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 저변 변화 속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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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김정은 정권 5년을 평가해 보겠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화요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김정은 정권 5년을 평가하고 2017년을 전망하는 학술회의를 가졌는데요. 우리 청취자들에게도 좀 구체적으로 소개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집권 5년차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지난 22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정은 정권 5년 평가와 2017년 전망'이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학술회의를 했습니다. 여기서 김영수 서강대학교 교수가 올해 북한 정세를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우선 김정은이 올해 두 가지 목표에 매진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니 하나는 이른바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진 북한체제의 전통을 자신이 승계하여 소위 위대한 업적을 쌓아 나가면서 '백두혈통'이란 정통성을 기반으로 치적을 쌓아 명실상부한 지도력을 구축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김정은 영도체계' 구축이라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1인 권력자 김정은이 공공장소에서도 숙청 얘기를 꺼낼 정도로 거친 통치 스타일을 보였고, 이런 분위기로 인해 김정은 측근들의 몸사림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측근들의 운명공동체 의식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과잉 충성'과 '과잉 동원'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김 교수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 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에서 '성분'과 '토대'보다는 '돈'을 선호하는 추세가 더욱 짙어지고 있으며, 북한체제의 양극화, 즉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평양과 지방 사이의 차이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저도 김영수 교수의 평가에 대부분 공감합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간부들이 김정은과 더는 같은 배를 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저의 첫번째 평가입니다. 둘째로는 시장 확대와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으로 북한 주민들의 당과 국가 그리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신뢰는 점점 더 약화되고 있으며 충성보다는 돈이 북한 사회를 점점 더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사회 저변이 변화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정권의 안정도 평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고영환: 학술회의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곽길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도를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평가하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발제문에서 북한의 강점, 약점, 기회, 위협의 요인들을 대입하면서 북한정권의 안정도를 분석하였습니다.

그가 예로 들은 북한의 강점으로는 수령론, 유일영도체계확립 10원칙, 노동당 지배구조, 당과 군부 등에 의한 통제 및 공안 조직의 장악, 이삼중의 감시체계, 저항세력의 부재, 경제난에 익숙한 사회,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무기 보유 등이었고, 약점으로는 김정은의 출생비밀, 김정은의 국정운영 경험 미숙, 외교활동 기피, 권력층 내 상호불신, 보신주의, '병진노선'의 근본 모순, 계획경제의 붕괴, 공장기업소 기계설비 노후화, 군사력 유지 부담, 개인주의 확산, 부정부패의 확산, 양극화 심화 등이었습니다.

곽 실장은 현재까지는 김정은의 태생적인 한계와 전방위적인 대북제재 국면 하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난, 외부 실상에 대한 주민접촉 확대 등이 위협의 요소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가운데 중‧러와의 관계 소원 등으로 기회의 요소도 축소되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도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거치며 공고하게 확립된 봉건적 의식, 공포통치 장치, 권력층의 기득권 사슬 등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강점 요소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김정은 정권의 안정에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저는 북한이 김일성-김정일을 거치면서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세습 체제가 아직은 작동하고 있고 대북제재도 중국이 뒷문을 열어주고 있어 김정은 체제가 단기간에 붕괴하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내외적 여건은 계속하여 악화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체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지난 한 해 동안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되는데요. 2016년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의 특징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곽길섭 실장의 평가에 의하면 북한의 올해 대남 전략의 특징은 크게 보면 다섯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연이은 핵‧미사일 실험과 전쟁 위협으로 남북관계를 극도로 경색시켰다는 점입니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 4차, 5차 핵실험을 연이어 실시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에 따른 대응조치로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중단조치를 취하자 최고사령부 중대성명과 장거리포병대 최후 통첩장 등을 통해 전쟁을 하겠다며 한국을 위협하였습니다.

둘째로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을 대폭적으로 늘였으며 그 내용도 "역도"나 "극악한 동족대결 광신자" 등 막말이 대부분을 차지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진정성 없는 위장 '평화 공세'의 전개였습니다. 김정은은 7차 당대회를 통해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고 북한 국방위원회와 인민무력부 등도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강력 촉구하였습니다. 8‧15를 맞아서는 '전민족적인 통일 대회합'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한국 정부가 핵보유를 전제로 하는 평화공세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아는 상황에서 7차 당대회 이후 대화를 계속 제의했던 데는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결정 사항을 관철해야하는 대남부서들의 입장이 있었고, 이와 함께 자신들이 대화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곽 실장은 평가했습니다.

네번째 특징으로 북한은 올해 2월 지난해 말 사망한 김양건 당 대남비서의 후임으로 천안함 폭침 및 군사분계선 지뢰도발 등을 막후에서 주도한 강경파인 김영철을 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에 전격적으로 기용한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당 대남비서에는 김양건, 김용순, 임동옥 등 외교나 대남협상 분야 인물을 기용한 관례를 깨고 공작 전문가를 기용한 것인데, 이는 김정은이 남북대화 보다는 대남 공작‧테러에 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입니다.

마지막 특징은 북한이 남한에 파견된 간첩들에게 보내는 난수방송을 재개하였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7월 15일 평양방송을 통해 2000년 제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했던 남파간첩 지령하달을 위한 난수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최근 북한 노동당 대남공작부서 책임자들이 강경하고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로 채워진 것과 시기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곽길섭 실장은 평가했습니다.

저는 올해 북측 대남전략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화전양면 전략이라고 봅니다. 겉으로는 대화를 제기하여 평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뒤에서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군사적 도발, 핵실험을 하는 등 도발을 일삼았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누가 보더라도 올 한 해 남북관계는 최악이었죠. 지적하신대로 그 원인은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점도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