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화제의 호응 늦었지만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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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5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북한이 남한의 당국간 대화 제의에 호응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다가오는 월요일(23일)은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 도발한지 꼭 5년이 되는 날입니다. 남한은 정부 차원의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우리도 이 시간에 연평도 포격 사건을 많이 다뤘던 것 같습니다. 당시 사건이 남북관계에 전반적으로 미친 영향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위원님의 평가를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고영환: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한군이 2010년 11월 23일 한국군의 해상 사격훈련에 반발해 연평도를 무차별 공격한 사건입니다. 북한군의 포격으로 한국군 장병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희생됐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5년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한국은 정부 차원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하나 된 힘이 북한의 도발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23일에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정부 주요 인사를 포함한 4천여명이 참석하는 기본행사와 추모 공연들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영상 메시지를 이 행사에 보낼 계획입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평도 포격 도발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초 박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직접 참석하고자 했으나 현재 진행중인 외국 순방 때문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정된 후 감행된 천안함 어뢰 공격 사건과 더불어 2010년도에 벌어진 2대 도발 사건입니다. 북한군은 이전 시기에도 수많은 군사적 도발을 하였으나 이는 특수부대와 간첩 등에 의한 비정규전 형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정된 후 북한군의 도발은 비정규부대에 의한 도발에서 정규군에 의한 도발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그만큼 김정은의 호전성이 선대들에 비하여 급격하게 상승하였음을 의미합니다.

연평도는 분명히 남한의 영토이며 남한의 주권이 미치고 남한 주민이 행복하게 살던 섬입니다. 여기에 백주에 북한이 방사포를 쏘아 민간인들을 죽인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며 도발입니다. 이 사건과 천안함 사건으로 인하여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였으며 정말로 엄청난 영향을 남북관계에 미쳤습니다. 특히 한국 국민들이 북한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북한이 피를 나눈 형제이긴 하지만 때로는 잔혹한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피로써 깨우치게 된 것입니다.

박성우: 군사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고영환: 서해 북방한계선 바로 남쪽에 있는 대연평도, 이 평화롭던 섬마을은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에 북한군의 방사포와 해안포의 사격으로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 기둥이 치솟아 올랐고 학교, 진료소, 마을이 불탔습니다. 이 사건은 6.25 전쟁 이후 북한군이 처음으로 남한 영토를 포로 사격한 '연평도 포격 도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때로부터 벌써 5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한국군은 서북의 섬들에 대한 북한군의 도발을 억제하고자 병력과 무기를 증강 배치했습니다. 방어 위주의 작전 개념에서 벗어나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도발 원점뿐 아니라 지휘부와 지원세력까지 타격한다는 '공세적 응징' 개념을 세웠습니다.

이 사건 이후 한국군은 서북도서에 K-9 자주포, 130㎜ 다연장 로켓포 '구룡' 등을 고정적으로 배치했습니다. 2013년에는 스파이크 미사일이 실전 배치됐습니다. 사거리 20여㎞의 스파이크 미사일은 북한군이 해안포를 숨겨둔 갱도 속으로 파고들어 타격할 수 있는 정밀무기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군은 도서에 배치된 대포병 레이더를 구형에서 신형 '아서-K'로 교체했습니다. 아서-K는 지난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포격 도발을 포착한 장비이며 8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서해 섬들에서는 요새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무력도 해병대 1천200여 명을 더 증원하였습니다. 물론 정규군으로 평상시에 포격 도발을 감행한 북한군도 무력을 증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군의 무력은 수배로 증강되었고 서해도서들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변했습니다. 북한이 섣부르게 도발하는 바람에 한국의 섬들이 요새로 변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두고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말합니다. 군사적 모험으로 일시적인 공포는 조성할 수 있어도 그러한 모험으로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북한 지도부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죠. 남한 군대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연평도 포격전'이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를 뭐라고 보면 됩니까?

고영환: 한국 해병대사령부는 지난 9월 연평도 포격 도발의 공식 명칭을 '연평도 포격전'으로 변경해 달라고 국방부에 건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해병대 측의 건의에 일리가 있는 만큼,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병대는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가 적극적으로 대응 사격한 점에 주목해 이미 내부적으로는 이 사건을 '연평도 포격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정부 차원의 명칭 변경을 건의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이 사건을 재평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해병대는 이 사건을 '연평도 포격전'으로 부르려고 할까요? 무엇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의 공식 명칭을 포격전으로 바꾸는 경우 한국군이 '승전' 선언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해병대 연평부대는 북한군의 선제 포격에 대응 사격을 했고 북한군의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당시에 북한군의 피해가 적지 않았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포격전'이라는 용어를 쓰고자 하는 것인데, 그 논의 결과가 나오면 이 시간에 다시 한 번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박성우: 지난 5년을 되짚어 보자면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다가 최근 들어서 조금 진전된 모습을 보였죠. 대표적인 사례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한 것이고, 다음 주에는 남북 당국회담 실무접촉도 실시될 예정입니다.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먼저, 북한이 그간 남북 당국간 대화를 하자는 남한의 제안에 호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 당국회담이 북한 조평통 서기국의 11월 20일 제안, 즉 남북 당국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오는 26일 판문점에서 열자는 제안으로 돌파구가 마련되는 형국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 19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진실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우리 측 대화 제의에 호응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남한의 수 차례 반복된 당국 간 대화 제의에 드디어 호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은 올해 8월 25일 고위 당국자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와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활성화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가졌고 민간교류도 활발해졌으나 당국 간 회담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늦게나마 북한이 당국 간 회담에 응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북한이 남북대화에 그 동안 나서지 않았던 기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은 북한이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 당국과 회담을 하여 좋은 점이 있을지를 탐색하는 기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의 해당 남북관계 부서인 통일전선사업부가 남북 당국 간 회담을 해서 실제로 한국으로부터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 다른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박성우: 앞으로 당국간 회담이 재개되면 논의하게 될 의제는 어떤 게 있습니까? 그리고 위원님께서 기대하시는 바는 무엇인지요?

고영환: 당국 간 회담 의제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및 안정 정착문제, 남북 간 교류와 협력 문제, 그리고 북한 지도부가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한 전단문제, 이른바 최고존엄 문제 등도 논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한국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문제를 탁상 위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려고 하는 진정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문제는 예상 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 회담이 잘 풀려서 2016년엔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