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의 재개를 위한 남북간 대화를 모두 "보류"한다고 남측에 통보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의 재개를 위한 대화를 하자고 먼저 제안했던 게 북측인데, 하루만인 11일 북측은 이 제안을 "보류"한다고 남측에 통보했습니다. 왜 이랬을까요?
고영환: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10일 북한은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회담들을 진행하자고 전격 제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통일부는 우선 개성공단 회담에 집중하고, 금강산 관광 회담은 추후에 하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은 하자고 역제의했지요. 하루 뒤인 지난 11일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위한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을 모두 보류한다고 통보해왔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온 것은 한국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은 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은 추후에 하자고 한 데 대한 반발로 보입니다.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회담과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동시에 제의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에게 이산가족 상봉은 부담이 되는 문제입니다. 북한에서 월남자 가족들을 심하게 다뤄왔고, 이런 월남자 가족들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텔레비전에 비쳐지면 북한 사람들이 "아, 월남자 가족들이 살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요. 이는 북한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한 것은 그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원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이 1년에 번 외화가 4천만 달러가 넘었는데, 이것이 중단되니 타격이 컸겠죠. 그래서 관광사업을 재개해 외화를 벌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항상 한국에 원조를 요구했었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기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로 한국으로부터 수십만 톤의 쌀과 비료를 지원받았습니다. 이게 북한으로서는 다 아쉬운 거죠. 그런데 한국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먼저 하고 금강산 관광 회담은 나중에 하자고 하니, 북한이 두 회담을 모두 보류했습니다. 이 사실만 보아도 북한이 어디에 관심을 더 많이 두는 지 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제안을 사실상 자진 철회하긴 했지만, 애초에 이런 제안을 내놨다는 것도 상당히 뜻밖이었다는 반응이 있지요. 북측의 연이은 대화 공세에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북한이 고위급 당국간 회담, 개성공단 실무 회담,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 이산가족 상봉 회담 등 다발적인 대화 공세를 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불과 3-4개월 전만 해도 '핵전쟁을 하겠다', '서울과 워싱턴을 날려 버리겠다', '남북관계는 완전 중단이다' 이런 말을 하던 북한이 지금은 대화 총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정말 한 국가가 저렇게 변할 수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이렇게 대화 공세에 나서는 것은 북한이 처해 있는 대내외 정세가 긴박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우선 북한이 2010년 한국 영해에서 정상적인 순찰 활동을 하던 한국의 경비함을 몰래 어뢰로 공격한 후 한국 정부가 모든 남북 경제활동을 중단한 5.24 제재 조치와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취임한 후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을, 선의와 진실성에는 대화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주욱 견지해 온 결과로 인해 북한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고, 이를 타개할 필요를 느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외관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올해 2월 핵실험을 한 후 중국이 강력한 유엔 제재 결의안에 찬성하고 실제적으로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를 실시하면서,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한 결과, 북한이 중국에서 받던 지원이 줄어들고 무역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니 굉장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데서 빠져 나오려면 돌파구가 필요하지요. 북한은 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파상적인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그런데 북측이 대화에 나서고는 있지만,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남과 북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 회담을 열었지만 성과없이 종료하였고, 7월 15일 회담을 다시 열기로 했습니다. 회담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한국과 북한 대표단의 입장차가 컸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입장을 먼저 말씀 드리면, 개성공단 가동에 저촉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라, 6.15공동선언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지키자, 이런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무엇보다 개성공단이 안전한 공단이 되어야 하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누가 들어와 보아도 이제는 북한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통행과 통신을 차단하고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일이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입장이었지요.
한국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한 돈이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수많은 원료와 기계가 북측 개성지역에 남아 있는데, 북한이 하루아침에 공단을 폐쇄한다고 발표하여 공단 운영이 중단되고 개성에 투자하였던 많은 기업들이 손실을 입었습니다. 지금 세상에 어느 나라가 자기 나라에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들어와 투자하고 일하는 기업들을 이렇게 하루아침에 쫓아내고, 폐쇄하고, 사람들을 마음대로 오가지도 못하게 합니까? 지금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자기 나라에 투자하는 나라들에게 최상의 혜택과 대우를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투자자와 기업인들이 마음대로 오고가지도 못하게 하고, 원료 자재들을 가지고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을 한꺼번에 철수시키는 등 21세기 대명천지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들어와 생산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거죠.
한국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고, 기업들이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을 지킨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개성공단 등의 문제들을 풀어야 할 때입니다.
박성우: 주제를 좀 바꿔보죠. 북측이 요즘 7월 27일 휴전 60주년 행사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중국측이 이 행사에 얼마나 성의를 갖고 참석할 것인지가 관심사인데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북한의 이른바 '전승 기념일'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중국을 주시하는 이유를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최근 북한이 최룡해 총정치국장, 외무성 1부상, 당 국제부 부부장 등을 연속하여 중국에 보내고 있습니다. 핵실험으로 무너진 북중관계를 복원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7.27 이른바 '전승절'에 고위급 중국 대표단을 초청하는 문제, 김정은의 중국 방문 문제 등을 토론하기 위해서인 듯 합니다. 그런데 초점은 중국이 과연 이른바 '전승절'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지 여부에 쏠려 있습니다. 어느 정도 급의 대표단이 가는가에 따라 중국이 북한을 어느 정도로 대우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7월27일 행사를 위해서 북측이 외신 기자들을 대규모로 평양에 초청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그 의도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은 7.27 이른바 '전승절'에 원수복을 입고 행사장에 나와 60년 전 김일성이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을 사열한 장면을 연출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의 환생한듯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외신기자들에게 김정은의 이른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대규모의 군사 열병식을 하여 북한 군대가 세상 최고라는 식으로 자랑하려는 것 같습니다.
지금 미림 비행장에서 1만명 이상의 군인들이 열병식 훈련을 하고 있고, 각종 장비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열병식은 잘사는 나라들도 돈이 많이 든다고 하지 않는데, 주민들이 굶고 있는 북한에서는 이렇게 대규모 열병식을 한다니 참으로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꺾어지는 해이니만큼 번듯하게 행사를 치르고 싶겠지요. 하지만 위원님께서 지적하신대로 북측 지도부가 주민들의 삶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좀 보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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