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중∙단거리 미사일도 제재

9일 북한이 공개한 새로 개발한 지대함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9일 북한이 공개한 새로 개발한 지대함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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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첫번째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대상을 추가했죠. 그런데 제재 강도는 전반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부원장님은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6월 2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안 2356호를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처음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된 이후 7번째이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 이후 첫 번째입니다. 지금까지 6차례에 걸친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모두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중거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처음으로 제재 이유로 삼았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날 채택된 결의 2356호는 북한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북한인의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제재 대상 명단에 최근 미사일 도발을 주도한 북한군 전략로켓사령부와 핵 미사일 개발 자금을 담당하는 고려은행, 무기 거래 관련 업체인 강봉무역과 조선금산무역 등 기관 4곳을 추가했습니다. 또한 해외 정보 활동과 간첩 활동을 지휘하는 조일우 정찰총국 5국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철남 조선금산무역 대표를 비롯한 핵 미사일 관련 자금조달에 연루된 기업인 등 개인 14명도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날 제재 결의에는 대북 원유 공급 금지나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 제한, 북한 여객기의 운항 제한 등 북한 정권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들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명분과 실리를 적절히 나누는 절충을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제재 요구를 받아줘 북한에 경고의 신호를 보내면서도 북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결정적 제재는 비켜갔다는 것이죠.

제가 보기엔 유엔 안보리가 취한 이번 제재 조치는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축적된 분노를 반영한 것 같습니다. 사실 유엔 안보리가 그동안 취한 제재조치들은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반대하여 취해진 것들이었죠.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가 그간 침묵을 지켜온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하여 미사일을 발사하니 그것이 설사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참아서는 안된다는 국제사회의 정서를 반영한 제재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미국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도 이뤄졌죠. 이것 역시 강도는 미약하다는 평가가 있던데요.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6월 1일 대북 독자제재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치의 특징은 북한군과 정부를 정면으로 겨눴다는 것입니다. 제재 대상 단체 10곳 중엔 인민군과 인민무력성, 그리고 국무위원회가 포함됐습니다. 제재 대상이 기존의 노동당 39호실과 군수공업부 등 당 부서에서 국가 기관들로 확대된 셈입니다. 사실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당, 정부, 군부 전체가 포함됐다는 의미입니다. 북한군은 산하에 전략군사령부를 두고 있으며, 여기서 핵과 미사일을 관리하고 시험발사를 하고 있습니다. 인민무력성 역시 전략군을 행정적으로, 후방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이번 제재안이 북한 국무위원회를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국무위원회는 북한이 지난해 6월 헌법을 개정해 신설한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 기관이며 김정일 시대 국방위원회를 대체하는 기구입니다. 김정은의 국가 통치 조직인 국무위원회를 제재 대상에 올림으로써 북한의 대외 활동을 철저히 막아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국 행정부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만들려면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야 하는데 군과 인민무력성뿐만 아니라 북한 내각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반해서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폐쇄적인 사회이고 대외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그 효과가 약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저는 북한이 미사일을 만들고 핵실험을 하는 데 있어 많은 경우 외국에서 불법적으로 전자회로 등 첨단 부품을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이번 제재로 북한이 지출해야 할 비용이 올라갈 수 밖 없을 것이라고 보고요. 또한 돈을 주고 물건을 구하기도 힘들어 제작 기간도 연기되는 등 북한 당국이 겪는 난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박성우: 한국에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과는 상반된 흐름이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습니다.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사의 발언을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2356호를 채택한 회의에서 한국은 '남북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강조했죠. 지난 2일 안보리 이사국인 15개국의 대사에 이어 관련국 자격으로 참석한 조태열 유엔 주재 한국 대사 "모든 회원국이 관련된 제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면서도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위한 협상장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 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고 기회를 잡아서 더 이상의 지체 없이 국제사회와의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의 새로운 시작도 계획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사는 지난 3월 8일 기자회견에서는 "지금은 북한과의 대화를 얘기할 때는 아니다"고 말했었죠. 유엔 무대에서 한국 정부의 강조점이 '압박'에서 '대화'로, '남북 관계'로 이동한 셈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들에 비해 '대화'를 강조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께서 이해하기 쉽도록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남한에선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 정책이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건가요?

고영환: 한국의 조태열 주 유엔 대사가 지난 2일 추가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된 안보리 회의에서 "제재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복귀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죠. 그는 북에 대해서도 '새로운 남북 관계의 시작'을 거론하며 "기회를 잡으라"고 충고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건의 민간인 접촉을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민간 접촉이 완전 중단된 지 1년 4개월여 만입니다.

지금 국제사회의 대북 기조는 당분간 경제적, 외교적 압박에 집중해 김정은으로 하여금 전략적 셈법을 바꾸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북한의 태도를 보면, 남북대화를 하더라도 핵과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노선을 유지하고 경제 지원만 받으며 국제 공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남한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변하는 것은 북핵문제와 북한문제에 대한 해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수정권 하에서는 압박을 가해야 북한이 핵을 폐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진보정권에서는 궁극적으로는 대화만이 남북 충돌을 피하고 북핵을 폐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수정부이던, 진보정부이던 북한의 핵을 폐기하여야 한다는 목표는 동일하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해결 방법이 다를 뿐인 거죠.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8일에도 단거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동해로 쐈죠. 이렇게 되면 남측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대화 노력을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는 쉽사리 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