 있으며,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목표도 이룰 수 있습니다. 일본이 1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외화를 북한에 주는 경우, 이는 환자에게 긴급수혈을 하여 살려내는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북한이 일본인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납치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아보입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난제는 역시 북한의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입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그냥 놔둘 가능성도 없습니다. 여기에 유엔 제재문제까지 있고 한국 및 미국과의 관계 문제 등이 얽혀 있기 때문에 북일 수교가 이뤄지고 일본이 북한에 거액을 주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역시 아베 총리와 김정은이 둘 다 예측불가능한 일을 많이 하는 인물이라 북일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죠. 이번 회담에는 북한 보위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큰 역할을 한 걸로 보도됐습니다. 왜 보위부가 개입한 걸까요?

고영환: 북측이 이번 북일 협상에 외교관이 아닌 보위부 간부로 보이는 인물을 보내 주목을 끌었습니다. 김정철이라는 가명을 쓰는 보위부 간부가 수차례에 걸친 북일협상에 참가하였고 막후에서 회담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외교 협상에 왜 보위부가 관여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일본 등에서 납치해 온 외국인, 일본인들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보위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보위부가 외무성 협상에 참여하고 조정하는 것은 비정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보위부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김정은이 보위부를 신뢰하고 있는 까닭에 보위부 인사가 북일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부터 독재국가들에서는 비밀경찰이 외국과의 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경우가 종종 있어서 놀랍지는 않습니다.

박성우: 북일 협상에도 결국은 배상금을 받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런데 항일투쟁의 역사를 강조하며 세운 나라가 북한인데, 김일성의 손자가 이제는 투쟁의 대상이었던 일본과 손잡으려는 현실을 북한의 지식인들과 일반 주민들은 어찌 받아들일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