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은 북한에 ‘격세지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 참석,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환영사에 앞서 박수를 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 참석,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환영사에 앞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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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서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은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주목할 부분이 많았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지난 3일 정상회담을 끝낸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죠. 이 성명은 1년전의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비해 북핵에 대한 경고의 도수가 세진 점이 특징입니다. 1년전 공동성명에서는 '한국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우려를 표시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면서 '이와 관련해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는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며...'라고 적었습니다. '한국측'이라는 표현 대신에 '양측'이라는 표현과 '확고히 반대'라는 문구가 들어감으로써 북핵을 반대하는 두 나라 정상의 강경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중 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하게 반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계속되는 군사적 위협과 도발 의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백하게 밝힌 것이죠.

중국이 북한의 이웃국가이고 지난날 북중 양국이 피로서 맺어진 전우라고 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중국의 입장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이 북한에 가지 않은 것도 그런데 김정은이 통치노선으로 규정한 핵.경제 병진노선을 반대하고 김정은의 거듭되는 대남 도발에 경종을 울렸다는 것은 정말 천지가 개벽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의미가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측에겐 격세지감이었을 것 같습니다. 북한 지도부에게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중국 지도자가 평양을 먼저 방문하지 않고 서울을 방문하였다는 사실이 굉장히 이례적이고요. 김정은도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지요.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시진핑 주석이 서울을 방문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 확대 정상회담을 시간을 늘려가면서 진행하였고, 4일에는 특별 오찬도 함께했습니다.

불과 64년 전에 한국과 중국은 총부리를 맞대고 싸운 나라이고 북한은 중국과 함께 한국을 반대하여 싸웠었죠. 그랬던 중국이, 중국 주석이 한국을 먼저 방문하여 김정은의 기본 통치이념인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고 김정은의 도발을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한은 북한, 특히 김정은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제가 북한 외교관으로 있을 때 중국 중앙부처의 한 개 국장이 서울을 방문하여도 김정일의 분노가 대단하였습니다. 하물며 중국의 1인자가 평양을 먼저 가지 않고 서울에 와서 김정은의 통치 노선을 비판하니 그 분노의 정도는 가늠하기 힘들 것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이번 방한에서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과 드레스덴 통일 구상을 지지하였으니 정말 지금 평양의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할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합니다. 중국의 태도에 분노한 북한은 러시아와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난국을 돌파하려 들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대북한 제재를 반대할 수 없을 것이고, 천연자원만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러시아가 북한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박성우: 북핵 이외에도 한중 양국 정상은 다양한 현안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위원님께서 주목하신 점은 무엇인가요?

고영환: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무담당 국무위원 사이의 전략대화를 강화하기로 했고요. 중국군과 한국군 사이의 직통전화 설치에 합의했습니다. 한때 총부리를 마주대고 싸웠던 두 나라의 군대가 직통전화를 설치할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걸 의미하죠.

이런 정치 안보적 측면 외에도 양측은 경제적 문제에서도 많은 합의를 봤는데요. 두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연내 타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FTA를 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연내 타결을 목표로 공동의 노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죠.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을 맺는다면, 이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협조가 최고의 수준에 이른다는 의미이고 두 나라의 경제가 호혜적인 틀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안보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에 투자하고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고 한중 기업들이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그 누가 한국을 공격할 때 한국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경제도 공격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죠.

이에 한가지 더 첨부한다면, 한국과 중국이 영사협정을 맺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협정은 상대국 국민이 체포, 구금되었을 때 본인이 요청하지 않더라고 4일 이내에 영사기관에 통보하고 영사접견을 4일 내에 보장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국민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든 셈입니다.

박성우: 정상회담 말고도 지난 한 주 동안 북한과 관련해서 일이 많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오기 전에 북한이 동해쪽으로 단거리 발사체와 미사일을 연이어 쐈지요.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인 지난 2일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시 주석의 방한이 결정된 이후인 지난 달 26일에도 미사일 3발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서 특별한 현안이 없는데 북한이 연속하여 미사일을 쏜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에 분노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화는 나는데 중국이나 황해에 미사일을 쏘면 중국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니 동해로 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죠. 북측은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특별제안'이라는 걸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 의도는 어떻게 풀이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달 30일 대남 특별제안을 하였습니다. 내용은 대북 심리전 중지, 서해 북방한계선에서의 군사훈련 중지,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중지, 군사적 적대행위 금지 등을 담고 있고, 이를 7월 4일부터 실행하자고 제안한 것이죠.

북한은 한국 정부와 대통령을 상대로 먼저 험한 말들로 비난하고, 군사훈련을 하고, 계속하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긴장시켜 왔는데, 오히려 한국에 군사훈련을 중지하라는 논리에 모순되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물론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제안을 거부하였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7월 1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군사적 긴장 고조와 남북경색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핵문제 해결에서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했습니다. 특별제안이라고 하면서 핵문제는 언급도 하지 않고 평화적 분위기 조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도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제안은 크게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대북 심리전 금지인데요. 이는 북한 지도부의 내부 사정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의 재일동포 혈통이 문제가 되어 현재까지 북한은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외국 매체들과 한국 언론, 그리고 탈북단체들이 북한에 계속하여 김정은의 이른바 백두혈통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죠. 김부자 우상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북한으로서는 가장 가슴아픈 문제일 겁니다. 그래서 대북 심리전을 금지하라는 것이겠죠.

다른 하나는 군사훈련을 중지하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미사일과 해안포를 쏘는데 한국군은 훈련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북한은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한반도를 둘러싸고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진 한 주였습니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을 놓고 북한 지도부가 어떤 셈법을 하고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입니다. 아마 머리가 굉장히 복잡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