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서 이례적으로 북한의 입장이 모두 빠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브루나이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열렸는데, 올해는 특이하게도 의장성명에서 북한측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브루나이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연례 외무상 회담이 지난 2일 끝났습니다. 여기는 한국에서도 갔고,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도 참여했습니다. 모두 합쳐서 27개국 외교장관들이 참석했는데요. 회의가 끝난 후 의장성명이 채택됐습니다. 이 성명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의무들과 핵을 폐기하도록 한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의 의무들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특이한 것은 의장성명에서 북한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의장성명은 역대적으로 소수의 입장도 의장성명에 반영하는 것이 통례였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비록 소수에 속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을 성명에 담았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는 포럼 참석 국가 중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나라가 단 한 나라도 없었다는 점을 뜻합니다. 현재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얼마나 반대하고 있는지, 북한이 얼마나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는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북한은 변해야 합니다. 인간도, 기업도 변해야 사는데, 하물며 한 국가가 세계적인 흐름을 반대하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이런 사회는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오늘은 북한의 외교와 관련된 질문을 좀 더 드리겠습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서는 우방국을 상대로 하는 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듯 합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최근에 러시아를 찾았지요. 러시아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고영환: 지난달 19일 중국을 방문했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보름 만에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김 제1부상은 티토브 외무성 제1차관, 모르굴로브 차관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후 러시아 외무성이 보도문을 발표했는데,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원칙들에 기초하여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환경조성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김계관 제1부상 외에도 나홋카(나호드카) 주재 북한 총영사 림청일이 연해주 주지사를 만나 콩과 옥수수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자고 제의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벌목공들, 건설노동자들, 봉제인력, 즉 재봉틀을 움직이는 노동자들을 러시아에 보내겠다고 여러 통로를 통해 제의했습니다.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구애가 치열한 것이죠.
김계관 제1부상의 러시아 방문 등은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을 자신들의 형제 국가로 계속 잡아두어 한국, 미국, 일본의 남방 삼각공조에 맞서서 북한-중국-러시아의 북방 삼각공조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중국이 북핵을 해체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러시아도 핵 관련 9.19공동선언을 이행하라고 압박하는 형국이어서 북한의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두 번째로,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외교술의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중국과 소련을 두고 가운데서 줄타기하며 이득을 취하는 외교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러시아에게 구애 작전을 펼치며 중국에 대고 '중국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면 러시아와 협력하겠다'는 압박 외교를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이전 시대와 다릅니다. 이를 북한은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 간의 연락창구를 보통 '뉴욕채널'이라고 부르는데요. 북한에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차석대사가 이 뉴욕채널을 담당하지요. 최근에 장일훈이라는 북한 외교관이 뉴욕채널을 담당하게 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는데요. 장일훈은 어떤 인물인가요?
고영환: 장일훈은 저의 외국어 학원과 외국어 대학 후배입니다. 외국어 대학을 졸업하고 가이아나(Guyana)에서 유학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그만 둔것 같고요. 영어에 능통하고 실력있는 외교관입니다. 원래는 미국 전공이 아니고, 국제기구국에서 오래 근무했습니다. 최근에 미국국으로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기구국에서 과장을 지낸 사람이라 전임인 한성렬 공사보다는 급이 좀 떨어집니다.
한성렬 공사 후임으로 장일훈이 미국과의 소통의 임무를 맡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장일훈이나 한성렬이나 모두 본부의 엄격한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라, 급이 높으냐 낮으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뉴욕채널을 움직이려는 지도부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사실 북한이 미국하고 접촉하려면 뉴욕 외에도 베이징, 모스크바, 스위스 같은 곳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역시, 북한 지도부가 진심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느냐는 점이지요. 그렇다면 북한은 비핵화에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 간에는 현재 인도주의적 사안이 하나 걸려 있지요. '케네스 배'라는 이름의 한국계 미국인이 북한의 교화소에 갇혀 있는데요. 최근에 조선신보가 배 씨의 교화소 내 생활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지난 3일 조선신보는 이른바 '공화국 적대행위'로 북한의 교화소에 수감된 케네스 배의 생활을 공개했습니다. 조선신보에 의하면 기자가 직접 교화소에 가서 취재했는데, 배씨는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노동을 한다고 하지요.
저는 조선신보가 공개한 사진들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는데, 이는 교화소가 아니라 무슨 초대소 같았습니다. 감옥이라는 것이 호텔방 같았고, 심지어 라지에타도 있었고, 침구류도 너무나 깨끗하고 화려했습니다. 농사일도 혼자서 마치 소일감으로 일하듯이 편하게 하고 있는 사진을 보고 저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 정도라면 북한을 왜 인권탄압 국가라고 하겠습니까? 저 정도의 방에서 감옥생활을 하는 나라는 아마 스위스 같이 발전한 나라 정도일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 교화소에서 살아남아 한국에 온 탈북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교화소는 완전히 지옥 같은 곳입니다. 북한이 배 씨를 저런 초대소에 가두고, 대접을 잘하고, 기자를 받아들여 취재까지 허용을 하는 것은 다분히 미국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체제선전 수단으로, 미국과의 대화재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미국 사람을 이렇게 잡아놓고 있으니, 높은 사람이 와서 벌금을 내고 데려가라, 높은 사람이 미국에서 오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배씨가 미국에 돌아가면 '북한 감옥이 미국 감옥보다 더 낫다'고 말하게 함으로써 거세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압력을 낮춰 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제 북한이 그런 연극을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6.25 전쟁 당시 사망한 중국군 유해 360구를 송환하겠다고 제의했습니다. 위원님, 이게 뜻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저는 몇해 전에 박성우 기자와 취재를 위해 경기도에 있는 이른바 '적군묘지'를 가본 적이 있습니다. 6.25 전쟁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중국군과 북한군의 시신을 매장한 곳인데, 저는 '한국은 적군의 묘지도 만들어 놓고 관리하는구나, 참으로 대단하다, 이래서 한국이 북한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고,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잠을 잘 이루지 못했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 가셨을 때 한국 땅에 묻혀있는 중국군 유해 360구를 중국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했고, 중국은 이를 환영했습니다. 이번 송환 제안은 한국의 인도주의의 높이를 보여준 것이죠. 그리고 '비록 60여 년 전에는 두 나라가 같이 싸웠지만, 이제는 친구가 되었으니 전쟁에서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주겠다, 우리는 더이상 적이 아니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도주의적 사업들이 한중 간 유대를 더 강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정전협정 60주년이 7월 27일이지요. 한때 적으로 싸웠던 한국과 중국이 이젠 친선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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