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내년 5월에 당 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노동당 대회는 북한 지도부가 워낙 오랜만에 소집하는 정치 행사이기 때문에 나이 어린 사람들은 이게 뭔지를 모를 것 같습니다. 위원님, 당 대회는 무엇이고 왜 하는 것인지부터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의 중앙통신은 지난 달 30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당과 혁명 발전의 요구를 반영해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를 2016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 내부적으로 과거 사업을 평가하고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결정하고 제시하기 위해 당대회를 개최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규약에 의하면 당 대회는 북한 노동당의 최고 지도기관이며 소집 날짜는 대략 여섯 달 전에 발표합니다. 말 그대로만 하면 북한에서 당 대회는 최고권력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김부자 3대의 나라로 변하면서 김씨 일가가 북한의 최고지도 기관으로 변하였고 당 대회는 그 다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당 대회를 열었습니다. 1970년 11월 제5차 당대회 때는 김일성이 당 총비서로 되면서 그의 유일적 지배 체계가 구축되었고 1980년 10월 10일 열린 제6차 대회에서는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이 사회주의 나라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김일성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었습니다.
김일성은 생전에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고 북한 인민들에게 약속하였고 김정일은 김일성의 이 교시를 실현하기 전에는 당 7차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수 차례 언급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이 7차 당 대회를 한다고 공개하였을 때 어안이 벙벙하였습니다.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는 김일성의 교시를 실현하지 못하였는데,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가장 초보적인 의식주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왜 당 대회를 열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을 듣는 많은 북한 인민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이 7차 당 대회를 여는 목적이 '김정은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인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김정은표 통일강령을 제시하며 당을 김일성 김정일의 당이 아니라 김정은의 당으로 변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당 대회를 36년만에 열기로 했다면, 김정은 정권이 이 행사에 부여하는 의미도 매우 클 것 같습니다. 위원님은 그 의미를 뭐라고 해석하시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내년이면 집권 5년차를 맞이하는 김정은이 그 동안 축적된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의 위상과 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는 의미가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인데요.
저는 내년에 7차 당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의 체제 지탱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 통치'를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열어 자신의 색깔만으로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경제 개선조치 같은 것을 발표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어 체제를 공고화하려고 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남적으로는 김일성이 6차 당 대회에서 이른바 '고려 민주연방 공화국 창립방안'과 '조국통일 실현 10대 시정방침'이라는 것을 제시한 것을 본떠 김정은식의 새로운 통일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또한 할아버지 때 인물들, 아버지 때의 나이 든 간부들을 대폭 새롭고 젊은 간부들로 교체하여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려고 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방위원회를 해체하고 주석제로의 회기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외적으로 경제 개방을 선언할지 여부입니다. 만일 김정은이 경제 혹은 체제 개방을 선언하지 않고 북한 체제를 영원한 김씨 집안의 국가로 선언하고 핵 보유국으로서 미국 등 강대국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핵 협상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경우 북한 체제는 급속하게 불안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주민들의 실망도 커질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당 대회를 한다고 하니까, 이제 관심사는 '그렇다면 북한은 내년 5월까지는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7차 당 대회를 개최하려면 주변국, 특히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당 대회라는 큰 잔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김정은의 성향이 즉흥적이고 변동성이 심해 그의 심리를 알아내기는 어렵지만 싸움이 나는 잔칫집에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내년도 초부터 2월까지 남북관계는 일시 냉각될 수는 있어도 적어도 3월부터는 남북관계를 완화 분위기로 끌고 가야 7차 당 대회를 이른바 경축 분위기 속에서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내년 봄 이후에는 북한이 대규모 군사 도발이나 핵실험 강행 같은 도발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김정은과 당의 두리에 북한 주민들을 묶어 세우기 위하여 일정 정도의 군사적 도발을 조금 이른 시기에 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대외관계도 한 번 살펴 보죠. 김정은 제1비서의 입장에서 보자면, 당 대회 이전에 뭔가 외교적인 업적도 좀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드는데요. 때문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고영환: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달 31일 김정은 당 제1비서가 내년도에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은 김정은이 내년 상반기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회담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중국 외교 관계자를 통해 밝혔습니다. 양측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등 중요 행사가 열리는 때를 제외하고 상반기 중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마이니치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올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하도록 요구했으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원조 내용이나 김정은이 귀빈석의 어느 자리에 설 것인지 등의 문제를 두고 의견을 절충하지 못해 실현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김정은의 내년 상반기 중국 방문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중 간 갈등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면서 심화되었습니다. 김정은이 핵 경제 병진노선을 김정은 시대의 통치이념으로 공언하고 헌법에 핵 보유국이라는 말을 써 놓았는데 그렇게 쉽게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중국에 가면 시진핑 주석이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압력을 넣겠는데 젊은 지도자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하겠습니까? 그리고 중국의 압박을 받으려 하겠습니까? 중국에 핵을 포기하겠다고 약속을 할 수 없는 김정은이 내년도에 중국에 가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에서 당 대회가 36년만에 다시 열린다고 하니 위원님께서도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예전에 북한에 계실 때 지켜봤던 당 대회는 어떠했습니까? 그리고 이번 당 대회에 바라는 바는 무엇인지도 말씀을 해 주시죠.
고영환: 저는 북한에서 5차, 6차 당대회를 지켜본 사람입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에게 있어 7차 당 대회 소집 소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소식이었습니다. 7차 당 대회 소집 소식을 들으면서 제가 처음으로 한 생각은 '김정은이 나라를 중국식으로 개혁 개방한다는 선언을 하면 얼마나 북한 인민들이 기뻐할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그런 선언을 하면 북한 방방곡곡이 만세소리가 진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국 결정서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위업 계승 등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지금부터 북한 주민들이 내년 5월까지 얼마나 부대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행사와 결의대회, 경제전투 등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5차 당 대회, 6차 당 대회를 겪을 때 바로 그랬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제가 7차 당 대회에 바라는 것은 속 시원하고 통이 크게 개혁 개방을 선언하여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중국처럼 해결하였으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박성우: 당 창건 70주년 행사가 다 끝나고 한 숨 돌리나 했는데, 이젠 당 대회를 하겠다는 거니까요. 주민들 '부대낄까' 걱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지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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