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이명박 대통령, 북 책임과 진정성 요구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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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책임과 진정성을 강조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책임 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는데요. 그런데 예년과 비교할 때, 이번 연설에는 북한과 관련한 발언의 양도 줄었고 내용도 원칙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 지난 8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은 대결의 시대를 벗어나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책임 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로 호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고요. 더 나아가서 ‘도발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는데요.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2008년과 2009년, 그리고 2010년 경축사와 비교할 때, 분량도 짧아졌고 내용도 원칙적인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처럼 정전 이후 가장 강력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도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면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고, 남북 대화에서도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대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이렇게 북한이 진정성있는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안을 하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정말 원하는 것은 북한이 남북 대화에서 진정성을 보이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 재발 방지 약속과 사과와 같은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라는 겁니다. 그러면 한국은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요즘은 ‘을지프리덤가디언’이라는 한미 연합 훈련이 진행 중인데요. 이걸 두고 북측이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지요. 그런데, 북한의 고위급 관료들도 이런 한미 연합 훈련이 정말 북침용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실장님은 어떠셨습니까?

고영환

: 지난 16일부터 한국군과 미군이 을지프리덤가디언이라는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우리 말로 ‘을지 자유 수호자’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 훈련은 북한군이 불시에 남한을 공격하는 경우, 이를 한미 연합군이 저지하는 방어 훈련인데요. 참가 병력은 한국군이 5만 6천 명, 미군이 3만 명입니다. 훈련은 8월26일에 끝납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 훈련이 방어적 목적임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서 영국과 프랑스 등 7개 나라의 옵서버, 그러니까 참관인을 초청했고, 이 나라들은 참관인을 보내서 지금 훈련을 보고 있는데요. 북한은 각종 선전 매체와 외무성 대변인, 조평통 대변인의 성명을 발표해서 ‘이 훈련은 북침 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간단한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저는 남북한 양쪽에서 다 살아 봤거든요. 지금 잘 살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젊은이들이 가난한 북한을 반대해서 뭘 얻을 수 있다고 전쟁을 일으키겠느냐는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북한은 정전 직후부터 지금까지, 특히 팀스피리트 훈련이 한창일 때, 한국과 미국이 북침을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는데, 아직 전쟁이 일어난 적은 없지 않습니까. 저도 북한에서 대학생일 땐 북한 당국이 말하는 걸 그대로 믿었어요. ‘정말 처들어오나보다, 긴장된다, 훈련도 잘 하고 공부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제가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외국에 나가면서, 그리고 북한 내에서 인민무력부 고위 장성들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한미 연합 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리고 한국에서 제가 20년을 살았는데요.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북한이 처들어온다고 걱정하고 있어요. 지금 서울이나 지방 어디를 가더라도, 휴가 끝 무렵이라서 사람들은 남해, 서해, 동해에서 휴가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어요. 전쟁을 하려 한다는 말은 전혀 맞지 않고요. 북한의 고위 당 간부들, 군 간부들도 이게 연습용이라는 것, 을지훈련이 방어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 위원장은 요즘 문화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닌다면서요?

고영환

: 네. 지난 7월과 8월에 남북한에 많은 비가 왔어요. 저는 이제껏 살면서 그렇게 많은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걸 태어나서 처음 봤거든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황해남북도와 개성시, 함경남도, 평안남북도 등 많은 지역에서 수만 정보의 논이 침수되고 밭이 휩쓸려 내려가고, 많은 살림집이 파괴됐다고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김정일과 김정은이 그렇게 큰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7월에만 전승절 축하공연, 은하수 극장 개관 축하공연, 중국 간쑤(甘肅)성 예술단 공연, 군인가족 예술 공연, 963 군부대 공연, 이렇게 총 7회의 공연을 관람했고, 동물원에도 갔어요. 그러니까 한 주에 두 번꼴로 예술 공연을 본 건데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큰물 피해가 나면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 높은 사람들은 모두 재해 현장에 가서 피해자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피해 가정을 돕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는데요. 북한에서는 인민을 그토록 사랑한다는 김정일과 김정은이 피해 현장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거지요. 의식주를 걱정한다면 공연을 보러다니는 게 아니라 민생현장을 가봐야겠지요.

박성우: 한국의 음악이나 텔레비전 연속극, 영화, 이런 게 다른 나라에서 요즘 계속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보통 ‘한류’라고 표현하지요. 한류의 대표 주자가 ‘소녀시대’인데요. 요즘 북한에서도 인기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시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고영환

: 대북 소식통들에 의하면, 한국의 춤과 노래가 북한의 청년들 속에서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요. 북한을 드나들면서 무역을 하는 중국의 어느 무역일꾼이 자유아시아방송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한국의 소녀 그룹인 ‘소녀시대’와 남성 그룹인 ‘빅뱅’이 부르는 노래와 춤이 북한에서도 유행이라는 겁니다. 한류는 구라파, 미국, 동남아시아, 그리고 저 멀리 라틴 아메리카로도 퍼졌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꽉 막으려고 해도 세계적 추세가 들어가는 건 막을 수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달 김정일이 신의주를 시찰할 때 길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평안북도가 자본주의 날라리판이 다 됐다, 검열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북한 당국이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한류 열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한국의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요즘은 ‘정책 한류’라는 말도 나오던데요. 실장님도 들어보셨지요?

고영환

: 정책 한류는 외국이 한국의 정책을 따라 배우는 겁니다. 1960년대 아프리카보다 못살던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발전한 경험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구라파에서도 따라 배우고 있는 걸 정책 한류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몇 가지 예를 들면, 캄보쟈(캄보디아)에서는 한국의 도움으로 증권 거래소가 문을 열었고, 한국식 농업 방법을 배워서 벼 생산량이 50% 올라갔다고 해요. 이건 캄보쟈 당국이 발표한 겁니다. 그리고 베트남은 한국을 경제발전 모델로 삼았는데요. 베트남 최초의 고속도로를 한국 기업이 건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백화점도 들어가 있어요. 또 한국의 수출입은행이 베트남의 개발은행에 경험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구라파권이라고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도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배우고 있어요. 이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배워주는 건 귀에 너무 쏙쏙 잘 들어온다’고 해요. 구라파 사람들이 배워 주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는 건데요. 왜냐면 한국은 가난의 경험과 발전의 경험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가슴이 아픈 건, 위로 수십 리만 가면 북한 땅인데, 한국의 경제 모델이 여기로도 좀 들어가서, 북한 사람들이 잘살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성우: 저도 똑같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