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가 3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탈북민 3만명 시대의 의미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통일부는 "지난 11일 오후 제3국을 통해 탈북민 7명이 들어오면서 이날 기준 탈북민 숫자가 3만5명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남한 입국 탈북민은 지난 1962년 6월 첫 귀순자가 나온 이후 2006년 2월에 1만명, 2010년 11월 2만명을 돌파했습니다.
탈북민 3만명 시대 개막은 우선 남북한의 체제 경쟁에서 북한이 패배했음을 의미합니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간 월북자 숫자보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탈북민 숫자가 몇백배 넘는다는 것은 한국이 북한에 비하여 살기가 훨씬 좋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행복과 건강을 추구합니다. 북한에서 살기가 힘들고 김정은 체제에 희망도 미래도 없으니 수만명의 북한주민이 정든 고향과 친지를 떠나 미지의 땅이기는 하여도 희망이 있고 따뜻함이 있는 한국으로 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대한민국 국가와 정부 그리고 인민이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민들을 민족애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이하는 포용의 정신이 탈북민 3만명 시대를 열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탈북민 하나하나를 같은 동포로, 같은 민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들 모두에게 주택을 주고 정착지원금을 주고 일자리를 알선해 주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었고 현재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요즘 들어서는 '이민형' 탈북이 많이 언급됩니다. 그 원인은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최근 탈북의 특징은 북한에서도 살 만하던 중산층 및 고위층의 탈북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배고픔과 궁핍을 벗어나기 위한 '생계형 탈북'에서 자녀 교육이나 자유사회에 대한 동경,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이민형 탈북'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요.
지난 14일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 있을 당시 생활수준이 '하급 수준'이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001년 이전 76.6%에서 2014년 이후 33.2%로 급감했습니다. 2014년 이후 탈북민 중 '중급 수준'이라 답한 경우는 59.7%였으며 '상급 수준'이라는 응답은 7.1%였습니다. 탈북을 결심한 이유로 '배고픔과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자유 동경'이란 응답 비중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유보다는 자유를 이유로 남한으로 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고위 간부인 태 공사는 북한에서도 안정된 삶은 보장돼 있지만 자녀 교육 문제, 자유로운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 공포정치에 대한 좌절 등으로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오스트리아(오지리)에서, 중국에서, 러시아에서, 동남아시아에서, 그리고 저 멀리 중동에서 외교관, 해외무역대표, 군 총참모부와 정찰총국, 당과 내각 등에서 간부로 일하던 사람들이 줄줄이 탈북을 결행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산층 이상의 탈북이 증가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데요. 남한 정보의 북한 내 유통,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따른 공포와 회의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절망감 등이 주요 탈북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박성우: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부원장님은 한국에서 '차별'을 느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고영환: 제가 탈북하였을 때가 1991년이고 외교관이 탈북한 것은 처음이니 저는 차별보다는 오히려 대우를 많이 받았습니다. 외교관의 전문지식이 있어서 정착을 하는데 조금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저는 현재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그리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가 한국으로 온 사람들은 한국사회 정착이 비교적 쉽습니다. 조명철 전 김일성종합대학 교원은 한국에서 공무원의 꽃이라고 하는 차관보급인 통일교육원장을 거쳐 국회의원까지 지냈습니다. 북한에서 의사나 교원을 한 사람들은 한국에서 최고의 직종으로 불리우는 의사, 동의사 그리고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알고 있는 동의사는 그 능력을 인정 받아 환자들이 몰리면서 한해에 수십만 달러씩 벌어들여 한국에서 제일 잘사는 사람들이 산다는 어느 이름난 아파트에서 김정은이 타는 벤츠 스포츠형을 몰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 가구당 1천100달라 정도 매달 받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이 자유경쟁 체제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노력하면 집도 사고 집도 짓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박성우: 부원장님께서 서울에 정착하셨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정부의 탈북자 지원 정책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고영환: 한국 통일부는 탈북민 3만명 시대를 계기로 탈북민 정착 제도를 '지원'에서 '자립·자활'로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탈북민이 국내로 들어오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사회적응 교육을 수료한 이후 한화 700만원, 즉 6천500달러 정도의 정착금과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는 주택 보증금 1천300만원, 즉 미화로 1만2천달러 정도를 받습니다. 그리고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 지역 하나센터는 탈북민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고, 탈북민 보호담당관이 취업 등에 대해 도움을 줍니다. 한국 통일부는 앞으로는 맞춤형 탈북민 사회적응교육을 강화하고 직업훈련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탈북민의 자립과 자활, 즉 자신의 힘으로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주민을 한 동포로 같은 민족으로 대우하고 따뜻하고 동포애적인 시각과 의지로 맞이하는 한국정부와 인민의 마음입니다. 이는 탈북민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지원함으로써 향후 그들이 남과 북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 내는 통일의 역군이 될 수 있도록 키워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탈북자 3만명 시대를 맞아서 개인적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 주시죠.
고영환: 제가 한국에서 25년 이상을 살면서 행복하게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 것은 한국의 생활수준이 높고 의료수준이 세계 최고수준급이여서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에는 숙박 검열도 신분증 검열도 없고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 가서 살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가족들과 함께 외국을 여행하면서 머리도 쉴 수 있는 등 사생활의 자유가 철저하게 보장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김정은 체제는 희망이 없습니다. 북한은 인민의 나라가 아니라 김정은 개인의 나라, 독재의 나라입니다. 김정은이 핵과 공포정치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서 희망도 없이 죽을 때까지 살고 있는 주민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북한 주민들도 희망을 꽃피우며 살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성우: 탈북자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부원장님께서 지금 말씀해주신 내용이 그 원인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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