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는데요. 먼저 김정은의 발언 내용을 소개해주시고 그 의미도 설명해주시죠.
고영환: 김정은이 지난 7일 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당의 과제 제시 및 인사사업을 단행했습니다. 김정은은 이번 회의의 첫 번째 의제를 '조성된 정세에 대응한 당면한 과제'로 제시함으로써 북한 지도부가 현 정세를 얼마나 긴박하고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김정은의 공개된 보고 내용을 보면 20개 문장 가운데 5개 문장에서 '제재'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조성된 정세'의 핵심이 바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임을 인식하고 있음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연설을 보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였습니다. 김정은은 7차 당대회 당시 천명한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 같은 구상이나 인민경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북한이 항상 해오던 '자력갱생'이니 '일심단결'이니 하는 상투적 구호만 강조했을 뿐입니다.
굳이 한 가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라고 한다면, 박봉주 내각 총리의 위상을 높여 주석단에서 황병서보다 먼저 지명호명한 것, 그리고 태종수, 안정수, 박태성 등 경제 간부들을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하면서 내각 중심으로 현재의 제재 국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당 창건일을 앞두고 전원회의를 개최한 것은 최근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가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김정은 유일지배체제를 강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차단하면서 인민의 단결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박성우: 최룡해 등 주요 간부들의 직책에 변화가 있었죠.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 당·정·군 간부들의 세력교체가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때 간부들인 최태복, 김기남 등 노간부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많은 신진세력이 들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룡해의 눈부신 부상이 눈에 띕니다. 최룡해는 이번에 당 중앙군사위원, 당 중앙위원회 부장으로 임명되면서 당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당 부장, 당 중앙군사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 북한의 주요 권력기관 모두에 발을 들이 놓았습니다.
제가 일하는 국가안보전력연구원에서는 이번 전원회의를 평가한 보도 자료를 내놓았는데요. 가장 주목한 부문이 바로 최룡해의 눈부신 부상이었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최룡해가 이번 회의에서 당 전문부서 부장으로 임명된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가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장으로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 평가하였습니다.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 주석단에서 최룡해가 바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에 이어 4번째로 거명됐으나 지난 중앙경축대회 주석단에서는 두 번째로 호명되었고 주석단 위치에서도 황병서보다 앞선 자리에 앉은 사실이 포착되었는데, 이는 그가 매우 중요한 부장 자리에 임명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최룡해가 조직지도부장으로 임명된 것이 확인된다면 이는 명실상부하게 그가 김정은 정권에서 2인자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까지 조직지도부장은 김영주 이외에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이 한 적이 없었고 김정일과 김정은이 도맡아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사람은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선출된 박광호라는 인물입니다. 저는 박광호가 선전선동부장과 선전선동 담당 부위원장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합니다. 박광호가 지난 8일 진행된 중앙 경축대회에서 사회를 맡았는데, 이제까지 이러한 역할은 선전선동 담당인 김기남 혹은 최태복 전 비서가 진행습니다.
최룡해의 권력 2인자로의 부상, 그리고 박광호라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의 등장이 바로 이번 전원회의 인사에서 이뤄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김여정을 전진배치한 건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이번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 인사사업에서 최룡해와 함께 단연 눈에 띄는 인물들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었습니다. 올해 30세로 알려진 김여정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의 정책과 노선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되었습니다.
북한 당 역사 72년에 30세의 인물이, 그것도 여성이 당 정치국에 진입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 정보당국은 김여정이 2014년에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것입니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는 42세에 들어서야 당 중앙 위원, 66세가 돼서야 당 정치국 위원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반하여 김여정은 모든 단계를 뛰어 넘어 30세에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습니다.
당정치국 위원이 되었다는 것은 그의 직위에도 변화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선전부 부부장 자격으로 당 정치국에 들어 갈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최소한 당 중앙 위원회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30세의 새파란 김여정을 정치국에 진입시킨 것은 역시 믿을 것은 피붙이밖에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김정일은 "경희 비서가 하는 말은 내가 한 말처럼 집행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생전에 여동생 김경희 비서를 무한 신임하였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여 김경희를 당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한 것을 보면 향후 김정은 체제에서 김여정이 당 중앙위원회 선전부문 담당 부위원장까지 올라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리고 김정일·김경희 조합이 북한 김정일 체제를 안정시킨 것보다 김정은·김여정 조합이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유지 공고화 하는데 더 큰 역할을 놀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성우: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현송월이 등장했죠. 이건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고영환: 현송월 북한 모란봉악단 단장이 지난 7일 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인민군 대좌가, 그리고 일개 예술단 단장이 당 중앙 후보위원으로 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입니다.
현송월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와 금성학원을 같이 다녔고 후에 두 사람은 은하수관현악단에서 함께 근무하였습니다. 현송월이 유명해진 것은 현송월이 김정은과 연인사이였다는 소문이 국제사회에 돌면서부터였습니다.
김정은과 현송월의 사이가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2015년 12월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철수' 사건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당시 현송월은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공연을 준비하다 공연시작 3시간 전에 평양으로 귀국해 버렸습니다. 공연 내용이 김정은 우상화 일색임에 중국이 우려를 제기하자 현송월은 "우리 공연은 원수님께서 직접 보아주신 작품이기 때문에 점 하나, 토 하나 뺄 수 없다"며 공연 취소 결정을 강행했습니다.
당시 그녀를 동행했던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현송월을 만류하였으나 현송월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목격하면서 중국 및 북한 간부들은 현송월이 보통 여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지금 평양은 김여정, 리설주, 현송월 등의 여인천하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박성우: 이번 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서 최룡해의 위상이 강화됐다는 점, 그리고 김여정 등 여성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이 주목된다는 건데요. 하나 덧붙이자면, 이번 인사사업에서도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찾아볼 순 없었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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