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일 손자 '북 주민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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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북한 주민에게 미안하다"는 심정을 인터넷에서 토로했던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김한솔’이라는 이름을 참 자주 듣습니다.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 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첫 부인인 성혜림 사이에서 난 김정일의 맏아들이 김정남이지요. 지금 마카오에 있는데요. 김정남의 아들로 추정되는 김한솔이 올해 유럽의 보스니아 남부에 있는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UWC) 국제학교에 입학한다고 보스니아 언론 ‘베세른치리스트’가 지난 9월29일 보도했고요. ‘보스니아 외국인 사무청’이라는 곳에서도 베이징 주재 보스니아 대사관이 김한솔이라는 북한 국적의 학생에게 학생사증을 발급했다고 발표했어요. 김한솔의 사진도 봤는데요.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을 많이 닮았더라고요. 아직까지는 마카오에 있는 걸로 확인되고 있는데요. 김한솔은 김정일의 손자인 셈이지요. 나이는 16세이고요. 한국 가수인 조용필, 신해철, 부활, 왁스 등의 노래를 즐겨 듣는 걸로 알려졌고요.

지금 인터넷 공간에는 김한솔이라는 사람이 올린 글과 사진이 떠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가 쓴 글을 보고 있어요. 영어로 쓴 글들인데요. 한가지 예를 들게요. “나는 북한 사람이며, 현재 마카오에서 살고 있다. 북한에도 인터넷이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여 영원하라” 이런 글도 있고요. 또 “김정일이 많이 앓는다고 하는데, 김정일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잠깐 기절했을 뿐”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중간 수준 정도로 살고 있지만, 좋은 음식이 생긴다고 해도 북한 사람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에 배불리 먹지 못한다”는 자신의 심경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어요.

김정일의 장손자로 보이는 김한솔이라는 인물이 자신은 외국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반해서 북한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는 데 대해 미안한 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지요. 그리고 김정일의 손자가 인정하고 불쌍하게 여길 정도로 북한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반해서, 김정일의 가족들은 외국에서 호화스럽게 생활하고 있고, 그 비싼 국제학교로 유학을 간다고 하니, 이런 북한의 현실이 참 갑갑합니다.

박성우: 김한솔이 남긴 글을 보면, 좀 이중적인 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어떤 내용이길래 그렇습니까?


고영환

: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인터넷과 관련된 것들, 그리고 최신 손전화인 스마트폰을 김한솔은 아주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 걸로 보이고요. 그가 인터넷에 올린 글과 동영상을 보면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11살 때 유튜브에서 자신의 전자 공간인 블로그에 “나는 주체사상을 위해서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어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이런 글을 올린 건데요. 그런데 최근에 유튜브에 올린 걸 보면 한국 가수들이 나와요. 인터넷에 들어가면 ‘즐겨찾기 목록’이라는 게 있는데요. 김한솔은 미국 다큐멘터리 제작사가 만든 ‘김정일의 비밀스러운 생활’이라는 기록영화를 이 목록에 올려놨어요. 그러니까 처음엔 김정일을 선전하려고 전자 공간인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한국과 미국의 문물을 좋아하게 되고, 또 노래도 좋아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뀐 것 같고요. 심지어 이런 글도 올렸어요. “민주주의가 좋다”는 겁니다. 이걸 보면, 이 친구의 정신세계가 약간 혼돈을 겪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외국에 나와서 살게 되면서 바깥세상의 소식을 아무래도 더 많이 접하게 되고, 이런 와중에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변화한다는 걸 말해준다고 볼 수 있겠지요.

박성우: 김한솔 군의 사진을 보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던데요. 김정일의 ‘노랑머리 손자’를 보면서 실장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고영환

: 그 사진을 지금도 보고 있는데요. 머리 색깔을 노랗게 물들이는 건 한국처럼 굉장히 개방된 나라에서도 부모들이 많이 반대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자본주의 사회의 청소년도 잘 하지 않는 노랑머리를 한 건 김정일의 가족이니까 가능하지 않았겠나 생각하고요. 김정일은 맏아들 김정남, 둘째 아들 김정철, 후계자인 김정은, 그리고 딸 김여정까지 몽땅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유학하게 했거든요. 세계 최고 부자의 나라에서 자기 아이들은 공부시키면서도 다른 보통 사람들의 외국 여행은 금지하고, 자신은 외국에서 좋은 음식들을 수입해 먹으면서도 주민들에게는 배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그리고 자기 아들은 머리 색깔도 노랗게 하도록 하고 인터넷도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손전화도 쓰게 하면서도 인민들에게는 모두 금지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를 보면, 이런 건 참 빨리 개선돼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소형 목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해 표류하다 일본 근해에서 구조된 탈북자 9명이 4일 한국에 도착했지요.

고영환

: 그렇습니다. 지난 9월8일 북한 주민 9명이 함경북도 어대진 항구를 목선을 타고 떠났어요. 그리고 닷새 후인 9월13일 일본 노도반도 해안에서 표류하다가 해안경비정에 의해 구조됐는데요. 일본땅에 들어온 이 사람들 이야기가 “우리는 남한으로 가기 위해서 탈북했다, 탈북은 오래전부터 기획한 거다, 아이들이 잠든 사이 이불을 쓰고 탈북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한국의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배도 미리 감춰뒀고, 연료와 식량, 손전화 같은 것도 조금씩 의심을 사지 않게끔 마련했다”는 겁니다. 드디어 탈북했는데, 오다가 풍랑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동쪽으로만 가면 일본에 도달할 것이고, 일본으로 가면 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그 생각이 맞아떨어져서 일본에 상륙한 건데요. 정말 자그마한 목선에 의지해서 탈북을 거행한 이들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자신을 1947년 월북한 백남운의 손자라고 소개했습니다. 백남운은 김일성 종합대학의 창립을 주도하고, 최고인민회의 의장까지 한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이 탈북자는 자기 아버지도 대남공작부서의 지도원으로 일했다고 말했는데요. 지금 탈북자가 한국에 2만 3천명이 와 있습니다. 이렇게 탈북자가 자꾸 늘어나는 걸 보면 마음이 참 아프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요즘 북한의 1등 신랑감은 ‘외화벌이 일꾼’이라는 내용을 담은 통일교육 교재가 최근에 새로 나왔던데요. 실장님이 북한에 계실 때는 어떠했습니까?

고영환

: 그 때 1등 신랑감은 아무래도 당 간부였지요. 그다음이 정부 간부와 군 간부였는데요. 외교관만은 약간 좀 특이했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외국에 나갈 수 있는 외교부 사람들의 인기가 굉장히 높았는데요. 처녀들 사이에서 이런 말도 있었어요. ‘외교관이라면 절름발이라도 좋다’는 겁니다. 지금은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고, 국가가 배급도 안 주고, 그러니까 외화벌이를 하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1등 신랑감으로 인식되는 건데요. 이건 아무래도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자본주의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성우: ‘북한에서 1등 신랑감은 외화벌이 일꾼’이라는 건데요. 요즘 변화하는 북한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