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연설, 북에 “소귀에 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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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9일 베를린에서 연설했는데요. 북한 지도부도 그 내용을 주목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시죠.

고영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9일 베를린의 명소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연설했지요. 이 문은 동서독 분단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1963년 소련이 서독에 굉장한 압력을 가할 때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이 문 앞에서 독일어로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며 연설을 시작해 서독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곳이고, 또 레이건 대통령이 1987년 6월 다시 이 문 앞에서 연설하면서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총비서에게 "고르바초프 씨 이 장벽을 해체하십시오"라며 연설하였고, 이 연설이 있은 지 2년 뒤 베를린 장벽이 실제로 무너졌습니다. 바로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헬로 베를린"(안녕하세요 베를린) 하며 연설을 시작하였고, 이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베를린 시민들은 "안녕하세요 오바마"를 외치며 답례한 것이죠.

오바마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그리고 정의로운 평화를 위하여 "핵무기 없는 세상"을 세우자면서 핵무기의 3분지 1을 추가로 감축하자고 러시아에 제의했습니다. 현재 전세계 핵무기의 90퍼센트를 미국과 러시아가 소유하고 있는데, 이 전략 핵무기의 3분지 1을 추가로 축소하자고 제의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이란이 추구하는 핵무기 개발을 막고 평화로운 핵사용을 위한 국제적 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지금 전 세계는 핵무기를 없애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오직 북한만이 핵실험을 하며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주의 깊게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 정세로 보아 이는 그냥 "소귀에 경 읽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측이 지난 16일 미국에 당국간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서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를 포함해 쌍방이 원하는 여러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는데요. 그런데 미국은 이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제가 먼저 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는 사실은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 토론할 문제입니다. 북한이 이제 핵무기를 많이 가졌다고 해도 한 다섯 개 정도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과 이런 문제를 토론한다는 건 좀 어불성설인 듯 하고요.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하자고 제의하였고, 미국이 이를 거절했습니다. 미국의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CBS 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입에 발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북한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은 말만 가지고는 제재를 벗어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다시 속지는 않겠다는 것이죠.

사실 북한은 이제까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며 긴장을 최고조로 올린 후 협상을 하고 지원을 받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긴장을 높이는 움직임을 반복했고, 북한에 신뢰를 가지고 대하면서 북한을 믿었던 한국, 미국, 중국 등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이번 대화 제의도 유엔 제재를 풀고, 한국 중국 미국 사이의 협조관계를 헤쳐 놓으며,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본 것 같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북한의 꼼수는 일정 기간은 통할 수 있지만, 이런 것으로 신뢰를 잃게 되면 다음에는 그 어떤 나라도 북한을 믿지 않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을 속이면서 지원을 받는데 성공하고 숨어서 핵개발을 계속하는데 성공을 하였다고 좋아할 지 모르지만, 국가간의 관계나 인간 관계도 똑 같은 게 일단 믿음을 잃고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말로만 그러지 말고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그동안 북미가 합의한 핵폐기 사안들을 준수하면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은 다시는 미국과 세계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지요. 북측은 왜 중요한 제안을 휴일이나 주말에 하는 걸까요?

고영환: 그것이 북한 외교의 특성입니다. 저도 북한 외교부에서 근무할 때 명절이나 주말에 꼭 불려 나와서 중요한 회담 제의나 중요한 조치를 취하는데 참여하곤 하였고, '사람들을 명절이나 휴일엔 쉬게 하지 왜 그러나' 그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북한은 이제까지 중요 제안이나 중요 행동을 노는 날에 자주 했습니다. 멀게는 6.25 전쟁도 일요일 새벽 다들 쉴 때 기습적으로 일으켰고, 가깝게는 한국의 명절이나 미국의 명절 혹은 휴일에 맞추어 제안을 하거나 중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명절날이나 휴일에는 사람들의 심리가 느슨해지고, 중요 대책을 세우거나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쉬기 때문에 대응책 마련에도 시간이 걸리는 빈틈을 노리는 전술입니다. 그러니까 북측은 상대방이 쉴 때 무엇인가를 터뜨리면 상대방이 올바른 대응을 못하고, 또 긴장도 높일 수 있다는 걸 노리는 것이죠.

그런데 북한의 이런 행동은 사실 반대 효과를 가져 옵니다. 노는 날 북한이 이런 기습적인 조치를 취하면 한국이나 미국 사람들은 짜증이 나고, 그래서 훨씬 더 강력한 대응을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런 사소한 것부터 국제적인 규범에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 중요한 진전이 하나 있었습니다. 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처음으로 북한 인권과 관련한 성명을 내놨지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주요 8개국, 그러니깐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나라 8개국이 북아일랜드에 모여 지난 18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서 8개국 정상들은 북한이 핵을 폐기해야 한다고 하였고, 특히 최근 라오스에서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 청소년들은 한국에 오기 위하여 갖은 고생을 하면서 라오스까지 가서 한국 대사관에 도착하기 전에 라오스 경찰에 체포된 후 북한 요원들에게 넘겨져 북한으로 끌려갔습니다. 8개국 정상들은 이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한 우려를 표시함과 동시에 북한으로 강제 북송되고 있는 탈북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인권 침해를 그만 둘 것을 요구했습니다. 8개국 정상들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커다란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현 시기 북한 인권문제와 탈북자 문제가 세계에서 큰 관심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일반 인민은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지도자는 700만달러짜리 요트를 타면서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관측된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고영환: 김정은 제1비서가 최근에 고급 요트를 구입했다고 하지요. 요트라는 것은 백만장자들이 타고 다니는 호화스런 유람선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루이뷔통이라는 세계 명품을 만드는 회사가 제작한 최고급 호화요트 '프린세스 95 MY'를 7백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주고 구입하였고, 최근 열흘 동안 원산 특각에서 휴가를 즐겼다는 것이 세계 여러 신문에 실렸습니다. 요즘은 위성이 발전해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의 호화 요트가 어떤 배인지, 그리고 열흘동안 이 배가 바닷가에서 오고가는 것이 다 잡힌 것입니다. 인민들은 굶주리고 뙤약볕 밑에서 생고생을 하고 있는데, 지도자란 사람은 쌀을 몇 만 톤이나 살 수 있는 거금의 외화로 고급 요트를 사서 휴가를 즐긴다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러면서 어떻게 사회주의 모범의 나라, 인민의 자애로운 원수님이라고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박성우: 인민의 생활을 걱정해야 할 사람이 바로 지도자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북한의 경우는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북한의 인권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사용하는 7백만달러짜리 호화요트가 그 이유를 잘 설명하는 듯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