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거친 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이 주고 받은 말만 놓고 보면 조만간 양측이 전쟁이라도 할 듯한 양상입니다. 부원장님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는 어휘들만 보면 전쟁 직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불을 붙인 쪽은 북한입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연이어 발사하면서 미국을 불바다로 만든다느니, 미국이 우리의 핵 조준경 안에 들어 와 있다느니, 미국에 이른바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주자느니 하면서 미국을 자극해왔습니다. 특히 북한은 지난 7일 정부성명을 발표하면서 미국에 대하여 "침략과 전쟁의 화근"인 미국을 송두리째 들어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이 뭐라고 하든 무대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던 미국은 북한의 도발이 '붉은선'을 넘는 모습을 보이자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8일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며 "그러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본 적 없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매우 강력하게 북한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전해진 지 2시간 30여분 만인 9일 새벽 북한은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전략군 대변인 성명 등을 발표했습니다. 총참모부는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나는 즉시 서울을 포함한 괴뢰 1·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 전 종심에 대한 동시타격과 함께 태평양 작전 전구의 미제 침략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략군 대변인도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심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언어만 보면 미국과 북한은 이미 전쟁에 돌입한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북한의 정부성명, 총참모부, 민화협, 아태평화위원회, 전략군 등의 명의로 발표된 성명들을 찬찬히 보았습니다. 제가 느낀 점을 두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 쪽을 먼저 보면, 북한의 각 기관 책임자들이 김정은에 대한 과도한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충성 경쟁 뒤에는 미국의 있을 수 있는 선제공격에 대한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의 두려움이 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측을 보면, 미국은 실제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보다는 북한이 하도 허장성세를 부리니 이를 자제시켜야 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듯하고, 다음으로는 실제로 중국 등 국제사회가 북핵을 저지하지 못하는 경우 군사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무언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박성우: 누군가 나서서 중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찌 보시는지요?
고영환: 미국과 북한이 전쟁이라도 할 듯한 양상을 보이자 중국이 미북 양국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9일 외신기자들에게 "한반도의 상황은 복잡하고 민감하다. 교착상태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인민일보의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북한은 하고 싶은 대로 무슨 말이든지 하므로 미국이 설전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며 싸움을 말렸습니다. 설전이란 혀로 하는 전쟁을 의미합니다. 두 매체는 "북미 양국은 힘의 차이가 크다. 약자인 북한이 힘의 부족을 메우려고 격한 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북한은 외부 세계에 완벽히 고립된 국가로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북한은 모든 가능한 선택에 무게를 둘 것이므로 미국은 북한이 외부 세계로 나와 국제 사회로 돌아오도록 부추겨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북한의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 발언과 관련하여 "북한의 주장은 중국의 중재 노력과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풀려는 여러 국가에 맞서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이번 성명은 긴장을 가속하고 미국의 대북 정책을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미국에 대하여서는 김정은 정권이 이미 핵무기와 미사일에 사활을 걸고 '벼랑끝 전술'을 펴고 있다면서 그런 북한에 으름장을 놓아봐야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자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이 중재를 거부한 채 도발을 일삼는다면 한반도 긴장만 가속할 것이고 미 행정부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는 모습입니다. 중국 당국과 전문가들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미북 두 나라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상대를 비난하며 위협하다가 자칫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중국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성우: 한국 정부도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부원장님,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도발이 '붉은선'을 넘나들고 미국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지난 1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상임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임위원회는 최근 북한의 지속적 도발과 위협으로 인해 한반도와 주변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해지고 있음에 인식을 같이 하고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그는 "상임위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고조, 무력충돌은 어느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감안, 굳건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토대로 미국 등 주요국들과 협력 하에 한반도에서의 긴장 해소와 평화 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현 긴장상황 완화 및 근본적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는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한반도 위기설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내부 결속용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안보의 불예측성이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로 보입니다. 저는 북한이 저러고 있는 것은 소위 '최고존엄'을 지키겠다고 하는 북한 고위간부들의 과도한 충성경쟁, 지도자 자신의 예방전쟁에 대한 불안감, 미국과 맞서 싸운다는 지도자상을 부각시키려는 내부결속용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박성우: 어찌됐거나 이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앞으로 북이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는데요. 부원장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한국과 북한이 지리적으로 붙어 있고 전쟁이 나면 한국 수도권이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양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8월 하순에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되고 북한은 공화국 창건 기념일을 맞게 되니 8월 말 9월초에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더 올라가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과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거나 서해 북방한계선상에서의 군사적 도발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단, 북한이 이 기간에 6차 핵실험을 하거나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국제사회는 우선적으로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는 약50만톤의 원유공급을 중단하게 하거나 북중교역 전반을 틀어막게 하는 대북제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는 경우 북한은 오랫동안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문제의 해결 열쇠는 그 누구도 아닌 북한이 가지고 있습니다. 핵을 포기하고 민생발전에 나선다면 한반도는 그 어느때 보다도 안정되고 융성 발전할 것입니다.
박성우: 앞으로 한 달여 기간 동안 한반도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음 주 이 시간에도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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