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경제 병진노선은 ‘좌충우돌’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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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한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오는 12월 17일은 김정일이 사망한 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달리 말하면,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지 2년이 되는 건데요. 위원님 보시기에 그간 북한에서 발생한 제일 큰 변화는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김정일이 1인 독재 통치를 한 데 비하여,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은 장성택 등 혈연에 의존하는 혈연통치, 최룡해 등 측근에 의지하는 측근통치를 한 것이 정치 분야에서 눈에 띄고요. 정치적 경험과 나이가 어리니 조부 김일성의 이미지를 따와 마치 김일성이 환생한 것처럼 행동하며 '김일성 따라하기'를 한 것도 짚고 넘어갈 점입니다. 정책노선에서의 변화는 올해 3월 전원회의를 열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김정은 시대의 기본 통치노선으로 정한 것이 특기할만합니다.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후 김일성의 눈에 띄기 위해 우상화물을 대대적으로 건설한 것과 달리, 김정은은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미림 승마구락부 같은 위락시설들을 집중적으로 건설했는데, 이는 아마도 김정은이 어린 시절 스위스에 유학가서 느꼈던 강한 인상이 작용하여, 북한을 스위스처럼 바꾸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어 소토지에 의존하여 남새와 식량을 생산하며 사는 주민들에게 곡식을 뽑고 푸른 잔디를 심으라고 지시하고, 공장 기업소들은 모두 서 있다시피 하는데 물놀이장과 해당화관 같은 일부계층과 특수계층만을 위한 시설들을 짓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모순과 허상이 없을 것입니다.

특히 김정은에게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인격적인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 같아요. 김정은은 어제 내린 지시를 오늘 바꾸고, 말도 안 되는 스위스 '따라 잡기'를 하면서 의식주 생활은 관심도 없고, 당을 우선한다고 했다가 군대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그리고 두 가지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핵과 경제를 병진시킨다고 하니, 한마디로 좌충우돌식 정치행보가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핵•경제 병진노선을 언급하셨는데요. 북측이 이 병진노선의 형식에 맞춰서 경제 활성화 방안도 내놓긴 했지요. 특히 주목했던 건 최근에 10여개의 경제특구를 발표했다는 점인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핵•경제 병진노선은 성공할 수 없는 정책입니다. 핵을 발전시킨다고 하니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외국의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정령을 통하여 13개 지역에 경제특구를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신의주 특구를 합치면 14개의 경제특구를 건설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핵을 발전시킨다고 하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반대하고, 대북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있죠. 그리고 특구를 하려면 당적인, 행정적인, 보안적인 제재들을 해체해야 하는데, 인터넷도, 국제전화도, 누구를 만나는 것도, 이동하기도 다 허용되지 않고, 게다가 공장을 하나 짓더라도 당 조직과 보위부 조직들이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통제 조치들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누가 북한에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

제재를 받고 있고, 그래서 외화와 투자 유치가 안 되고, 도로나 상하수도, 전력이 없고, 당적 통제는 그대로 남아 있고, 이런 상태이다보니 특구를 만든다고 하여도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기댈 수 있는 방식은 모기장식 특구를 발전시키는 것인데, 이는 북한이 이미 수십년동안 해왔지만 전혀 성공해보지 못한 방식입니다.

박성우: 경제와 관련해서 좀 더 여쭤보겠습니다. 북한 경제가 표면적으로는 조금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지요. 경제 성장률이 2011년에는 0.8%, 지난해에는 1.3%를 기록했습니다. 2009년과 2010년엔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지수가 좋아보이는 건데요. 그런데 이게 착시효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설명을 좀 해 주시지요.

고영환: 평양을 최근에 다녀온 일부 외국인들은 평양의 모습이 이전보다 좋아지고 활기도 있어 보인다고 전합니다. 이렇게 평양이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김정은이 평양을 '세계의 본보기 도시'로 만들라고 한 지시에 따라 평양에 아파트 단지와 문수 물놀이장, 승마구락부 등 대규모 놀이장들이 건설되고, 희천발전소에서 나오는 전력도 평양에 집중하라고 한 결과로 보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는 휴대폰의 60%가 평양 것이라고 하니 북한은 조선 공화국이 아니라 '평양 공화국'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평양에 모든 것이 다 집중되면서 지방주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키까지 작아진다고 하니 정말 북한은 평양을 위해서 존재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 주민들 속에서는 "평양 번호판을 단 승용차를 보면 돌을 던지고 싶다", "2천만 동포가 2백만 평양 시민을 먹여살리고 있다", "평양 시민만 김정은 시민이냐?"는 말들이 속속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경제가 나아진다는 일부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일단 최근 몇년간 날씨가 좋아서 농사가 좀 되고, 석탄이나 광물 등의 국제시세가 높아지면서 수출 가격이 좋았고,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에 값싼 북한 근로자들을 대거 파견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 같습니다. 이런 것을 착시효과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실제 들여다보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평양만 좀 나아지고 있고 지방경제는 죽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박성우: 특히 빈부격차가 굉장히 심해졌다면서요?

고영환: 북한에서 현재 빈부의 격차, 즉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도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에 의하면, 현재 미화로 10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가진 북한 특권층의 숫자가 25만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이 2천500만명이니 전체주민의 0.01퍼센트가 북한 전체의 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권층은 200제곱미터 이상에 달하는 큰 집에서 살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최고급 한국산 삼성 텔레비전을 보고, 개당 1천달러가 넘는 수입제 화장실(위생실) 변기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들 평양 특권층이 한끼 식사 비용으로 500달러를 쓰며, 한 대에 300달러가 넘는 최신 손전화를 사용한다는 겁니다.

지방에서는 주민들이 이 엄동추위에 쓸 나무가 없고, 끼니 한 끼를 때우기가 힘들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한줌도 못되는 당과 군대의 간부들, 이들에게 돈을 뇌물로 주면서 외화를 벌어 쓰는 큰 장사꾼들은 원피스 한 벌에 2천달러가 넘는 해외 명품들을 사고 있다니 기가 막힙니다.

박성우: 반면에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출범 이후 김 부자 우상화에도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 전역에 3,200여개의 영생탑이 들어서고, 모자이크 벽화가 400여개, 그리고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김정일 쌍동상, 김정일 동상이 우후죽순으로 일어서고 있습니다. 동상과 영생탑, 모자이크 형상물에 들어간 돈만 2억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김정은이 공적을 세운다고 하면서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미림 승마구락부 등 놀이시설 건설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이 건설 비용이 3억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우상화물과 놀이장 건설에만 들어간 돈이 5억달러가 넘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돈으로 식량을 외국에서 사면 거의 3백만 톤의 옥수수를 살수 있다고 하니, 김정은이 인민생활과 전혀 관계없는 우상화물 건설에 쓰는 돈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김정은이 들어선 지난 해 북한이 건설한 도로는 4킬로미터, 철도를 새롭게 깐 길이가 5킬로미터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일개 군(郡)에서 깔아도 이보다는 더 많이 할 겁니다. 정말 이것이 정상적인 국가인지 아닌지, 인민을 위한 국가인지 김 부자를 위한 국가인지, 누구나 보아도 척하고 알 수 있습니다. 정말 비정상적인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국가의 경제를 위한다면, 당연히 도로와 철도의 유지보수와 건설에 돈을 써야 하는데, 북한 지도부는 우상화 사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식이라면 당분간은 국가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은 낮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