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의 해군 함대가 방북 일정을 마치고 8일 원산항을 출항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4일 북한의 원산항에 입항한 중국 해군 함선이 4박5일 방북 일정을 끝내고 8일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중국 함선이 동해안에 나타난 건데요. 해석할 게 많아 보입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 지난 8월4일 원산항을 방문한 중국 북해함대 소속 함선인 정허(鄭和)호와 뤄양(洛陽)호가 4박5일 일정을 마치고 8일 중국으로 돌아갔는데요. 함대는 7월24일 중국 다롄항을 출발해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다음 원산항에 간 겁니다. 북해함대 사령관 톈중(田中)을 비롯한 지휘부 성원들은 5일 평양에 가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을 만났고, 6일엔 정명도 해군사령관과 염봉진 원산시 당 위원회 책임비서 등의 간부들이 북한 함정을 참관했습니다. 좀 전에 말씀하셨지만, 1996년 이전 시기엔 중국의 해군 함정이 남포를 비롯한 서해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중국 함대가 동해에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걸 중국측 입장에서 먼저 해석해 보겠습니다. 중국은 지금 ‘G2’라고 불립니다. 미국과 더불어 초대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국력이 융성 발전해서 이젠 해군이 동해, 그러니까 태평양에 진출한다는 의미가 있고요. 북한측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동해를 중국 해군에게 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 아시다시피, 김정일이 아들에게 후계를 넘겨주는 문제와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내는 문제 등 때문에 1년 동안 세 번이나 중국을 다녀왔지요. 그동안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평양에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이런 외교적 불균형이 있는데 덧붙여, 김정일의 중국 방문 이후 후속 대책으로 압록강의 황금평과 두만강 쪽의 나선 지대를 중국 기업에 열어주기로 하고, 이를 진척 중에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 북한 시장에서 팔리는 일용품과 상품의 90%가 중국제입니다. 무산 광산 등 북한의 중요한 광산들도 몽땅 중국에 팔리고 있는데요. 중국에 대한 예속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이번에 원산항을 중국 군대에게까지 열어준 겁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할 땐 러시아의 태평양 함대는 원산항에 자주 왔었어요. 그런데 중국 함대는 한 번도 안 왔거든요. 중국이 서해를 넘어서 이젠 동해까지 온다는 건 앞으로는 북한의 여러 항구를 자기 집처럼 드나들 가능성이 있다는 걸 뜻하는 걸로 보이고요. 이건 북한이 지금 사대주의적, 굴욕적인 외교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 한 주 동안 발생한 다른 소식들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큰물 피해를 입은 북한에 한국 정부가 50억 원, 그러니까 미화로 4백60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통지했지요. 그런데 남측이 보내는 물품은 북측이 원하는 품목과는 좀 다릅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유를 좀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 큰물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을 위해서 대한적십자사가 이미 10여 일 전에 북한 적십자회에 통지문을 보내서 일용품과 의약품 등 50억 원어치를 보내주겠다고 했는데요. 그런데 북한은 식량과 시멘트를 보내달라고 역제의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시멘트는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잖아요. 당장 큰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필요한 건 쉽게 먹을 수 있는 식료품이라고 판단해서 지난 10일 대한적십자사가 북측에 다시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이 통지문에 의하면, 초코파이 192만 개, 라면 160만 개, 어린이 영양식 140만 개, 그리고 과자와 우윳가루를 보내주겠다는 건데요. 한국산 라면을 드셔 보신 북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하지요. 라면은 4분간 물만 끓이면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어서 수재민들에게는 그만인 식량이거든요. 한국에서도 수해 피해가 나면 제일 먼저 도착하는 게 라면입니다. 그리고 초코파이는 초코릿을 씌운 빵이라서 한두 개만 먹어도 배가 든든합니다. 그러니까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이 땔거리도 마땅치 않고 집도 다 허물어진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서 내린 조치입니다. 저는 이런 큰물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영양식과 즉석식이 빨리 도착해서 그분들의 시름이 조금이나마 작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남한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건데요. 그런데 북한은 지난 10일 연평도 쪽으로 포 사격을 가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북측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로 처음인데요. 북측의 의도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지난 10일 13시경에 한 번, 19시46분경에 또 한 번 포를 쐈고요. 한국 해안포대가 이에 대응사격을 했습니다. 북측은 ‘건설 작업을 하면서 폭파 작업을 했는데 한국군이 과잉 대응을 한다’면서 부인했어요. 그런데 이건 말이 안 됩니다. 한국 군대에는 최신형 대포병 레이더가 있고 ‘할로’라고 부르는 음향 자동추적 탐지기도 있습니다. 속일 수 없습니다. 포탄이 어디를 떠나서 어디에 떨어지는지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자동 설비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지요. 대화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왜 이런 도발을 하는지를 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있었잖아요. 이후 한국군이 서북도서방어사령부를 만들고, 서해상에 최신형 군사 장비를 보강했어요. 그리고 북한군이 한 발을 쏘면 세 발을 쏘겠다는 기준도 마련해 뒀습니다. 이번에 북한군은 한국군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실제로 신형 장비가 어떤 게 배치됐는지를 떠보려는 의도가 있었던 걸로 생각합니다.
박성우: 또 한 가지 중요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한반도의 통일 시점과 통일 재원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지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지난 11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소가 서울에서 ‘통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가졌는데요. 여기서 여러 명의 박사들이 준비한 논문을 발표했어요. 통일 시기는 단기적으로는 2020년, 중기적으로는 2030년, 장기적으로는 2040년에 될 거라고 발표했고요. 통일에 드는 비용은 최소 55조에서 최고 249조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이 돈을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5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입니다. 이 돈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의 최저생활 수준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기준으로 산출한 겁니다. 여기엔 병을 치료해 주는 비용, 교육 비용, 도로와 항만을 현대화하는 비용도 포함됐고요. 모든 걸 다 타산해서 나온 비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통일 비용을 계산하는 건 누가 누구를 먹고 먹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북한 사람들이 언젠가는 통일된 나라에서 살 게 아닙니까. 통일된 나라에서 사람답게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미리부터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이 북한보다는 지금 더 잘 사니까 한국이 지금부터라도 저축해서 언젠가는 이뤄질 통일에 대비하자는 의미가 있는 거지요.
박성우: 북측이 ‘흡수통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고 있는데, 그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통일 재원의 액수와 마련 방안은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 다시 한 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