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권력의 핵심 세력 중 하나인 장성택이 처형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습니다.
박성우: 장성택 처형 소식이 한국사회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설마 죽이기까지 하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는데요. 예상을 깨고,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12일에 국가안전보위부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이른바 형법 제60조에 따라 장성택을 사형에 처한다고 판결했고, 그 즉시 집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소리입니다. 지난 8일 정치국 확대 회의에서 장성택을 '반당반혁명종파행위자'로 낙인을 찍었고, 온갖 죄목을 다 뒤집어 씌웠죠. 그 낙인이 찍힌지 나흘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건데요.
북한 보위부가 적시한 죄목 중에는 화폐개혁의 잘못도 장성택이 그 배후자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2010년도에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박남기 전 재정계획부장이 총살을 당했죠. 사실 화폐개혁은 박남기도 장성택도 아닌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다음에 한 일인데, 이번에도 결국은 그 죄목까지 장성택에게 뒤집어 씌워서 처형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김부자 일가가 그동안 행한 잘못된 행위를 장성택 부장한테 덮어씌워 처형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장성택 부장은 지난 40년 동안 당의 기본 부서들인 당청년사업부, 3대혁명소조사업부, 조직지도부, 행정부 등에서 일하며 쌓아놓은 인맥이 상당히 많습니다. 장성택이 체포되는 장면을 보고 그 사람들이 많이 동요하고 반발할 기미를 보이니까 싹을 잘라내려고 급히 처형했다고 보시면 될것 같고요. 그만큼 북한 정세가 지금 요동을 치고 있고, 숙청 작업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이 불안정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박성우: 네 알겠습니다. 관련해서 몇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장성택이 체포되는 모습은 물론이고, 재판 직전의 모습도 북측이 공개했는데요.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북한 중앙통신은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출당 제명시킬데 대한 정치국 결정서가 채택되었고, 특별군사재판에서 재판을 받고 그 즉시 처형됐다고 13일 보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북한이 하던 행동하고 비슷한데, 이례적으로 장성택이 체포되는 장면하고, 처형되기 직전에 재판 받는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저는 국가안전 보위부가 이런 식으로 재판 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만큼 이것은 북한에 있어서도 굉장히 이례적이고 한국이나 다른 사회에 주는 충격도 굉장히 큰데요.
처음에 장성택이 체포될 때는 일개 보안원들에게 끌려 나가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장성택에게 가장 큰 치욕감을 주려한 것으로 보이고요. 북한은 장성택이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를 하였고 반인민적, 반국가적 행위를 하였으며, 여자관계도 부화방탕하였다고 시시콜콜히 보도하는 데 뒤를 이어 이제 화폐개혁 책임까지 들씌어서 처형하고 그 사진까지 공개했거든요. 북한이 종파분자가 잡혀가는 사진이나 장면을 보도한 것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장면입니다.
이런 것들은 김정은에게 도전한다면 그의 후견인일지라도, 권력의 2인자일지라도, 고모부 등 친척일지라도 잡아갈 수 있다, 그리고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북한의 고위 간부들을 포함 모든 간부들에게 공개적으로 엄중 경고를 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장성택 체포 장면을 공개함으로써 그를 추종하던 간부들이나 장성택의 개방 의지에 희망을 걸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젠 김정은이나 당에 반대하거나 도전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 같고요.
한마디로 김정은의 차고 넘치는 자신감을 보여준거죠. 즉 내가 이제는 권력을 가졌고, 그것을 운용하는데 자신이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내외에 선포하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정일이 사망한 후 나이 어린 김정은이 국가를 지도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로 도와 준 것이 장성택이거든요. 김정은이 이젠 국가운영에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생기니 자신을 도와 준 사람을 숙청한 것인데, 한마디로 '토사구팽' 즉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를 잡아 먹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장성택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으로 숙청은 이제 일단락되는 건가요? 아니면 이제 숙청의 시작이라고 봐야하는 건가요?
고영환: 이번 장성택의 처형은 장성택계 사람들에 대한 숙청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고요. 김정은은 이미 11월에 행정부 제1부부장 리룡하와 장수길 부부장을 공개처형했는데, 북한이 장성택 '일당'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아 장성택계 사람들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숙청의 피바람이 이제부터 불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보면 정치적 반대자들, 특히 김씨 일족에게 반대하거나, 옳은 제언을 하거나, 경제적으로 개방정책을 하자고 주장한 사람들은 모두 종파분자로 몰아 숙청을 하였거든요. 그리고 북한이 이런 사건들에 연루된 사람들을 살려준 역사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강도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장성택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였고, 내각 부문, 경제 부문, 대외협조 부문, 체육 부문 등 많은 부문을 지도했습니다. 그런 부문에서 일하며 장성택과 안면이 있거나, 같이 일하거나, 하다못해 같이 식사를 했던 사람들까지 다 잡아넣을 것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보낼 겁니다. 제가 평양 외국어 혁명 학원에 다닐 때 박금철 종파사건을 겪었는데요. 그 때 한 1년 동안 수많은 학생들이 그 사건에 연루가 되어 학원에서 사라져 정치범 수용소로 갔는데, 그 동창들 중 살아 남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그만큼 북한체제는 잔인한 체제입니다. 이번에도 수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텐데 김씨 일가에게 선처를 바라고 그들이 용서를 해 줄 것이라고 믿는건 좀 아닌것 같습니다.
박성우: 장성택의 측근이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는 추측성 기사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님은 진위 여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현재 한국과 일본 그리고 많은 세계 신문들에서 장성택이 체포되기 전부터 많은 북한 간부들이 외국으로 망명을 했다고 추측성 보도들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성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지재룡 중국대사 소환설까지 합쳐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저는 북한 간부들, 특히 해외에 나와서 외화를 벌고 있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망명을 하고있고, 망명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장성택이 오랫동안 최고위 간부로 일해 왔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일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망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관심이 가는 건 김정남의 운명입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저희들이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여러번 방송해 드렸는데,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은 현재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해외에서 살고 있거든요. 김정남은 김정일 생전에도 여러차례 김정일을 향해 개혁개방을 해야 나라가 산다, 핵무기를 만들지 말아라, 3대 세습을 하지 말아라,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특히 김정은의 마음을 아프게 할 말을 많이 했죠. 그래서 구라파에서 직접 김정남을 살해하려는 김정은 측의 시도가 있었고, 이를 감지한 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이러한 암살시도가 좌절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김정일이 아파서 누워있을 때 김정남을 직접 키워준 것으로 알려진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이 김정남에게 돈도 보내주고 생활도 안정이 되도록 도와주었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장성택은 사라져 버렸고, 김경희는 지병이 심해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고, 가뜩이나 아픈 여자가 남편이 죽게 되었는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겠습니까. 그래서 김경희도 김정남을 살펴줄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이고요.
현재 김정남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되었는데요. 북한체제를 잘 알고 있는 김정남이 가만있지는 않고 뭔가 행동을 취할 거라고 생각 하는데요. 깊이 숨을지, 아니면 자유로운 세상으로 망명을 할지. 그런데 아마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북한의 급변하는 정국이 2013년 12월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장성택 사태가 북한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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