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정은 영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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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몽골 대통령이 김일성대 연설에서 "폭정은 영원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몽골의 차히야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지난달에 이뤄졌지요. 그런데 아직도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몽골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위원님, 어떤 내용인지 소개를 좀 해 주시지요.

고영환: 몽골의 차히야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지난달에 평양을 방문하였고, 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연설했습니다. 이 사실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짤막하게 보도했지요. 그러나 연설 내용을 북측은 보도하지 않았는데, 몽골 대통령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한 연설 전문을 몽골 대통령실 웹사이트가 최근에 모두 공개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참으로 엄청납니다.

김대 연설에서 몽골 대통령은 "몽골은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고 개방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자유는 모든 개인이 자기의 발전 기회를 발견하고 실현하게 하며, 이는 인류를 진보와 번영으로 이끈다. 인민은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며, 이는 영원한 힘이다. 어떠한 폭압 정치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이 개방되어야 하고, 인권과 자유를 존중해야 하며, 인민들이 자유롭게 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폭압정치는 영원할 수 없다'는 내용을 간접화법으로 북한에 조언한 것입니다.

현재까지 어느 나라의 지도자도 평양에 가서 이런 공개된 자리에서 북한의 폭압 통치를 비판하고 사람들에게 인권과 자유 그리고 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모든 외국 사람들이 평양 지도부에 대고 해야 할 소리를 몽골 대통령이 평양의 중심에서, 그것도 미래의 지도자가 될 김대 학생들 앞에서 한 것입니다. 참으로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몽골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본 학생들이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몽골 대통령이 김대에서 연설한 시간은 15분 정도이고, 학생들이 기립박수를 쳤고, 연설 전에 북측은 대통령이 연설할 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용어만 쓰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였다는 것 등이 이제까지 알려진 내용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몽골 대통령의 연설 어디를 보아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도가 센 발언들이 너무나 많지요. 폭압정치는 영원히 가지 못한다, 사회는 개방하여야 하고, 개인의 인권과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의 대학생들이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외국의 대통령이 오니 옷차림을 깨끗이 하고 나와라, 열렬하게 환영을 하라, 그리고 연설이 끝나면 일어서서 박수를 쳐라, 이런 사전 교육을 대학생들이 받았을 것입니다. 그 외의 다른 지시는 받은 게 없었던 거죠. 그러니 학생들은 당국이 시킨 대로 한 것이고, 이것이 이렇게 커다란 대형 사고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북한에서 대학을 다니고 외교부에서 외국 사람들을 영접하여 여러 곳에 다녀 본 제 경험으로 보아, 대학생들은 연설 중에 '왜 저 사람이 저런 말을 하나? 저 발언들이 무엇을 의미하나? 우리하고 연관이 있는 소리인가?' 이런 수많은 의문점들을 가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연설이 끝나니 당에서 시킨 대로 박수를 친 것이죠.

그러나 연설이 끝나고 대통령이 출발한 후 북한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들은 내용들이 엄청나고, 그래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연설의 일부 내용이 평양시로 빠져나갔을 것입니다. 물론 대학의 당 위원회는 행사가 끝난 후 연설을 들은 학생들을 모두 모아 놓고 절대로 이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라, 발설하면 아주 큰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런 내용들을 전달하였을 것이고, 지금 보위부와 당은 매우 예민하게 대학생들의 동향을 살피고 있을 것입니다. 제발 김대 학생들에게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시킨 대로 한 것이니, 학생들에게는 아무 일이 없어야겠지요.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어떤 인물인가요?

고영환: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1990년에 국영신문이 아닌 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출신으로, 몽골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그는 1990년에 69년에 걸친 몽골 공산당의 일당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데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주의 몽골을 오늘의 민주주의 몽골로 만드는 선각자의 한 사람이었고, 오늘날 몽골의 대통령이 되어 북한을 방문한 것이죠. 민주화 운동을 해 본 사람이기에 독재체제를 민주주의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있고, 몽골을 변화시킨 이들 중의 한 사람이고, 또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아는 사람이니, 그가 일당독재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평양의 중심부에 들어가 개방과 인권,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폭압통치 비판 같은 엄청난 발언들을 하고 돌아간 것입니다. 참 대단한 인물입니다.

박성우: 이번엔 중국 소식 좀 살펴보지요. 중국 군대가 북한과 인접한 발해만에서 야간 상륙작전을 실시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됩니까?

고영환: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17일 밤 북한 바다와 인접한 발해만에서 육해공군 5천여명을 동원하여 바다를 건너 상륙하는 실전야간 전투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중국군이 '연합 2013D'라고 명명한 이 훈련에서는 상륙함에서 나온 전차들이 해안가를 질주하였고 자행포와 공격직승기들이 불을 뿜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 훈련을 중국 텔레비전이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중국 신문들에 의하면, 실전 사격훈련은 지난 11월 18일부터 20일 사이 발해만에서 2차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중국군이 북한의 코앞에서 상륙훈련을 대대적으로 하고, 이를 또 언론에 공개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이 훈련을 현재 중일간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명 댜오위다오 섬에 대한 상륙훈련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정치 및 군사 전문가들은 이 훈련들이 북한과 인접한 바다와 해안에서 실시된 것으로 보아, 북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급변 사태, 즉 북한 정권이 급격히 붕괴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이에 대처하기 위해 진행한 훈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청도에 기지를 둔 북해함대가 북핵에 대비하는 민군 합동훈련을 이미 하였고, 지난 6월에도 핵무기와 화학무기가 유출되는 데 대비한 군사훈련들이 있었습니다. 북해함대는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일어날 때, 그러니까 한반도 유사시 동원되는 중국 해군의 주력 함대입니다. 이 모든 사실들은 중국이 북한의 현 정세를 위급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성우: 중국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반면에 북한 당국은 여전히 지도부 우상화 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의 컬러 석고상이 등장했다면서요?

고영환: 북한의 로동신문은 김정은의 지시로 문수 물놀이장에 처음으로 김정일의 천연색 석고상이 건립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도 이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천연색이었습니다. 이전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모든 석고상이 흰색으로 만들어졌지요. 이는 앞으로 세워질 김 부자의 석고상들이 모두 천연색으로 만들어진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더 많은 돈이 투입된다는 소리입니다. 이는 북한에서 김 부자의 우상화 작업, 그러니까 신격화 작업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김정은의 의도는 아마 김정일의 석고상을 천연색으로 만들면 마치 김정일이 살아 있는 것처럼 주민들이 느낄 것이고, 이는 김정은의 통치 기반을 확고하게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의 재부가 김씨 일가의 우상화에 집중적으로 투입이 되고 있으니,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박성우: 바로 그 걱정을 몽골의 엘벡도르지 대통령도 같이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폭정은 영원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