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근본적 해법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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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사히 마무리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지요. 오늘은 이번 이산상봉에 대한 결산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원님, 먼저 총평을 해 주시죠.

고영환: 이산가족 상봉 '결산'은 북한 표현으로는 '총화'이니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총화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기준으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이고, 1985년 이산가족 고향 방문단 행사를 포함하면 총 21번째 이산상봉이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1985년 '이산가족 고향 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 방문'으로 처음 시작됐고 이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인도적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8•15 계기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에 합의하면서 지금까지 대면상봉 20회와 화상상봉 7회가 진행됐습니다.

상봉장면을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의 두 번의 상봉을 보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6.25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어언 62년이 흘렀습니다. 1953년에 18세 때 헤어졌다고 하더라도 올해 그 나이가 80세에 이르는 이산가족들에게 이젠 정말 남은 시간이 많지가 않습니다. 매번 상봉단 규모도 남북을 합쳐 200 가족으로 적어 상봉 기회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습니다.

이 때문에 당국과 민간 차원의 대면•화상 상봉을 모두 합쳐도 지금껏 헤어진 가족을 만난 사람은 2만5천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한국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남한에 남은 생존자는 6만6천488명입니다. 이 중 80대가 42.2%, 90세 이상이 11.7%를 차지하는 등 생존해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53.9%가 80대 이상 고령자입니다.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참가에 성공해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봉은 '면회' 수준으로 만남 시간이 짧은 데다 한 번 만난 이후에는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상처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말 천운 같은 행운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가족을 만나는 기간이 2박3일로 너무 짧습니다.

이번 상봉을 보면서 정말 이제는 이산가족들에게 남은 시간이 없으며 이런 식의 방식보다는 더 많은 인원이 만날 수 있도록 이산가족 상봉자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상봉을 정례화하며 만난 다음에는 서로 편지라도 주고 받게 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가지게 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였습니다.

박성우: 그래서 대책이 필요할 텐데요. 위원님은 무엇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이산가족들에게 물어보면 이분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가장 먼저 꼽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지난 20011년 이산가족 1만6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헤어진 가족과 교류하는 방법으로 40.4%가 생사 확인을 선호하고, 대면 상봉이 35.9%로 2위, 그리고 서신 교환이 10%로 3위 순위이었다.

이번 상봉 행사 때도 남측의 이산가족들은 상봉장에 나오지 못한 북한의 다른 가족의 정확한 생일을 묻고 사망 날짜를 적어가는 등 생사를 먼저 알아보았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에 대한 생사 확인 작업과 명단 교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이산가족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여기에 상봉 행사를 정례화하고 상봉 인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나이가 80대 이상인 고령의 이산가족의 경우 특별 상봉 형식으로 단기간 내 대규모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90세 이상의 이산가족은 7천900여 명에 불과해 상봉 시한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엔 이산가족 상봉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은 이 문제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 즉 인도주의적 문제로 보는데 반해 북한은 이 문제를 체제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정치적 문제로 보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남북 분단으로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헤어진 가족 친척들이 만나게 하는데 이념과 정치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박성우: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님의 의견은 무엇인지요?

고영환: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데 이견을 보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저도 남북관계가 이전 동서독 시절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었던 그 시기, 그 관계만큼만 개선된다면 이산가족 문제는 당장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은 지난 8월 25일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다양한 분야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8•25 합의'의 첫 단추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순조롭게 끝남에 따라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고 남북 당국회담이 개최될지 주목이 되고 있습니다.

남북 민간교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최근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고요. 남한 정부도 민간단체가 신청하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폭넓게 승인하는 추세입니다. 남측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12일 개성에서 북측 조선직업총동맹과 실무협의를 하고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오는 28~31일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고 한국 정부도 이를 승인하였습니다. 남측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북측 조선종교인협회와 지난 23일 실무 접촉을 하고 '남북종교인평화대회'를 내달 9~10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남과 북이 모두 8•25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데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이르면 다음 달에 당국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더 이상의 돌출 행동을 하지 않고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에 진정성을 보인다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서신교환 같은 문제들도 속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남북 당국회담의 개최 여부가 향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가늠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위원님의 전망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고영환: '8•25 합의' 이행의 첫 단추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6일 순조롭게 마무리됨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가 순항할지 주목되고 있죠. 무엇보다 남과 북이 지난 8월 고위당국자 접촉 때 합의한 당국회담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복잡한 남북관계 현안을 풀려면 당국회담 개최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 과정에서 북측 인사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은 당국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북한 리충복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4일에 금강산호텔에서 한국 취재단과 만나 "이번 상봉 행사가 끝나면 (남측과)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들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조치 해제 등을 원하는 북한으로서도 적십자 회담보다는 당국회담이 유리합니다. 따라서 북한만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이르면 11월에도 당국 회담이 열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돌발변수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서해에서 군사도발을 일으킨다면 모처럼 조성된 남북화해 분위기가 급속하게 냉각될 수도 있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아무쪼록 별 일 없이 올해가 끝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남북관계가 지금보다는 많이 개선돼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