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국이 전면 대결 양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5차 핵실험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내놓은 발언들이 상당히 강경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부원장님은 어찌 보셨는지요?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밤 열린 안보상황 점검회의에서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 불능", "김정은의 광적인 핵실험 감행" 등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광적'이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미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평소 표현이 절제된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의 발언 방식상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정은을 지칭할 때 '위원장' 직함을 달거나 '북한의 지도자'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광인(狂人)에 비유하는 수준이 됐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도 접었다는 것이며 앞으로 그와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게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시아 평화구상, 드레스덴 선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발표하며 북한에 계속하여 유화적이고 적극적인 대화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에 대하여 김정은은 수십번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으로 답하였습니다. 김정은의 행동이 도를 한참이나 넘어서면서 한국정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모습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회의에서 "이제 북한의 핵 위협은 우리에게 급박하게 닥친 현존하는 위협"이라며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응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계속하여 박 대통령은 "앞으로 국가 비상체제와 같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상시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외교·군사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군사적' 대응 방침까지 시사했습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계속하여 도발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정부를 모욕하면서 한국의 북한에 대한 대응이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박성우: '대량응징보복' 개념도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밝혔는데요. 이건 무슨 뜻인가요?
고영환: 한국군 관계자는 지난 11일 "평양의 일정 구역을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대량 응징 보복' 작전을 최근 국회에 보고했다"며 이 계획은 "평양을 일정한 구역으로 나눠서 핵무기 사용 징후 등이 나타났을 때 북한의 전쟁 지휘부가 숨을 만한 해당 구역을 초토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등 북한 최고지휘부의 동향을 추적하다가 핵 미사일 발사 시도 등 위협 요인이 발견되면 즉시 해당 지역을 한국군이 보유한 미사일로 타격한다는 것입니다. 이 계획은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져 있었지만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외부에 공개됐습니다.
이 작전에는 사거리 300㎞인 현무-2A와 사거리 500㎞인 현무-2B, 사거리 1000㎞인 순항미사일 현무-3 등 가용 미사일 자원이 총동원됩니다. 합참 관계자는 "한국이 보유 중인 현무 계열 미사일은 1000발이 넘는다"며 "우리의 탄도·순항미사일 능력으로도 상당 수준의 응징 보복이 가능하다고 우리 스스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더해 한국군은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도 내년까지 시험을 모두 마치고 전력화할 계획입니다. 올해 말 유럽에서 수입해 실전 배치할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는 사거리가 500㎞이지만, 오차 범위는 1m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특정 건물 유리창, 즉 김정은 사무실의 창문도 원한다면 그대로 명중시킬 수 있는 세계 최첨단 무기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식의 심한 협박을 하고 핵과 미사일을 계속하여 발전시키니 결국은 한국도 자위적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쪽은 손을 내미는데 계속하여 다른쪽이 주먹으로 응수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심리전을 확대하는 방안도 실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효성 측면에서 평가를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강화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들에 내외의 관심들이 쏠리고 있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조치는 한국군의 대북 심리전 강화조치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9일 국회에 보고한 '북한의 5차 핵실험 상황 평가 및 대책' 자료를 통해 "대북 심리전을 활용해 핵 개발의 무용성과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사회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전파할 것"이라며 "전광판심리전 장비 전력화를 통해 심리전 효과 극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방부는 "고정·기동형 대북 확성기도 추가 설치해 운용하고 방송시간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심리전은 전방지역 북한군의 정신전력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입니다. 북한은 왕조국가이고 폐쇄국가입니다. 이는 북한이 대외, 특히 한국의 정보와 사실이 북한 내부에 들어가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이 휴전선에서 텔레비전 화면과 확성기, 그리고 라디오 방송 등으로 '북한을 광복시킨 것은 김일성이 아니라 소련 제25군단이고, 김정일도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원동 브야츠크 부근 제88붉은군대 여단에서 당시 소련군 대위였던 김일성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김정은도 재일동포이며 무용수 출신인 김정일의 네 번째 부인 고영희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들을 북한인민들에게 전달한다면, 이는 핵폭탄보다 더 위력이 있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 진리를 이기는 자는 없습니다.
박성우: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을 땐 추석이 다가오면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바빴죠. 그런데 이번 추석은 북한의 핵실험 때문에 씁쓸한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부원장님은 어떠신지요?
고영환: 한국 국회의 정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지난 11일 "국가정보원이 지난 9일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5차 핵실험 비용으로 500만 달러가 든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핵 개발에 총 11억∼15억 달러를 쏟아 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산 옥수수 가격이 t당 평균 172달러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11억∼15억 달러는 옥수수 640만∼870만 t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북한의 1년 반 치 식량에 해당합니다.
지금 한국은 추석연휴입니다. 추석날에는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민족의 미풍양속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추석날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저도 이산가족의 한 사람입니다. 북한은 핵 실험 같은 불장난은 그만두고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개혁 개방에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이북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추석 명절 잘 보내시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올해초 설 연휴 때는 장거리 미사일을 쏘더니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핵실험을 했습니다. 명절 때마다 이러는 북한을 보면서 실향민들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