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국 정보 당국의 북한 미사일 기술에 대한 최근 평가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요. 내용이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영국 신문 가디언이 지난 4일 매우 주목되는 기사를 실었는데요. 이 기사에 의하면 "지난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영국 하원을 방문해 '미 중앙정보국의 수뇌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석 달'이라고 전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3월의 붉은선(레드라인)'을 언급한 볼턴 전 대사는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냈고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고문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볼턴 전 대사는 현재도 트럼프 행정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문은 "볼턴이 3개월이 지난 뒤엔 북한이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의 도시들을 핵탄두로 강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미 중앙정보국이 트럼프에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중앙정보국은 2018년 3월 북한이 미국 전 도시를 사정거리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추게 되는 만큼 그 이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란 보고가 이미 트럼프에게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지난 10월 19일 워싱턴의 '민주주의수호재단' 주최로 열린 국가안보포럼에서 "북한은 5년 전보다 핵무기 완성에 근접했다. 이들을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없다면 5개월 뒤에는 오늘보다 더 근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내년 3월께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 최종 완성될 것임을 암시했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가디언은 계속하여 "3월은 붉은선이며 이때가 바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뜻하는 것임이 명확하다"고 분석하였습니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개발과 완성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미국 정부의 입장이 초강경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입니다. 김정은이 미국과 전 세계를 향한 도발을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그의 권력도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리비아처럼 단 며칠 안에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볼턴 전 대사는 평소 북한에 대해서 매우 강경한 발언을 많이 쏟아내던 인물이죠. 그래서 이번 '3개월 시한' 발언도 혹시 좀 더 세게 말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와 교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직 고위급 관료의 말이기 때문에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과 관련한 보도를 하나 더 짚어보고 넘어가죠. 북한이 최근에 쏜 '화성 15형' 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한 듯 하다는 보도가 있었죠?
고영환: 북한이 지난 11월 29일에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이 지구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부서진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 언론들의 기사가 잇따랐습니다. 지난 12월 2일 한 미국 관료는 미국 CNN 방송과의 기자회견에서 "화성-15형에 대한 기술 분석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재진입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화성-15형의 대기권 재진입 실패는 북한 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준다"면서 "북한 정권은 아직 미사일 정밀 유도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CNN은 계속하여 "초기 기술 분석 결과, 화성-15형에는 폭발하지 않는 가짜 탄두가 장착된 2단 추진체 미사일이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폭스뉴스는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화성-15형 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의 마지막 단계는 바로 지구 대기권 재진입 기술입니다. 북한 미사일이 멀리 가는 데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높이 올라갔다가 지구에 재진입할 때 생기는 6000~7000도의 마찰열로부터 핵탄두를 보호하는 기술을 가지지 못한다면 장거리 미사일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어쨌거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건 사실인데요. 이 때문인지 요즘 미국에서는 대북 '선제타격' 방안에 대한 언급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12월 3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주한미군 가족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날 미국 CBS 방송과의 회견에서 "맥매스터 보좌관이 말한 것처럼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은 커지고 있고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며 "나는 국방부에 주한미군의 가족 동반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레이엄 의원은 "한국에서 지금부터 미군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탄두로 미국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선제공격이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인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도 같은 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에 대한 '예방 전쟁'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농장과 도시의 운명을 북한 김정은의 결정에 맡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예방전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발언은 미국의 군사적 선택안이 살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주한 미군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매년 두 차례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의 민간인들을 한국으로부터 탈출시키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전쟁 혹은 미군의 대북한 공격의 가장 중요한 징후 중 하나를 미군이 한국에 있는 미국 국민들과 미군 가족들을 한국으로부터 탈출시키는지 아닌지에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회의원이 한국으로부터 미군 가족과 미국 국민들을 피난시키라고 하고 있고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군사적 선택과 2018년 3월 '붉은 선'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반도 정세가 긴장한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김정은이 조금이라도 현재의 형세를 잘못 읽어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김정은의 3대 세습 정권은 순식간에 증발될 수도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도 미국 측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한 나름의 반응을 내놨죠?
고영환: 북한 지도부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발언들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조선반도에서 우리를 겨냥한 사상 최대의 공중훈련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고위 정객들이 줄줄이 나서서 호전적인 망발들을 늘어놓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변인은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공화당 소속 국회 상원의원이 북조선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증대되고 있다느니, 선제공격 선택에 더욱 접근하고 있다느니, 남조선 주둔 미군 가족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느니 하는 따위의 화약내 풍기는 대결 망발들을 늘어놓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바 있습니다. 저는 외무성 대변인 문답 내용을 주의 깊게 읽어보았는데요. 물론 문답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느니, '자중하라'느니 하는 북한이 항상 하는 말들이 있었지만, 저의 주의를 끈 건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풀어서 말하면 외부적으로는 북한이 미국을 날려 보내겠다고 하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전쟁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김정은의 의중이 담화에 담겨 있고, 더 중요하게는 이런 김정은의 의향을 미국 대통령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도 전쟁만은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자명하죠. 북한 정권의 존망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면 될수록 전쟁 가능성은 높아지고, 그와 동시에 북한 정권의 지속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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