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지도층, 북에 피로감 느껴”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에서 북한을 '전략적 부담'으로 여기는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무력도발을 지속하고 있으니 중국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북한을 '전략적 부담'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중국에서 많아지고 있다는 건데요. 그 배경을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정종욱 민간부위원장은 지난 18일 "중국의 여론주도층에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이지만, 전략적 부담으로 보는 시각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인 저도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요. 정 부위원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외교안보분과 공개학술회의 개회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특히 그런 현상은 중국 고위층에도 점차 확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북한의 핵 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에서 중국 관련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입니다.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있던 1993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1996년 초부터 1998년 봄까지 제3대 주중대사를 지냈습니다. 중국 주재 한국 대사 시절에는 베이징에서 황장엽 비서 망명 사건의 처리를 지휘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대내외적으로 유명한 중국 전문가이고 현재 위원장이 대통령인 통일준비위원회의 민간부위원장인 정종욱 씨가 중국 지도부에 대하여 한 평가여서 그가 한 지적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중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보고 있는데요. 북한이 연이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의장국이며 세계 2대강국인 중국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군사적 도발과 핵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을 비판하고 있으며, 특히 김정은에 대해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중국의 전략적, 지리적 자산이라고 믿고 있으나 정종욱 부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북한이 전략적 부담이라고 믿는 중국 지도층 인사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성우: 그런데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방패 역할을 해 주고 있거든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앞에서도 언급을 한 바와 같이 북한이 중국에게 전략적인 자산이라는 입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은 북한이 지리적으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없어지면 중국도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이 안보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 실험을 연속하여 강행하면서 중국의 입장이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여 중국 내에서 '북한을 전략적인 병풍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2월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인 병풍 역할을 한다는 관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느냐'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가자들 가운데 73%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신문은 논평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중국인들이 북한을 더 이상 '우호 국가'로 보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중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설문조사는 북한이 중국 내에서 더 이상 전통적인 우호 국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중국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개혁과 개방을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민심을 살펴보면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자국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할수록 중국 지도부는 민심의 변화에 따라 대북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박성우: 정종욱 부위원장이 최근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도 언급했죠.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오바마 현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대북정책을 펼 것이라는 내용인데요. 이건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정종욱 민간부위원장은 지난 4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가운데 누가 승리하든 간에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공조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당시 미국을 방문 중이던 정 부위원장은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클린턴과 트럼프 진영의 외교안보 관련 인사와 연구기관 전문가들과 두루 접촉한 뒤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 온 정종욱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 때보다 훨씬 더 강경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 부위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후보의 최측근과 만난 내용을 전하고 "클린턴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을 더 적극적으로 압박해서 북한이 바뀌고, 뭔가 신호를 줘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클린턴 후보의 외교책사인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을 예로 들어 "클린턴이 당선되면 국무장관이 유력한데, 북한 정권의 붕괴를 거론하는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 부위원장의 언급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간에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북한에 대하여 매우 강력한 반핵, 반북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실제로 미국 고위급 당국자들의 북한과 관련한 최근 발언이 상당히 강경해진 경향이 있죠?

고영환: 미국에서 나오는 대북한 발언들이 더더욱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아마도 북한이 핵 공격을 수행할 향상된 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김정은은 그러고 나면 바로 죽는다"고 발언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는 게 모든 분석가들의 반응입니다.

이는 '김정은이 자기 무덤 파는 격인 핵 공격을 최우선 옵션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해 현직 미국 외교 당국자가 '죽는다'는 표현을 쓴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러셀은 현재 오바마 행정부 대 한반도 정책의 실무 당국자이자 직업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특별한 무게감이 실리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지도부는 핵을 가지고 미국을 위협할수록 정권의 안정이 대폭적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미국 국무부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담당하는 관료가 최근에 바뀌었죠. 어떤 인물인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계인 미국인인 조셉 윤 전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대사가 신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돼 지난 17일부터 업무를 공식 시작했습니다. 윤 특별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인 1963년 세계보건기구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영국 웨일스대와 런던정경대학교 대학원을 나왔습니다. 2013년 말레이시아 대사 부임 이전에는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맡아 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했습니다. 윤 특별대표는 향후 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한국, 일본 등 관계국과 연대를 강화해 나가면서 북핵 대응 방안 등을 공동 모색하게 됩니다. 저도 윤 대표의 활약을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해 봅니다.

박성우: 조셉 윤 대표가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게 될 텐데요.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정책을 미국과 한국 그리고 중국 등 관련국들이 잘 조율해서 실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