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굳건함에는 변화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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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예측을 뒤집고 '정치적 이단아'라고 평가받던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대이변이 일어난 것입니다.

공직 경험이 없는 70세의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후보는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던 클린턴을 물리치고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클린턴은 기득권 정치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감과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했습니다. 낙선이 확정된 직후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 맨해튼의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한 승리 연설에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이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한데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면서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부동층이든 모든 미국인이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미국과 뜻을 함께하는 국가들은 같은 길을 나아갈 것"이라며 "모든 국가들과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임 대통령 취임식은 내년 1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립니다.

저는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면서 역시 '자본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모두가 클린턴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선거 결과는 그 정반대로 나왔거든요. 두 번째로 느낀 점은 미국의 민심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인민들의 반대로 나타났다는 것인데요. 역시 민심은 천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첫 반응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나왔는데요. 어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이 바라는 조선(북한) 핵포기는 흘러간 옛 시대의 망상"이라며 미국의 트럼프 차기 행정부를 사실상 겨냥한 '핵 보유국' 주장을 폈습니다. 노동신문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다음 날인 지난 10일 '미국의 대조선 제재 압살 책동은 파산을 면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논평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내년도에 집권할 새 행정부에 주체의 핵강국과 상대해야 할 더 어려운 부담을 들씌워 놓은 것뿐"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북한에 긍정적이며 트럼프가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께서 가장 궁금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 정책일 텐데요.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은 아직 크게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지난 1월 선거 유세 도중에 '김정은은 미치광이 같다'고 발언한 적이 있었고, 그와 반대로 지난 6월 선거 유세에서 "북한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건 어리석다", "김정은이 미국을 방문하면 햄버거를 함께 먹으며 협상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본인이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한 방법 등을 포함한 대북정책의 방향을 뚜렷이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북한 문제에 있어선 오히려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는 올해 4월 27일에 진행한 대외정책에 관한 연설에서 "우리는 경제력이라는 대중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고 있고 이를 통해 통제 불가능한 북한에 대해 중국이 조치하도록 할 수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유세에서 한 발언과 실제 정책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분석들이 우세합니다. 트럼프 개인의 성향이 아닌 공화당의 시스템으로 대북정책이 조율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공화당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강정책을 발표하면서 "북한은 김씨 일가의 노예국가"라며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를 목표로 적시했습니다.

저는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문제나 북핵 문제에서 민주당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공화당 출신이고, 대통령은 출신 정당의 정강을 대부분 따른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이 북핵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설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만일 김정은이 계속하여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 추가적인 도발을 강행하는 경우 미국이 물리적인 대응에 나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박성우: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한반도 정국에 미칠 파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미국의 새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미동맹을 포함한 한반도 외교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려면 동맹국들의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또한 한국의 주한미군 비용 추가 부담과 주한미군의 철수 등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국이 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부담 요구는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들도 나옵니다.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인거죠. 그는 한미동맹에서 금기시했던 한국의 자체적인 핵무장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 대통령에 취임하면 외교 분야 학습을 통해 기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존 틀을 깨는 공약과 발언으로 당선된 만큼 한반도 정책을 포함한 미국의 대외 전략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한국이 미군 주둔 부담금을 더 내게 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주한미군 철수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 가지 확실한 건 "한미동맹은 굳건하다"는 평가인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그 내용은 어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일 오전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공고한 한미동맹 및 한국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 외교 당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박 대통령과 10여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는 한미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며 "미국 행정부 교체기에 북한이 도발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앞으로 수개월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철저히 억제하면서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고, 트럼프 당선인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정착한지 25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정치적 성향이 서로 다른 대통령들이 여러 명 당선되었고, 일부의 경우 한미관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기도 했지만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한미동맹은 세계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고한 동맹이라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갖고 올 영향을 분석하느라 다들 분주한 모습인데요. 그러나 한미동맹의 굳건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부원장님을 포함해 모두가 한목소리로 내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