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 압박 강화하는 배경은?

국무부에서 6월 27일 발표된 2017 인신매매 보고서 관련해 설명하는 틸러슨 국무장관.
국무부에서 6월 27일 발표된 2017 인신매매 보고서 관련해 설명하는 틸러슨 국무장관. (사진: 국무부 웹사이트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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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규정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라고 평가했는데요. 그 이유 중에는 북한과 관련된 것도 있었습니다.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미국이 중국을 4년 만에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재지정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7일에 발표한 '2017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중국을 인신매매 국가 1~3등급 중 가장 낮은 3등급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미국은 2014~2016년에는 중국을 2등급으로 분류했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2013년 이전 수준으로 중국의 등급을 떨어뜨린 것입니다. 3등급에는 중국을 비롯해 북한, 러시아, 콩고 등 23개국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국제적인 인신매매 퇴치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탈북자의 강제북송과 탈북여성의 매춘 노출 등을 주요 인권 유린 사례로 꼽았습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인신매매는 미국 안보와 연결되는 문제"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5만~8만명의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여 북한에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불법적인 수익원을 제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다시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강등된 것은 강제 노역에 노출된 북한 노동자 고용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노력 부족에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를 포함한 여러 대중 무역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북핵 저지 노력에 기대를 많이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중국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핵을 폐기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미국이 느끼면서 그동안 보류했던 대중국 무역 제재의 칼을 빼들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중국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까지 건드리면서 중국이 북한에 더 큰 압박을 가하여 핵을 폐기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저는 평가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대응은 어떠했습니까? 그리고 향후 미중 관계에 대한 전망도 해 주시죠.

고영환: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이 자신의 국내법으로 다른 국가의 인신매매 범죄에 대해 제멋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인신매매 범죄를 없애기 위한 중국의 의지는 확고하고, 그 성과 역시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떤 국가도 자기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4년 만에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재지정한 것은 최근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무역과 인권이란 두 개의 칼을 꺼내 들고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3일 "중국 러시아 등과 북한에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지만, 지난 21일 미국과 중국의 외교 국방장관이 참석한 고위급 회담에선 이와 관련한 발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국무부는 중국 측에 북한과 거래하는 10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중국이 이 기업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북한 문제를 놓고 미중 간에 균열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저는 미중 양측은 각론에서는 의견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전반적인 틀에서는 갈등보다는 협력을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성우: 큰 틀에서 볼 땐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일이 더 많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이야기 좀 더 해 보죠. 요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북한을 압박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압박을 위한 양측의 공조를 강조했는데요. 어떤 맥락에서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은 엄청난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며 "북한에 뭔가를 해야 하고, 북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신규 제재에 인도가 동참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북한의 주요 교역국은 중국, 인도, 필리핀, 러시아 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4월 초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이끌어 낸 데 이어 최근 인도, 러시아 지도자와 잇달아 만나는 것은 '북한 고사작전'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현재 인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에 무기 수출을 중단했고, 식품 의약품을 제외한 물품의 수출은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인도 총리에게 "북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 로켓 엔진 실험을 하는 등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의미입니다.

북한과 인도는 1980년대말까지는 쁠럭불가담운동 안에서 친선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연이어 국제질서를 어지럽히고 국제규범들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인도와 북한의 관계는 나빠졌고 현재는 인도가 대북한 유엔안보리 제재결의들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형국입니다. 중국에 이어 세계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까지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을 보면 북한이 현재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커다란 비판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말했는데요. 이게 북한에 의미하는 바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마이클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 국장은 지난 24일 미국 MSNBC와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에게 북한에 관해 묻고,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질문한다"며 "내가 북한 관련 보고 없이 백악관을 빠져나오는 날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례적인 언급이죠. "북한이 지금처럼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었던 적은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폼페이오 국장은 이날 "미국은 지난 20년간 북한이 자신의 색깔을 바꿔 서구 문명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며 "그러나 지금은 강하고 정교한 대북 압박이 없는 상태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핵과 미사일로 폭주하는 북한을 바꾸려면 압박 수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매일 CIA의 북한 동향 보고를 받고 대응책을 묻는 것은 미국이 북핵을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다루고 있음을 뜻합니다. CIA는 지난달 북핵 관련 정보를 총괄하는 특별 조직인 '코리아 임무 센터'까지 설립했습니다. CIA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정보 총괄 조직을 만든 것은 처음입니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이,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북한은 하나의 행동, 하나의 발언을 심사숙고하며 해야 할 것입니다. 내일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결국 김정은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성우: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건 이번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보더라도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 핵을 고집하면 할 수록, 미국의 중국과 북한을 향한 압박은 그 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