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년, 달라진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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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사망 3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오는 17일은 김정일 사망 3년째 되는 날이고, 동시에 김정은 집권 3년째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지난 3년을 되돌아볼 텐데요. 먼저 그간의 권력구도 변화가 가장 눈여겨볼 대목인 것 같습니다.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김정은 사망 3년, 김정은 집권 3년을 맞으며 김정은 정권의 권력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는 특징은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김일성 집안의 기본줄기이자 큰 어른인 김경희 비서를 권력의 중심에서 몰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김정일이 급사하고 어린 김정은이 권력을 잡았을 때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은 당 간부들로서는 김경희 비서와 장성택 행정부장이었고, 군부 세력으로서는 전 군총참모장 리영호 차수와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창업공신이라고 봐야 하겠죠. 그런데 그중 인척관계인 김경희 비서는 격리, 장성택은 총살, 리영호는 체포 후 처형, 우동측은 자살 혹은 숙청되었죠.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셈입니다.

그 사람들의 자리를 차지한 신권력그루빠는 최룡해 비서,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병철 당 부부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마원춘 박태성 당 부부장들, 그리고 리수용 외무상 등입니다. 이들의 면면을 분석해 보면, 첫째 그루빠는 장성택 부장을 처리하는데 공을 세운 조연준, 황병서, 김원홍 같은 사람들이고, 다음 그루빠는 리영길, 리수용, 리병철, 한광상, 마원춘 같은 실무그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말에 나타난 특징도 하나 있죠. 현재 정권의 실세이고 2인자로 평가를 받고 있는 최룡해가 지난 봄 건강 문제로 2선으로 물러섰다가 가을에 다시 화려하게 복귀했는데요. 최룡해와 함께 득세하고 있는, 빨치산계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그루빠가 등장했습니다. 오진우 전 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당 부장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죠. 오백룡의 아들 오금철도, 김정일 정권 내내 상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직으로 밀려나 있다가, 현재 대장으로 승진하였습니다. 빨치산계의 화려한 부활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저는 내적으로는 최룡해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적으로는 항일 빨치산계가 김정은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빨치산계의 두령자리를 차지하고 그들을 묶어 세우고 있다는 판단을 합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통치 방식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리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김정은의 통치 행태가 하도 특이하여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카리스마로 통치를 하였고, 김정일은 측근정치를 통해 측근들의 충성심을 활용하는 통치를 하였는데, 김정은은 현재 처형과 숙청을 통한 공포정치로 나라를 통치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통치행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자신의 고모부이자 김일성의 사위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종파분자'로 몰아 처형한 사건이었죠. 장성택 잔당 숙청작업을 통하여 수많은 당과 군대의 간부들과 주민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검열과 숙청, 처형 등으로 북한 전체가 공포에 질렸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김정은의 통치행태에서 특징적인 두 번째는 군 장령들의 별을 두 알씩, 세 알씩 뗐다가 다시 붙여 주거나, 강등 혹은 옷 완전 벗기기, 사람 바꾸기 등의 행태가 3년 내내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오죽하면 군 장령들이 자신들이 단 별은 '똥별'이라고 하고 있겠습니까?

세 번째 특징은 애민, 친민 통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입니다. '인민들을 위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하여 선물 꾸러미를 들고 주민 집에 직접 찾아가고, 부인 리설주는 설거지를 하는 등, 보여주기식 통치행태를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특이한 통치행태로 인해 김정은의 이른바 유일영도체제는 구축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숙청과 처형이라는 공포정치로 인해 유일체제가 섰기 때문에 그것이 단단한지는 두고봐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지난 3년 동안 전시성 사업에 많은 투자를 했다는 점도 특징일텐데요.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김정은은 집권 3년간 수많은 과시성 건설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에 의하면, 김정은은 지난 3년동안 보여주기식, 전시식 건설에만 3억달러를 썼다고 하지요. 김정은이 건설한 주요 대상들은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미림 승마 구락부, 강원도 일대에 들어선 관광용 목장 등입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2년-2013년에 매년 6억4천만달러어치의 사치품을 사서 간부들에게 나눠주고 충성심을 유도하는 정치를 폈다고 합니다. 올해도 이 정도를 썼다고 가정할 때, 김정은은 지난 3년동안 주민들의 삶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과시성 건설과 사치품 수입에만 22억2천만 달러를 썼다는 말이 됩니다. 이 돈이면 옥수수를 외국에서 2천200만톤 정도를 살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 전체가 4년 이상 먹을 수 있는 양이죠.

이것만 보더라도 김정은의 관심이 어느 곳에 가 있는지 충분하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물놀이장이나 승마구락부, 그리고 스키장에 가서 스키를 타고, 물놀이를 하고, 말을 탈 수 있는 지방 주민들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평양에 들어가기도 쉽지를 않고, 돈도 비싼데, 당장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호화시설들에서 즐길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박성우: 김정은 주변의 여성들에게도 변화가 좀 있었죠?

고영환: 김정은 집권 후 2명의 여성들이 단연 실세로 부상했죠. 첫 여성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입니다. 리설주는 지난 2012년 7월 7일 김정은과 함께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에서 처음으로 일반주민들에게 공개되었고, 이후 김정은의 곁에서 김정은을 보좌하며 그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다른 한 명의 여성은 김정은의 친여동생 김여정입니다. 그녀가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재직중이라는 사실이 로동신문을 통하여 밝혀졌죠. 나이 27세에 당 중앙위 부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입니다. 김여정은 리설주보다 더 가까운 자리에서 김정은을 보좌하고 있으며, 비록 부부장이긴 하지만 현재 그녀는 고모인 김경희 비서가 누렸던 권한보다 더 큰 권한을 쓰고 있으며, 향후 김여정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전망입니다.

이렇든 김정은은 오른쪽에는 김여정, 왼쪽에는 리설주를 대동하고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젊은 세 명의 남녀가 북한을 통치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이채롭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모친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집권한 후 자신의 생모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를 지시하였다는 사실을 KBS 한국방송이 단독으로 입수한 북한 문건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6월에 하달한 비준과업에 적시된 지시 내용을 보면, 북한군 간부들은 고영희의 묘를 참배하며, 화환을 증정하도록 하고, 장문의 고영희 찬양시를 만들어 전 북한군에 배포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고영희의 '영생'과 '혁명업적'을 강조하라는 내용 등 화환에 적을 4가지 내용까지 적시하고 있습니다. 평양 출신 탈북자가 증언한 데 의하면, 2012년 가을부터 평양시 공장 기업소들에 이른바 '선군 조선의 어머니'인 고영희의 묘소를 의무적으로 참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자신의 생모 고영희를 김정일의 모친 김정숙보다 더 광범하게 우상화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고영희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다가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동포 출신이며, 더 큰 것은 고영희의 부친 고경택이 제주도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넘어 간 뒤 일본군 군복을 만드는 군수품 공장에서 간부로 일하였기 때문입니다. 친일파라는 소리입니다. 여기에 고영희가 만수대예술단 출신으로 무용을 하던 여성이라는 점도 북한 당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김정은이 백두혈통이라고 자랑해야 하는데, 절반은 백두혈통이라도 하여도 반쪽은 일본 혈통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광폭적으로 어머니 고영희를 우상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지적하신대로 아직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북한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가 없는 상태인데요. 집권 4년차인 내년에는 어떠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