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인권 증진 방안을 놓고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 정부가 오는 12월에 북한의 인권 침해자 명단을 추가 발표할 예정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미국 국무부의 스콧 버스비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25일 "북한 인권 관련 두 번째 제재 명단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오는 12월 발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버스비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에서 "법률에 따라 우리는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지명·제재해야 하고 6개월마다 새로운 사람을 지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미 지난 7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1차 제재 대상을 지정하며 그 명단에 김정은을 포함시킨 바 있습니다. 미국이 인권유린 혐의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당시에 지정한 것은 외교적, 국제적으로 커다란 사건이었습니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입국 금지와 함께 미국 내 자금 동결, 거래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집니다.
지난 7월에 발표되었던 북한 인권 침해 대상자 명단에 이어 두 번째 명단이 미국에서 12월에 발표되는 것은 우선은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북한주민을 향해서, 그리고 김정은의 밑에서 북한인민들의 인권을 가혹하게 짓밟고 있는 북한의 고위급 인권유린자들을 향해서도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의 거주, 이동, 여행, 발언, 집회, 결사 등 인권의 자유를 위해 손을 놓고 있지 않다는 뜻도 있고, 또 다른 의미는 북한 주민들의 가장 초보적인 인권을 유린하는 자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이 명단이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미 국무부가 요즘 북한 인권 문제를 자주 거론하고 있죠. 이건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미 국무부의 존 커비 대변인은 북한 국외 노동자의 인권과 임금전용, 즉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 고생하며 외화를 벌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의 월급을 빼앗아 가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커비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사바 칼리드 알 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과의 양자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커비 대변인은 "북한 정권이 노동자 수출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그 수입이 결국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 왔다"며 "앞으로도 북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국가들에 대해 계속 그런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케리 장관은 쿠웨이트 외무장관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확산 방지를 위한 쿠웨이트의 노력에 감사한다"며 "쿠웨이트는 최근 북한 항공기의 입항을 막고 북한 국외 노동자들의 임금이 불법적인 북한 정권을 지탱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케리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을 "불법적이고 정당성이 없는 정권"이라고 칭했는데, AP통신은 케리 장관이 북한 정권에 대해 이런 강경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습니다.
저도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내봐서 아는데, 외교관들은 항상 에둘러서 외교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세계의 초대강국인 미국, 그리고 미국 외교의 수장인 케리 국무장관이 북한을 불법적이고 정당성이 결여된 정권이라고 규정한 것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그리고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성우: 유엔 차원에서도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를 포함해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개진되고 있죠. 어떤 측면에 주목하면 될까요?
고영환: 올해 12월에 채택될 예정인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에 나가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를 위한 인권 보호 조치와 대북제재 효과를 동시에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소식통은 지난 18일 "한국 정부가 북한의 노동자 해외 송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올해 결의안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관계국들과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는 많게는 10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정권이 이들의 연간 수입의 대부분을 갈취해 통치자금 및 핵무기 개발자금으로 쓰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결의안에 해외 북한 노동자 문제가 포함되면 유엔 회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에 대한 주의가 환기되고 각국의 조치에 따라 북한 정권의 돈줄을 차단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전망입니다. 동시에 북한 인민을 억압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하여 각국 정부들이 압력을 가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이번엔 최근 남한에서 접할 수 있었던 북한 인권 관련 소식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이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있죠?
고영환: 지난 9월 4일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가 이사진 구성 문제로 아직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산하 기관인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 정책 개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지난 18일 남측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북한인권재단 이사 10명 중 새누리당 몫인 5명의 명단과 국민의당 몫인 1명의 이사 명단은 국회 의사국에 제출됐지만 더불어민주당 몫인 4명의 명단은 아직도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인권법 첫 발의 후 본회의 통과까지 약 11년 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야권이 비협조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시행 직후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여야 갈등이 계속되면서 현판식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직원 선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련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사회가 구성돼야 정관을 통과시킬 수 있고, 정관이 있어야 직원도 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박성우: 우리 북한 주민들 보시기에 이해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요? 우리 청취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은 김정은 독재국가여서 지도자가 한번 결정하면 끝이지만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행정부, 국회, 사법 등 3권이 분리돼 어느 한 사람이, 어느 한 기관이 권력을 다 가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 이동과 거주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있는 등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회도 권력을 쥔 여당 그리고 그 반대에 있는 야당 의원들로 구성됩니다. 어느 한 세력에 의한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인 것입니다. 북한인권재단 출범도 여당과 야당의 의견차이가 있어 지연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청취자분들께서는 이러한 현상이 전체주의, 획일주의의 반대말인 다원주의가 한국에서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지연되면 이게 국민에겐 여야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남측 정치권이 알고 있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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