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40일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40일만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좀 "서둘러" 나온 기색이 있다는 평가가 있지요.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지난 9월 3일 모란봉악단 공연 참관 이후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던 김정은이 지난 10월 14일 로동신문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올해 들어 한 달에 15회 꼴로 활발하게 공식 활동을 하던 김정은이 40일 동안 사라지면서 세상에는 온갖 소문들이 다 돌았습니다. 심지어 김정은이 아버지처럼 뇌출혈을 당한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외신들에 나올 정도였죠. 김정은이 다시 공식 매체에 등장함으로써 그가 뇌출혈 등 심각한 병을 앓고 있지 않은가 하는 소문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들게 됐습니다.
그런데 공식석상에 나타난 김정은의 모습이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동영상, 즉 김정은이 실제로 움직이는 화면이 공개된 것이 아니고, 정지된 사진으로 나온 것이 이상합니다. 더군다나 그는 사진에서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발목이나 무릎을 다쳐 수술을 하여 목발을 짚고 다닌다는 그간의 소문을 증명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 나온 김정은의 얼굴도 많이 부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김정일도 짚지 않은 지팡이를 들고 나온 것도, 얼굴이 부은 것도, 그리고 움직이는 동영상을 내보내지 않은 것도 다 정상이 아닙니다.
그러면 왜 그런 불편한 모습의 김정은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오랫동안 김정은이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외부세계에서는 물론 북한 내부에서도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권력을 잃지 않았는지, 김정일처럼 중병을 앓고 있지나 않은지 하는 소문과 우려들이 확산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더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북한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는 판단을 북한 지도부가 하였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공개활동과 관련해서 로동신문에 사진이 많이 실렸던데요. 위원님 보시기에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까?
고영환: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손에 지팡이를 짚은 사진이었습니다. 발목이나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국가를 통치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젊디젊은 김정은이 다리를 절고 나타나더니, 40일 동안 잠적을 하였다가 급작스럽게 나타나서는 지팡이를 짚고 전기 자동차를 탄다는 것은 김정은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움직일 수 없는 반증입니다.
두 번째로 눈에 확 띄는 점은 김정은 등장 사진에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등 북한권력의 실세들이 다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재등장하면서 자신의 곁에 쿠데타 소문의 진앙지였던 황병서와 최룡해가 나오니 세계에서는 이제 쿠데타 소리가 쏙 들어가게 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역시 북한의 유일한 권력자는 김정은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노동신문 2면이 김정은의 사진들로 꽉 찼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다 보기 힘든 현상들이죠. 확실하게 지금 김정은의 시대는 김일성, 김정일의 시대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다른 사안도 좀 살펴보죠. 요즘 남북관계에서 최대 현안 중 하나는 대북전단입니다. 지난 주에는 남측 탈북자 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향해서 북측이 고사총을 쏘는 일도 있었죠.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난 10일 한국의 민간 단체들이 풍선에 달아 북한 지역으로 날려 보내는 대북전단을 향해 14.5mm 고사기관총을 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쏜 고사총 총탄이 한국의 민간인들이 사는 지역에 떨어져 하마터면 사민들이 다치거나 사망할 수 있었다는 점이죠. 정말 천만다행으로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한국땅에 북측 기관총탄이 떨어졌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한국 측에 기관총탄이 떨어진 것에 대응하여 한국군은 K-6 기관총 40여발을 북한군 민경초소 방향으로 발사했습니다. 한국군의 대응사격은 적의 도발 원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가까운 인근지역의 민경초소로 사격한다는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입니다. 이 사건은 한국의 경기도 연천군과 북한의 황해도 장풍군과 강원도 철원군 사이에서 벌어졌습니다.
북한이 삐라를 넣은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외부의 소식을 알리는 삐라에, 폭탄을 넣은 것도 아니고, 사실을 적어 놓은 종이와 초코파이, 미국 지폐인 달러를 넣었는데, 이를 향해 고사총을 쏜다는 것은 정상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위입니다. 더군다나 군대도 아니고 사민들이 다니는 길 위에 탄환이 떨어졌는데, 이게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모른다면 그것은 더욱 더 이상한 일입니다.
이런 사소한 일로 인해 국지전이 발생하고, 국지전은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도 있습니다. 전면전이 일어나면 남한도 피해를 입겠지만 북한의 김씨 체제는 안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미 우리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 중에는 많이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 번 더 정리를 해 주시죠. 삐라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그리고 위원님께서는 대북전단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북전단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삐라에는 대체로, 북한에서 하루 한끼도 먹지 못하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아파트에서 살고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탈북자들의 현실, 하루 한끼 밥 먹는 것이 걱정인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지도자는 잔디 깔고, 수영장, 승마장 같은 비인민적 건설을 하고 있다는 사실 등 남북한 소식들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김정은을 비판하고 김씨 체제가 개혁개방을 하여야 하지 독재체제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들도 싣고 있습니다. 그리고 삐라를 담은 풍선은 1달러짜리 지폐와 라디오, 양말, 의약품, 한국 드라마를 담은 저장장치들과 함께 북쪽으로 날아 갑니다.
북한이 왜 삐라 살포에 그토록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는 한국 시민들이 적지 않은데요. 그 이유는 북한에서는 절대 비밀인 김씨 가족의 사치스런 생활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최고급 외국산 포도주와 코냑, 치즈, 심지어 지중해 연안 과일까지 수입하여 먹는 지도자의 사생활 등이 삐라에 실려 북으로 들어가면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겠죠. 북한은 이를 이른바 '최고존엄'에 대한 비판이라고 여겨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은 당국이 직접 나서서 한국의 대통령과 정부를 '괴뢰패당', '만고역적', '정치적 매춘부'니 하는 시정잡배들도 쓰지 않는 막말을 동원해 공식매체를 통해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자유국가지만, 그래도 정부가 나서 그런 유치하고 저급한 말을 하지는 않거든요. 다만 탈북자와 민간단체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의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을 비판하고 있는 거죠. 북한은 당국이 직접 나서서 한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하는 행동을 막으라고 하는데, 한국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인간 개인의 자유가 있어 탈북자 및 북한 인권단체들이 하는 행동을 제재할 수 없습니다.
박성우: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죠. 삐라는 남측에서만 뿌리는 게 아니죠?
고영환: 그렇습니다. 삐라는 한국만 뿌리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당과 국가의 기관들이 앞장서서 한국의 정부와 대통령을 매우 심하게 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향해 자신들도 삐라를 날리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하는 행동은 탓을 안 하고 한국이 하는 행동은 '최고존엄' 훼손이니 뭐니 하면서 비판하고 심지어 고사총을 쏘는 행동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한국에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북한이 하는 행동이 똑같습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이 말을 새겨들었으면 합니다.
박성우: 요즘 남북관계가 참 시끄럽죠. 지난 15일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이 열린 과정과 논의 내용을 놓고 진실공방이 펼쳐지는 양상인데요. 그런데 이 와중에 삐라 문제도 핵심 사안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아직도 삐라를 뿌리고, 또 이게 핵심 현안이 되는 나라는 남북한 뿐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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