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버마를 방문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9일 버마를 방문했지요. 그리고 "버마의 길을 따르라"고 북한에 권고했습니다. 왜 하필 버마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현직 미국 대통령이 버마라는 나라를 처음으로 방문했고요. 지난 19일 양곤 대학교에서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였는데,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북한의 지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평화와 진보의 길을 선택하십시오. 그러면 미국도 손을 내밀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가 버마에서 하필 왜 이런 발언을 하였는가, 이런 의문이 있을텐데요. 버마는 바로 얼마전까지만해도 북한처럼 1인 군사 독재를 하였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미국 대통령이 버마를 찾아 간 것은 버마의 새 대통령이 개혁개방적인 정책들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인 신임 대통령은 지난 군부독재 정권에 의해 15년 동안 자택연금을 당했던 아웅산 수치 여사를 석방하고, 민주주의적 선거를 진행했으며, 감옥과 수용소에 갇혔던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신문방송에 대한 사전 검열제를 폐지했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으며,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개혁개방적인 조치들을 연이어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미국은 올해 9월 버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수입금지 조치를 풀었으며, 버마에 미국 대사를 파견하였습니다. 또 버마는 미국 대통령의 방문 하루 전인 지난 18일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겠다고 선언하였고, 그 다음날 미국 대통령은 직접 버마를 방문하여 경제 원조를 약속하는 등 두 나라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버마와 북한은 1인 지도체제라는 똑같은 독재체제를 유지하여 왔고, 두 나라 사이에는 군사 부문, 지어는 핵 부문에서도 협력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한 나라는 이제 개혁개방을 하여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핵시설까지 다 공개하려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북한과 더는 군사 협조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데, 북한은 개혁개방을 반대하고,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핵개발을 하면서 주변 국가들을 위협하고, 그래서 인민 생활은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고 '버마를 보라, 독재를 하지 않고 개방을 하니 미국도 도와주고, 경제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인민들은 자유와 먹을거리를 얻어 좋아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 북한도 고집을 부리지 말고 세계무대로 나와라'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는 중요한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시진핑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는데요. 아마 우리 청취자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언제 북중 지도자가 만나게 될까'라는 점일 듯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의제를 다루게 될 것인지도 궁금한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다들 아시다시피 중국에는 시진핑을 선두로 하는 새로운 5세대 지도부가 들어 섰습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문제는 '김정은 제1비서가 언제 중국을 방문할 것인가'라는 건데요. 시진핑 총서기는 아직 국가주석직에는 선출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내년 3월경에 국가 주석직에도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김정은이 베이징을 방문한다면 시 총서기가 국가 주석까지 이어 받은 이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이 중국에 대고 시 주석이 자리를 잡은 다음 제일 먼저 맞이할 국가수반이 김정은 제1비서가 되어야 한다고 지금부터 요구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웃 중국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나왔는데 북한 지도자를 먼저 만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지도자부터 만난다면 북한이 화를 많이 내겠죠.
의제는 물론 경제 협력이 가장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제일 받고자 하는 것은 식량, 생활 필수품, 원유, 자동차 등을 포함한 기계류, 그리고 첨단 무기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생각은 다릅니다. 새로운 5세대 지도부는 중국이 거둔 개혁개방의 성과를 바탕으로 선출됐습니다. 따라서 개혁개방의 성과를 좀 더 확산시키려 할 것이고, 북한에게도 개혁개방을 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그런데 개혁개방은 북한 지도부가 제일로 싫어하는 말이죠. 하지만 북한이 개방을 하지 않으면 중국이 북한에 주는 원조량도 크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중국은 개방문제를, 북한은 경제 원조확대를 요구하는 모양새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양국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지요. 상무위원 중에 장더장이라는 인물이 주목받던데요. 북중 관계에서 장더장 상무위원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중국은 집단지도 체제입니다. 상무위원이 7명인데, 각각의 지도 영역이 다르고, 다른 상무위원이 다른 상무위원의 분야에 개입하지 못합니다. 효과적인 체제라고 할 수 있죠. 바로 이 상무위원 중에 장더장 상무위원이 있는데, 이 분은 연변 대학교에서 조선어를 배우고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한 '친조파'입니다. 그러니 장더장이 앞으로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게 북한은 말썽을 피우는 나라이지만, 국경을 같이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죠. 아마도 장더장은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고,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 안에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 등을 맡을 중요한 인물로 보입니다.
박성우: 이제 북한 내부 소식을 하나 짚어보지요.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고영환: '우상화'라는 용어는 북한 주민들이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는 '신격화'라고 합니다. 의미는 비슷하다고 봅니다.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우상화가 본격화되고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최근 북측 언론매체에 의하면, 김정은은 "어렸을 때부터 총을 잘 쏘고, 승용차도 운전하고, 세계 정치는 물론 군사를 비롯한 다방면의 지식을 소유하신 지도자"라고 합니다.
부친 김정일도 총을 잘 쏘고, 김정일의 모친 김정숙도 총을 잘 쏘았다고 하지요. 김정일의 머리 위에 사과를 놓고 김정숙이 총을 쏘아 사과가 두 쪽이 났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과 세계 사람들은 이런 선전을 접하면서 '어떻게 엄마가 아들 머리 위에 사과를 놓고 총을 쏘느냐, 그리고 왜 어린 아이에게 무서운 총을 주고 사격 연습을 시키느냐' 하면서 경악합니다. 그런데 이젠 김정은 제1비서도 어린시절에 총을 잘 쏘았다고 하니, 김씨 가문은 정말 총을 잘 쏘는 모양입니다.
어린 시절엔 컴퓨터나 전자 오락기, 장난감, 책을 가지고 놀고 공부하는 것이 정상적인데, 총을 가지고 논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긴 합니다. 이런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박성우: 그런데 북한 바깥에서는 김정은이 좀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묘사되는 일이 많지요?
고영환: 세계에서 풍자물로 유명한 '디 어니언'이라는 언론매체가 김정은 제1비서를 '2012년 살아 있는 최고의 섹시남'으로 뽑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섹시하다는 것은 성적으로 매력이 있다는 뜻이지요. 디 어니언지는 김정은이 잘 생기고 둥그런 얼굴에 사내다운 매력을 갖고 있어서 북한에서 모든 여성이 가지고 싶어 하는 최고의 섹시한 남자라고 풍자하였습니다. 북한에서 제일 권력이 센 인물이 김정은 제1비서이니 북한 여자들 모두가 김정은을 탐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풍자인 것이죠. 하나 더 참고로 말씀드리면, 디 어니언은 지난해에는 시리아의 독재자인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가장 섹시한 남자로 묘사한 적이 있다
박성우: 한 번 웃고넘어가자는 뜻으로 김정은을 최고로 섹시한 남자로 뽑았을텐데요. 그런데 디 어니언이라는 언론 매체가 지난해에는 말씀하신데로 시리아의 독재자를 섹시남으로 뽑았고, 올해는 북한의 독재자를 섹시남으로 뽑았다는 점, 이걸 보면 '섹시'하다는 의미가 결코 좋은 뜻으로 사용되진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