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이 오는 14일 재개될 예정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예,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개성공단을 살려보려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나보다' 싶었던 순간, 그 불씨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오는 14일에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다시 열리는데요. 위원님, 일단 환영할 일인 거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지난달 25일 이후 중단되었던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14일 재개될 예정입니다. 한국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회담을 제의한다고 한 게 지난 7월 28일이었고, 한국 정부는 북측이 답변을 하지 않고 버티자 개성공단 폐쇄 수순의 첫번째 조치로 간주될 수 있는, 개성공단에 입주해 피해를 본 기업들에게 경협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했고, 바로 1시간 후에 '회담에 응하겠다'는 내용의 조평통 대변인 성명이 나왔습니다. 이 성명에서 북측은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를 해제하며, 기업인들의 재산 보호, 신변 보장 등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은 실무회담을 8월 14일 열자고 제의했습니다. 북측의 이 제안이 있은지 불과 2시간 안에 한국의 통일부는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죠.
이는 남과 북을 위해 일단 긍정적인 조치로 생각할 수 있으며 환영할 일입니다. 개성공단은 통전부 김양건 부장이 지난 4월에 운영 중단을 지시한 후 북측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고 남측 기업인들의 왕래를 금지하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그 때 남측 기업인들이 물자와 완제품을 승용차위에 가득 싣고 판문점을 통과하는 화면들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퍼졌고, 이를 지켜본 세계 사람들은 '과연 저런 나라에서 어떻게 기업과 투자 활동을 할 수 있는가, 참 괴상한 나라다' 라는 말들을 쏟아 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중단시키면서 받은 피해는 매달 800만 달러 이상의 현금과 5만여명의 북한 근로자 생활비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중한 신용과 신뢰를 잃었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북한이 한국의 회담 제의를 받아 들였습니다. 회담이 어찌 진행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공단이 닫히면 북한은 1년에 9천만 달러 이상의 외화 현금과 5만명의 근로자 생계,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세계로부터의 신뢰 상실 등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게 됩니다. 그래서 북한이 남한의 회담 제의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그런데 회담은 재개되지만 여전히 암초는 남아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개성공단은 북한이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 그리고 지어 중국까지 반대하는 엄청난 군사적 긴장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며 닫은 것입니다. 남측이 이른바 '최고존엄'을 비난하였다는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대면서 공단을 중단시킨 것이죠. 북한에서는 지도자에 대해 그 어떤 부정적인 소리를 하면 수용소에 가지만, 한국과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 지어 쿠바 같은 나라에서도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자유롭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의 모습입니다. 한국에 5천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오늘이라도 그 중 한 사람이 "김정은이 너무 나이가 젊어 그렇다"는 식의 소리를 할 때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닫을 작정입니까?
공단이 폐쇄된 후 한국은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에 회담을 제기했고, 회담을 통해 개성공단을 정상화 하되, 다시는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붙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이 북한 지도자를 비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고, 군사훈련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공단을 일방적으로 닫은 책임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아 회담에서 진척이 없었던 것이죠.
북한이 오는 14일에 있을 회담에서 자유 세상에서는 통하지 않는 논거들을 또 꺼낼지 우려됩니다. 하지만 만약 14일 회담에서 북측이 화끈하게 '지난일 잘못되었다, 우리가 한국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젠 그런 일을 하지 않겠으니 공단을 열자'고 하면 해결이 되는 간단한 문제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이렇게 회담에는 응하면서도 동시에 핵 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지요.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의 핵안보 관련 연구소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 7일 미국의 민간 위성업체인 디지털 글로브사와 구글 어스의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지난 6개월 동안 2배 이상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한쪽으로는 한국, 중국과 대화를 하고, 중국에는 북핵 포기를 위한 6자회담에 나가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라늄 농축시설 확대, 경수로 건설 등 핵 능력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김정은이 지난 3월 전원회의에서 핵과 경제건설을 병진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진작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가 그토록 반대하고 있는 이때 핵 능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 소련이 핵이 없어서 붕괴한 것도 아니고 바로 군사비 과도지출로 인해 붕괴되었는데, 북한은 경제를 발전시켜 민심을 다독일 생각은 하지 않고 거금을 들여가며 핵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먹고 살려고 하는지,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난 7월27일 이른바 '전승절' 열병식 때 북측은 핵배낭처럼 생긴 가방을 멘 군인들의 모습을 공개했는데요. 그런데 이게 핵배낭은 아닌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지요?
고영환: 지난 7.27 이른바 '전승절' 열병식장에 방사능 표식이 그려진 배낭을 앞에 메고 트럭에 앉아 지나가는 군인들의 대열이 있어 눈길을 끌었지요. 세계적으로 이름난 국방 및 안보, 정보 제공업체인 IHS제인스의 버뮤데즈 선임 연구원은 핵배낭 사진과 동영상을 꼼꼼히 살펴 본 후 '북한군이 메고 나온 건 핵배낭이 아니며, 그 안에는 내의나 천이 들어 있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핵배낭을 가진 강대국들은 핵배낭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숨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이 핵배낭을 멘 군인들의 모습을 공개한 셈입니다. 북한이 가짜 핵배낭을 공개한 의도는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도 핵 배낭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자부심을 안겨주고, 대내외에 북한의 핵능력을 과시하자는데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북한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이 가짜일 수 있다는 생각을 세상이 가지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갖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경제는 바닥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위원님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그토록 비판하였던 자본주의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북한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하지요.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지나고 2002년 7.1 경제조치를 취하면서 장마당이 늘어나고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신흥부자가 많이 생겼어요.
예를 들어, 제2경제위원회 산하 부강회사의 전승훈 사장은 8개의 무역회사를 두고 장사를 하고 있으며,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외화 현금이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집에 3형제가 있는데, 이들이 갖고 있는 돈만 1천만 달러가 넘는다,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110억이 넘는다는 거죠. 한국에도 이만한 부자가 드물거든요. 이들은 물, 소고기, 맥주, 샴푸 등 식료품과 생필품을 외국에서 수입해 먹고 쓴다고 합니다.
지금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끼니를 걱정하고 땔감을 걱정하며 지내고 있는데, 이런 부자들은 북한 곳곳에 당과 보위부 간부들을 끼고 사치스런 생활을 하면서 빈부 갈등을 극도로 초래하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의 활성화처럼 같이 잘 살 수 있는 길을 외면하니 생기는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