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당 간부들을 상대로 기강 잡기에 나섰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 전역의 당 책임일군들이 최근에 백두산 답사 행군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책임일군이면 높은 자리인데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 로동신문은 지난 달 31일 '전국 당 책임일군들의 백두산 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이 사작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에서 전국 당 책임일군이라 함은 시 군당 비서 이상, 도당 부장 이상급의 당 간부들을 의미합니다. 전국 지방 당 책임일군들이 모두 량강도에 모여 백두산 답사를 한다는 의미죠.
김기남 당 중앙위 비서는 이번 행군이 김정은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고, 행군을 하는 목적은 백두의 혁명 전통이야말로 조선혁명의 영원한 생명선이라는 것을 뼈와 살에 새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도 북한에서 평양외국어학원과 평양외국어대학을 다닐 때 각각 1회씩 두 번이나 백두산 답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혜산에서 보천보, 삼지연, 백두산, 대홍단 등을 거쳐 함경북도 연사군으로 빠져 나오는 10여일 간의 행군이었습니다. 참으로 북한은 변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1970년대 하였던 것을 그대로 아직도 하니 말입니다.
김정은이 이번에 전국 당 책임 일군들을 동원하여 백두산 지구 답사 행군을 조직한 목적은 우선 당 간부들이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하고 당 간부들의 기강, 즉 당 간부들이 바짝 정신을 차려 김정은을 이른바 '충성'으로 받들게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 연대장 이상 고급 군관들에게 답사 행군을 시킨 것이 그들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 맹세를 받아내고 그들을 장악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면, 이번엔 당 간부들이 그 차례인 것이죠. 물론 김정은이 당과 군대의 간부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흔드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군 기강을 잡기 위해 고위급 장령들을 상대로도 행군을 시킨 바 있습니다. 그런데 성과가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전투기가 훈련 중에 자꾸 추락한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고영환: 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난 달 30일 '비행 훈련에 나섰던 북한의 미그 19기가 지난 6월과 7월에만 세 대가 추락하였다, 그리고 지난 7월 초 곡산 비행장에서 이륙한 미그 19기가 추락한 뒤 동 기종의 전투기 훈련이 중단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그 19기는 1953년 구 소련이 개발한 매우 노후한 전투기입니다. 현재 미그 19기를 운용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습니다. 노후화되고 정비도 안 되고 비행사들의 훈련도 부족하니 북한 공군기가 계속해서 추락하고 조종사들이 사망하는 거죠. 이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지난 달 30일 김정은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군은 평북도 묘향산 일대에서 동쪽으로 신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하였습니다. 오전 7시 30분에 발사한 방사포탄 두 발은 비행 시작 3-4초 후 추락하여 폭발하였고, 오후 5시 50분에 발사한 방사포탄 두 발 중 한 발은 130여km, 다른 한 발은 220여km를 날아갔다고 하는데요. 성공률이 50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의미죠. 김정은이 참여한 가운데 발사한 방사포탄 성공률이 절반이니 일반 사격에서는 그 정도가 얼마인지 가늠이 안됩니다.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국제 관례에 따르면, 신형 로켓 등을 시험 발사할 때 주로 바닷가나 사막에서 합니다. 인명 사고가 날까봐 그러는 거죠. 그런데 북한은 내륙 깊은 곳에서 쏘고 있습니다. 만약에 땅에 떨어져서 사람들이 다치면 어찌하려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북한은 '아무 곳에서나 쏘아도 명중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사람들의 생명을 경시하는 지도부의 생각이 놀랍습니다. 전투기도 떨어지고 로켓도 떨어지고, 북한군의 노후화와 기강 저하가 어느 정도로 심한지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사회 소식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5천원짜리 지폐가 새로 나왔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지난 달 3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최근의 북한 동향에 대해 보고하였는데요. 그 보고에 따르면, 북한이 지날 달 말부터 5천원 짜리 신권을 발행하여 구권과 교환 중이라고 합니다. 신권 5천원짜리에는 원래 있던 김일성 주석의 얼굴이 빠지고 앞면에 만경대 사진을 넣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새 지폐가 나오면서 주민들이 깜짝 놀라고, 사재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신권 발행이 또 다른 화폐개혁의 전조가 아니냐는 추정 때문이었을 겁니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어 처음으로 시도했던 것이 2009년 화폐 개혁이었는데, 아마 사람들은 당시 화폐개혁의 실패를 다시 머리에 떠 올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번 5천원짜리 새로운 지폐를 발행한 것은 지하로 숨은 돈을 양지로 끌어내고 부정축재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생활적으로는, 5천원짜리에 김일성의 얼굴이 있는데 지폐가 구겨지면서 김일성의 얼굴도 훼손되니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이를 막으려는 것도 한 원인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신권 발행이 화폐개혁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요. 그렇지만 신권과 구권 교환 과정에서 혼란이 좀 일어나지 않겠나 싶습니다.
박성우: 좀 가벼운 소식을 살펴보죠. 북한에서도 요즘 여성들은 굽이 높은 신발을 좋아한다는데요. 위원님 북한에 계실때는 어땠나요?
고영환: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7월 30일 평양발 기사에서 보통강신발공장을 소개하며 현재 북한의 젊은 여성들이 키높이 구두를 좋아한다고 전했습니다. 신발공장 지배인은 요즘 여성들은 '구두굽이 5센티 이하짜리 낮은 굽 구두는 신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모란봉 악단 여배우들이 높은 굽 구두를 신으면서 유행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평양에서는 남자들도 발끝이 길죽하고 뾰족한 구두를 신는다고 하죠. 여성들은 뒷굽이 높은 신발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굽이 높은 구두도 신는다고 합니다. 사실 북한에서 굽이 높은 구두를 처음 신은 사람은 김정일 전 총비서입니다. 그는 낮은 키를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하여 스위스나 이탈리아 등에서 특별히 제작하여 구두 높이가 7센티 정도 되는 구두를 신고 다녔습니다.
물론 저는 북한에서 있을 때나 외국에 나가 현지 외교관으로 일할 때나 다 굽이 보통인 구두를 신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다닐 생각은 못 했고요. 일부 여성들, 외교관 부인들이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니다 걸리면 부르죠아라고 비판을 받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젠 북한 여성들이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다니고, 남성들도 여기 서울 남자들처럼 앞이 뾰족한 구두를 신고 다닌다고 하니, 이런 작은 변화들이 결국 북한을 변하게 만들 것 같아 기쁩니다.
박성우: 북한 주민들은 1년에 커피를 평균 7잔 정도 마신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위원님은 북한에 계실 때 커피를 드셨는지요?
고영환: 국제커피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북한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1만9천 포대의 커피를 수입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포대당 무게는 60kg입니다. 이를 북한 인구 숫자로 나누면 북한 주민들이 평균 1년에 일인당 커피 7잔을 마신다는 수치가 나옵니다.
한국인들은 일인당 평균 280잔을 일년에 마십니다. 북한 사람들보다 40배의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많은 차이가 나는 거죠. 저도 현재 한국에서 하루에 평균 두 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심장에 두 잔 정도의 커피가 좋다고 하여 그리 마시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에 있을 때에도 커피를 마셨습니다. 외국에서 북한으로 소환될 때 커피를 많이 사갔고, 해외 출장을 다닐 때도 커피는 꼭 사갔습니다. 그 시기 북한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수가 극히 적었습니다. 지금은 평균 7잔으로 나오니,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서 이것도 기분이 좋은 소식입니다.
박성우: 그렇죠. 북한 사회는 이렇게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북한 지도부뿐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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