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남한의 수해지원 의사를 결국 거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남측의 수해지원 의사를 받아들일 듯 하더니, 결국은 거부했습니다. 북측의 의도는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두 갈래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왜 지원을 받으려고 했는가부터 말씀드리죠. 북측은 지난 10일 남측의 수해지원 제의를 수용하겠다고 남측에 통보해 왔습니다. 이에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3일 적십자사를 통해 수해를 입은 북녘 동포를 돕겠다는 제의를 북측에 한 바 있었죠. 북측이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남측과는 상종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서 북측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다들 알고 있다시피, 한국 정부는 2010년 북한이 한국의 경비함 '천안함'을 폭침시킨 후 5.24 조치를 취해 북한이 이 도발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사과가 선행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된 거지요. 북한은 한국 정부와 대통령을 심하게 모욕하면서 남북관계를 단절한다고 말해 왔었는데, 수해지원을 받겠다고 하니 좀 의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북한은 가뭄과 큰물 피해를 입었고 올해 농사 작황도 좋지 않은데다가 장성택 부장의 중국 방문을 통해서도 많은 지원을 받아 내질 못한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 등 국제사회가 '긴장을 풀기 위하여 남측과 대화를 하여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하니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농사도 잘 안되고, 외부지원도 잘 안 들어오고, 남북관계는 막혀 있고, 그러니 북측은 남측으로부터 수해지원 명목으로 도움도 받고, 이를 기회로 대화의 문도 조금 열어 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12일 수해지원 요청을 갑자기 취소했습니다. 그 이유는 남측이 주려는 품목하고 북측이 받고싶은 품목이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남측은 수해 주민들이 빨리 먹을 수 있고 제일로 필요한 물품들, 그러니까 라면 3백만개와 밀가루 1만톤, 의약품 등을 지원 품목으로 정했는데, 이런 물품은 북측 입장에서 보면 남측의 발전상을 그대로 알려주는 셈이어서 반대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아무런 상호도 붙어있지 않는 쌀과 시멘트, 그리고 건설 중장비 등을 요구하려 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상종도 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지원 요청을 하려니 모양새가 빠진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이번주에는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뉴스가 있지요. 북측이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총재의 장례식에 결국은 조문단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건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3일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가 별세했지요. 북한은 지난 7일 최고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조국 통일에 기여한 문 총재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하고, 이를 문 총재의 장례위원장이며 아들인 문형진 씨에게 전달했습니다. 또한 김정은도 7일 문 총재의 영전에 화환을 보냈습니다.
사실 문선명 총재는 북한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던 인물입니다. 김일성 주석을 만나 환대를 받은 사람이지요. 그는 북한에 평화자동차 공장을 지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북한이 문 총재의 장례식에 조문단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보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현재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김 주석과 친구사이를 맺고 있던 문 총재의 장례식에 조문단을 보내려면 급수가 높은 고위 간부가 남한에 와야 했지요. 그런데 지금 상태에서 남한에 고위급 간부가 오면 세계의 이목이 쏠릴 것이고, 기자들도 5.24 조치, 연평도와 천안함 사건, 남북관계, 김정은과 심지어 최근 공개된 부인 리설주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쏟아낼 것입니다. 북측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큰 게 아니지요. 그래서 북측은 조문단을 보내는 대신에 평양에 마련된 분향소에 북한의 실세 장성택 부장을 보내 조문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이번엔 한반도 바깥 소식을 좀 다뤄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민주, 공화 양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근에 새 정강정책을 채택했는데요. 그런데 북한과 관련해서는 공통점이 있다면서요?
고영환: 지난 8월 말과 9월 초에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새로운 정강정책을 통과시켰습니다. 아시다시피 오는 11월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후보든 공화당 후보든 대통령에 취임하면 전당대회에서 통과된 정강정책에 의거하여 새로운 정책을 펼쳐 나갑니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정강들의 북한 관련 부문에는 정책상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대북한 정책 부문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입증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와 미국으로부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라며 경고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회담인 6자회담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화당의 입장은 훨씬 더 강경합니다. 공화당은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 원칙을 준수할것"이라며 북한에 강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공화 민주 양당의 북핵에 대한, 그리고 북한에 대한 입장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는 뜻이고,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커다란 입장 차이가 없다는 소리입니다.
사실 북한은 겉으로는 미국의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다 같은 브르주아 정당이며 똑같은 당이라고 비난하지만, 속으로는 민주당을 더 좋아하였습니다. 김일성 주석도 공화당 보다는 민주당을 선호했습니다. 왜냐면 민주당 정권이 한국에서 미군 7사단을 빼 갔기 때문입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느 당 후보가 승리할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 집권하더라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비동맹 외교에도 최근 들어 정성을 기울이는 모양새인데요.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 실장님의 평가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현재 '쁠럭불가담'(비동맹) 국가들 사이에서 북한의 위상은 어떠한가요?
고영환: 지난달 말 이란에서 제16차 쁠럭불가담국가 수뇌자 회의(비동맹운동 정상회의)가 열렸고, 여기에 김영남 북한 최고상임위원장이 참석했습니다. 쁠럭 불가담 운동을 중시하던 김일성 주석과 달리 김정일은 이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한번도 수뇌자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외무성 안에 쁠럭불가담 담당국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내각 부총리가 된 강석주 전 외무성 1부상도 "도대체 쁠럭불가담 운동이 뭐하는 존재냐?"고 공식회의 석상에서 말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그걸 회의에서도 들었습니다.
쁠럭불가담 운동은 동서냉전이 치열하게 진행될 때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소련과 동구라파가 붕괴되면서 그 영향력을 많이 상실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이 운동에 속해 있는 나라들 대다수가 발전도상국이어서 이들 사이의 경제협력도 미진한 상태입니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에 들어 쁠럭불가담 운동 강화 외교에서 주변 4강 외교 및 핵 외교로 선회하였고, 북한 외교에서도 쁠럭불가담 운동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란 수뇌자 회의에 김영남이 참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은 아직도 일정한 수준에서 이 운동에 발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쁠럭불가담 운동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역할이나 영향력은 크지 않습니다. 이 운동에서 큰 역할을 하는 나라는 인도네시아, 이전의 유고슬라비아, 탄자니아, 인도, 쿠바, 잠비아 등입니다.
과거 김일성은 그토록 평양에서 쁠럭불가담 수뇌자 회의를 하고 싶어 했는데, 유고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영향력이 큰 나라들이 반대했어요. 그 이유는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쁠럭불가담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분들을 부르는 단어가 다양하지요. 탈북자, 새터민, 탈북민, 그리고 북한이탈주민 등인데요. 실장님,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그리고 실장님은 어떤 표현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표현이 정말 많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단어를 줄여서 탈북자라고 부르는데, 참여정부 들어서는 이것 대신에 '새터민'이라는 표현을 썼죠. 그런데 탈북자들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저도 이런 용어들은 싫습니다. 자꾸 표현이 바뀌는 데, 전반적으로 다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월남자'라는 표현이 좋습니다. 북한이 싫어 남한으로 넘어 왔다는 뜻이거든요. 저 말고도 월남자라는 표현이 좋다는 탈북자들이 많습니다.
박성우: 어떤 표현을 선호하는 가는 정체성의 문제인 듯 합니다. 예전엔 '귀순용사'라고 불렀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가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어쨌거나 이분들을 뭐라고 부를 것인지, 이 문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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