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최근 뉴욕에서 한 발언의 내용을 분석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했던 리용호 외무상이 북한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호텔 입구에서 기자들에게 일종의 성명을 낭독했죠.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유엔 총회에 참가했던 리용호 외무상이 평양에 돌아가기 직전인 지난 25일 뉴욕의 유엔 청사 인근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여기서 리 외무상은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구어뜨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 외무상의 이 발언은 지난 23일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가 동해쪽으로 북상하여 길주군 풍계리 계선까지 올라가 무력시위를 하였던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리 외무상은 계속하여 "트럼프는 지난 주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말을 동원하며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므로 이는 명백한 선전포고"라며 "유엔 헌장은 개별 국가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 외무상의 이날 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그 사람(리용호 외무상)이 '리틀 로켓맨인 김정은의 생각을 반영했다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것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보고 이에 대한 맞대응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유엔 총회장에서, 전세계 외교관들 앞에서, 그리고 미국 땅에서 미국과 그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하고 돌아가기 직전에도 회견을 하면서 '전쟁'이니 '선전포고'니 '격추'한다느니 하는, 정말 군대나 하는 말을 리 외무상이 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는 그런 행위나 발언들을 해야 하는 리용호 외무상이 속으로 얼마나 창피하고 난처하고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성우: 이런 회견을 하게 된 배경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저도 그 회견 장면을 TV로 보았는데, 그의 모습은 한마디로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었습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구겠다, 트럼프가 북한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는 발언들을 하였는데, 평소에 그렇게 흥분된 목소리로, 그리고 크게 말하던 모습과는 달리 이번에는 작은 목소리로, 힘없이 말해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의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한 외신기자는 "마치 꼭 해야 하는 '숙제'를 하고 떠나려는 모습 같다"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2분 동안의 발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트럼프의 선전포고에 대처해 모든 선택안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 지도부의 작전 탁위에 올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머뭇거리다가 해야 할 가장 귀중한 발언을 잊어버렸었고 떠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수석부차관보는 9월 25일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북한관리들은 지도자가 공격당했을 때 대응하는 데 있어 선수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기조연설에서 '가차 없는 선제 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미국을 공격하는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 기조연설은 말 그대로 초강경 그 자체였습니다. 호텔 앞 기자회견 때의 모습과는 달랐죠. 김정은의 핵폭주를 보면서 북한 외교관들이나 간부들이 내면적으로 얼마나 낙담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 그 일면을 보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박성우: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에 대한 미국 쪽 반응은 어떤가요?
고영환: 리용호 외무상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 전략폭격기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발언을 두고 미국은 우선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입니다. 새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적이 없다"며 "솔직히 그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의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이날 "북한에 대해 미국은 선전포고를 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비핵화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한편, 미국은 북한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리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한 날 미 국방부는 "미국과 동맹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9월 25일 기자들과 만나 B-1B의 북방한계선 북상 작전과 관련해 미군기들의 작전은 "비행할 권리가 있는 공해상에서 이뤄진 것"이며 "우리는 동맹국과 미 본토를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한 모든 옵션, 즉 선택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어떻게 다룰지 결정할 수 있다"며 "미군은 당장에라도 전투에 임할 수 있는 '파이트 투나잇' (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는) 태세로 북한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미국은 "전쟁을 피하길 바라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현재 4~5개의 군사행동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은 확고해 보입니다. 북핵 폐기를 위해 우선은 외교적인 수단들을 사용하겠지만 김정은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군사적인 선택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러시아나 중국도 맞서려 하지 않는 미국을 향해 김정은이 '미국을 멸망시켜버리겠다'는 식의 위협을 하는 것을 보며 국제사회는 말 그대로 기가 막혀 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위험한 줄타기를 하다가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박성우: 미국이 북한 은행 10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죠. 어떤 맥락에서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미국 정부가 9월 26일 북한 은행 10곳에 대한 제재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의 개인과 기관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즉 2차제재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닷새 만에 본격적으로 실행 단계에 돌입한 것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2017년 9월 26일 조선중앙은행, 조선무역은행, 농업개발은행, 제일신용은행, 하나은행, 국제산업개발은행, 진명합영은행, 진성합영은행, 고려상업은행, 류경산업은행 등 북한 은행 10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하나은행과 진명합영은행, 진성합영은행은 북한과 중국이 합작해 만든 은행들입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 은행뿐 아니라 중국과 관련 있는 은행도 제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 러시아, 홍콩, 리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이 은행들의 해외 지점장 등으로 근무하는 북한인 26명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북한 은행들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국제 금융망에 접근할 수 없게 됩니다. 미국의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입니다. 미국 정부는 향후에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외국 은행들을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1차적으로 북한의 은행들과 개인들을 제재 대상으로 정하고, 2차적으로는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 외국은행, 외국인 순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단계적 제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제재의 기본 대상은 북한 은행들보다는 그들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이 주된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미국은 외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외화를 막아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한동안 주요 뉴스를 장식하더니, 요즘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군사적 대응방안 검토 같은 뉴스가 주목받고 있죠. 이런 사안들이 발생하는 흐름을 놓고 보자면 이번엔 다시 북한이 도발할 순서 아닌가라고 전망할 수 있는데요. 이 악순환이 과연 멈출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추석을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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