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북한 내부 소식부터 살펴보지요. 말씀드린데로, 북한 지도부가 최근에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만들었지요. 위원장 자리에는 장성택을 앉혔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갑자기 체육 분야에 신경쓰기 시작한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북측이 지난 4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장성택을 임명했습니다. 위원회 안에는 중앙당 비서, 부장, 부총리, 부총참모장 등 당, 국가, 군대에서 힘을 좀 쓰는 사람들은 다 망라되어 있는 듯합니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내각의 한 부서가 아니라 당, 정, 군의 지도 간부들을 대거 망라한 비상설적인 기구, 즉 상무조의 형식으로 보면 될 듯 합니다. 체육성도 있는데 이걸 만든 이유는 체육성의 힘으로는 국가 체육을 발전시키지 못하겠으니 전 국가적 힘을 동원하여 체육 강국을 만들자는 의도가 있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김정은이 '인민들의 허리띠를 더는 조이지 않게 만들겠다'는 말도 하고, 6.28 경제개선 조치도 내놓아 경제를 발전시켜 강성국가를 만들어 보려 하였으나, 개혁개방 의지도 없고 그러니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재원도 없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경제를 되살리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체육을 발전시켜 '나라가 체육강국이 되었다'고 선전하자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북한은 금메달 4개를 따는 큰 성과를 거뒀지요. 북한은 권투, 레슬링, 유도 등의 40-50 킬로그램급 등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수한 선수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잘 먹어서 40-50 킬로그램급 등의 가벼운 체중에서 선수가 많지 않거든요. 따라서 북한은 경쟁력이 있는 가벼운 체중에서의 체육을 발전시킬 수 있고, 그러면 '김정은이 통치를 잘 해서 국가가 강성대국이 되었다'며 김정은의 치적을 선전할 수 있겠다고 본 것이죠. 그리고 장성택이 위원장이 된 것은 힘이 센 장성택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장성택도 이번 기회에 국가 지도자로서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바깥 소식을 몇가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시각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러시아의 한 국책연구소가 보고서를 내놨는데, 그 내용이 북한 지도부에겐 상당히 충격적이라면서요?
고영환: 지난 달 23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국책연구소의 하나인 '국가 에너지 안보재단'이 국제학술회의를 열었습니다. 학술회의는 북한말로 쎄미나르라고 하는데요. 이 회의에서 모스크바 국제관계 대학의 드미뜨리 라빈 교수는 "러시아가 추진 중인 극동 시베리아 개발의 핵심 과제들은 폐쇄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현재의 북한 정권이 유지되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한국 주도의 통일이 실현되면 극동 및 시베리아 개발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이지요.
또한 지난해 11월 러시아의 다른 국책연구소인 '세계경제, 국제관계 연구소'의 특별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었었는데요. 이 보고서도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한국이 한반도 통일을 주도하게 될 것이며, 통일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입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내용 핵심은 불안정하고 믿음이 안 가는 북한은 붕괴되고,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며, 이러한 통일된 한국은 러시아의 개발과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안보재단이나 국제관계 연구소 등은 개인이 만든 연구소가 아니고 국가가 운영하는 국책연구소입니다. 이런 연구소들이 '북한이 붕괴할 것이고 남한이 통일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이전 시기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러시아처럼 이전에 북한에 우호적이던 나라들조차도 이젠 북한은 실패한 정권이고 지역 평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중국 베이징에서도 최근에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는데, 여기 참석한 중국 학자들도 한반도의 통일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보다는 한국에 상당히 호의적인 전망을 내놨다면서요?
고영환: 지날달 30일 중국의 베이징에서 '한반도 통일과 한중 협력 방안'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는데요. 이 회의에서 베이징 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주펑 교수가 의미 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주 교수는 "한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통일은 한국에 의하여 주도될 것이다"라고 말했고, 북한에서 급변 사태, 즉 북한 정권이 붕괴될 때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유엔의 신탁통치, 6자회담 당사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관리, 또는 미국, 중국, 그리고 한국의 협력에 바탕을 둔 위기공동대응책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측이 서슴없이 '한반도 통일은 남한이 주도할 것이고 북한이 붕괴되면 한국, 미국, 중국이 같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중국 지도부가 북한의 현 김정은 체제를 얼마나 취약하고 불안정하며 위험한 정권으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학술회의에 참가한 장렌구이 중국 공산당 학교 교수도 "북한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 통일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핵무기 보유가 북한을 위협에 빠뜨리고 있고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그냥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박성우: 북한의 우방인 쿠바에서는 국제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10여년째 불참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이번에 참석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실장님, 이게 의미하는 바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쿠바에서는 매해 국제박람회가 열리는데 북한은 10년 전에 참여한 것을 끝으로 여기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대신 한국은 이 박람회에 참여했습니다. 북한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북한의 경제 사정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한국이 이 박람회에 참여하였는데, 이는 쿠바 정부가 한국을 초청하였고 또 최근 한국과 쿠바 사이에 경제협력과 협조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쿠바에는 한국 상품들이 넘쳐 나고 있다고 합니다. 쿠바도 한국하고는 배울 것도, 교류할 것도 많으니 관계를 밀접히 하는 것입니다. 서로를 '사회주의 동방초소', '서방초소'라고 부르면서 찰떡 궁합이던 쿠바와 북한의 관계도 결국은 이렇게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또하나 중요한 일이 있었지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렸고,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실장님이 한국에 오셔서 지켜본 미국 대통령 선거는 몇번째입니까? 그리고 미국 선거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고영환: 미국 대통령 선거는 4년에 한번씩 열립니다. 제가 1991년에 북한 대사관을 나와 한국에 망명하였으니 1992년 선거부터 올해까지 6번의 대통령 선거를 보았습니다. 저는 북한 외교관으로 있을 때 민주당이 집권하는지, 공화당이 집권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공화당보단 민주당이 좀 더 낫다고 북한 외무성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저를 비롯하여 온세계 사람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싫든 좋든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이며 미국의 어떠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여기와서 미국 대통령 선거날이 되면 누가 될 것인지가 무척 궁금합니다.
미국 대선을 보면 인민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직접 자기 손으로 뽑고,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가 선거에서 떨어진다 하더라도 승리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너무 멋있습니다. 그리고 선거날 자발적으로 다 같이 모여 축제를 벌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그런 날이 북한에도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왜냐면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축제가 바로 선거이기 때문이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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